세월호와 사이비 종교의 맹지매매(盲地賣買)

2015. 3. 7. 22:06일반/금융·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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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사이비 종교의 맹지매매(盲地賣買)

 

불교닷컴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세월호 침몰은 착하고 꽃다운 우리 아이들을 수백 명이나 남해바다에 익사시켰다. 세월호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기독교 사이비종교 구원파 교주 유병언은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사는데 교인들은 전 재산을 바치며 비참하게 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인간은 사회를 이루고 살기에 한정된 부와 짝짓기 상대에 대한 비교와 다툼이 필연적이다. 사자 늑대 들개 하이에나 물개 바다표범 사슴 닭 무리는 목숨을 걸고 피를 흘리며 싸워 서열을 만든다. 그리고 서열이 높은 자들이 암컷들을 다 차지하고 먹이에 대한 절대적인 우선권을 갖는다.

여기서 밀려난 구성원들에게 사랑과 꿈을 주는 것이 사이비 종교를 포함한 기성종교의 매력이다. 물론 그 보상은 당장 오지 않는다. 먼 훗날 죽은 뒤에 받거나 빨라도 수십 년 후의 휴거기간에 일어난다. 지금 여기서의 풍족하고 사치스러운 삶이라는 즉각적인 보상은 교주나 타락한 성직자들이 누린다. 왜 사이비 교주들은 사후 천상의 기쁨은 도외시하고 이 지상에서의 쾌락을 우선적으로 추구할까? 중동사막종교의 교주는 왜 천상에서의 극락(極樂)을 누리지 않고 이 지상에서 8명이 넘는 부인을 두었을까? 교주의 도주를 돕고 검찰의 체포를 피해 도주 중인 교주에게 그림자처럼 붙어서 시중을 들었거나 들고 있는 여러 여성은 도대체 무슨 천상의 비밀스러운 역할을 한 (또는 하고 있는) 것일까? 그와 밀접한 관계라는 유명 여성연예인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추종자들은 왜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을 한 번도 던져보지 않을까? 정말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럽인들이 오더니 “자 이제, 복을 주시는 하나님께, 우리 기도합시다” 해서 같이 눈을 감고 기도를 했는데 기도가 끝나 눈을 뜨고 보니 자기들 손에는 기독경이 그리고 유럽인들 손에는 땅과 재물이 들려있더라는 아프리카인들의 기막힌 증언이 있다. 인류역사상 가장 수지  맞은 혹은 가장 손해가 난 놀라운 물물교환이 아닐 수 없다!

정확히 이런 일들이 세월호 사건을 일으킨 구원파를 비롯한 사이비 종교에 벌어지며, 사실은 모든 종교에 벌어진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기를 믿으면 구원을 얻는다고 해서 믿었는데 자기들 손에는 어처구니없는 거짓 약속과 허황된 예언이 들려있고 교주 손에는 자기들 집문서와 월급통장이 들려있는 꼴이다. 종교개혁이 일어날 당시 유럽토지의 반 이상을 교회가 차지하고 있었으며 말기의 고려나 중국에 합병당하기 이전의 봉건 티베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왜 일부 목사 신부 승려들은 고급자동차를 타고 성희롱 성폭행 음주 식육에다 해외원정도박까지 다닐까? 어찌 보면 종말론적인 예언, 임박한 말세, 휴거와 사후 고급주택단지인 천국 분양은 종교사업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여기 비하면 오히려 어느 엉뚱한 미국인이 벌이고 있는 달나라 토지분양 사업이 훨씬 더 양심적인 사업이다. 둘 다 자기 게 아닌 것을 팔아먹는다는 점은 같으나, 후자가 더 깨끗한 사업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소한 달나라 땅은 육안으로 관찰 가능하기 때문이다. 달나라 땅도 그리 통하는 도로가 없다는 점에서 맹지(盲地)이긴 하나 접근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제주도나 산간오지의 맹지를 가보지도 않고, 부동산 업자가 보여주는 지도만 보고, 또는 부동산 업자 말만 듣고 좋은 땅인 줄 알고 산 사람들을 비웃는 종교인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천국 땅 역시 가보지도 않고 남의 말만 듣고 거금을 주고 샀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리 통하는 길의 존재가 확실치 않다는 점에서 맹지를 산 것은 거의 분명한 일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길 기대하는 신도들 마음을 종교진통제로 다루고 자기들은 정당한 봉사비용과 커미션을 받고 양도차액을 얻은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양쪽 다 서로 줄 수 있는 것을 주고받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아마 힘없고 돈 없고 능력 없는 자신에 대한 혐오와 무기력증과 심한 열등감과 삶에 대한 우울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설사 이런 종교일지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술이나 담배에 의지해서 사는 사람들은 간경화 위암 폐암에 걸려 죽을지라도 술·담배가 없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 것과 유사한 현상일 것이다.

부처님이 강조하신 것은 ‘삶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선불교적으로 보면 조고각하(照顧脚下)요, 불매인과(不昧因果)요, ‘명두래명두타 암두래암두타(明頭來明頭打 暗頭來暗頭打)’이다. 자기 아이라도 죽음은 죽음일 뿐이고, 자기 동족이라도 석가족의 학살과 멸망은 학살과 멸망일 뿐이다. 초자연적인 힘의 개입에 의해서 우리의 고통과 절망과 세상의 불의가 (신사적神私的으로 theo-personally) 해결되고 정의가 바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미개한 미신에 사로잡혀 점치기, 사주보기, 풍수보기, 배타적으로 자기들에게만 복을 내려주는 신이나 종교에 대한 광신적인 믿음에 사로잡혀 물들어 있는 우리 국민이 유병언 같은 사이비 교주를 키우고 그 교주의 탐욕이 부실기업을 만들어 세월호 참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세월호 사건은 우리 미개한 풍습과 한탕주의라는 국민성의 책임이다. 

우리는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관세음보살이 기독교인들을 돕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런 사례가 왜 알려지지 않는지, 그리고 예수 마리아 하나님이 회교도나 불교도들에게 복을 내려주는지 그리고 그런 사례가 있는지 또 없다면 왜 없는지 그 이유를 물어야 한다. 만약 이런 사례들이 없다면 종교적인 신들이나 초월적인 존재들은 유대민족의 부족신인 구약의 야훼처럼 그냥 배타적인 신들이나 존재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낸 환망공상(환상 망상 공상 상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수만 년 전의 크로마뇽인 시절부터 인류가 맹수들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것은 기독교신이나 회교신이나 관세음보살에게 빌어서가 아니라 합심해서 성책(城柵)을 만들고 돌칼 돌창 돌화살 등의 무기를 만들어 방어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구원은 오로지 우리 손에 달린 것이다.

그 참혹한 재난의 거친 소용돌이 속으로 몸을 던져 목숨을 걸고 승객들을 구한 고 박지영(22) 승무원, 고 김기웅(28) 승무원, 고 정현선(28) 승무원, 해양경찰 박상욱 경장 등 많은 무명 영웅들에게, 이 지면을 빌려, 경의와 조의를 표한다. 우리 중의 이들 영웅들이 우리를 구하지 다른 신비한 힘이나 초월적인 신들이 구하는 것이 아니다.

신비한 주문을 외우거나 영험한 불상이나 초월적 존재나 힘센 신에게 기도한다고 해서 우리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 이미 가지고 태어난 환경은 즉 인종 부모 지능 체격 유전자 등은 바꿀 수 없는 기정사실이지만,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은 우리에게 달린 일이다. 법구경 숫타니파타 아함경 금강경 등에 담긴 주옥같은 지혜의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과 삶과 세상에 대한 시각을 통째로 바꾸게 한다. 이런 변화는 외적인 한탕이 아니라 내적인 혁명이며, 이 변화를 통해서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자신이 하는 일에 긍지를 가질 수 있으며 우리 사회를 거대한 참사와 재난이 없는 행복한 사회로 만들 수 있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