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화(成肉化) /강병균 교수

2015. 3. 13. 12:5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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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닷컴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성육화(成肉化)

 

 

이 고해(苦海)의 세상에서 몸과 마음을 잡아먹히며 사는 중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예수나 미래의 예수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예수이다. 저 멀리 높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나 까마득한 구름위에 선 예수가 아니라, 쫓기는 중생들을 위해 길을 트려고, 우리 중생들 발밑에서 진땅에 몸을 누이고 등을 내주며 밟히는 예수이다.

 

그래서 따뜻한, 검소한, 넓은, 열린 마음과 사랑이 넘치는 교황이 나올 때 가톨릭 신도들은 감동한다. 무한히 높은 신 앞에서 낮은 자가 아니라 지극히 낮은 사람 앞에서 낮은 자가 진정 낮은 곳으로 가는 자이다.

 

이 점에서 그런 교황은 교황이 아니라 예수이다. 크고 작은 훌륭한 성직자들과 신자들을 통해 예수는 끝없이 부활한다. 가톨릭 미사 때 받아먹는 빵과 포도주가 예수의 피와 살로 변하는 것이 성육화가 아니라, 예수의 말씀(피)과 행(살)을 자신의 삶에 구현하는 것이 성육화이다.

그때 그들의 몸은 예수의 살이고 그들의 마음은 예수의 피이다. 예수는 신실한 신도들의 몸과 마음으로 끝없이 부활한다. 성육화는 (꽃과 향으로 장식한) 성소(聖所)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볼썽사납고 냄새나는) 저자거리에서 꽃과 향을 피운다. 그리고 일상의 우리 삶속에 뿌리를 내리고 만개하고 충만한다. 매일매일, 옛 예수가 아닌, 새 예수가 태어나는 것이 성육화이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다.

 

진흙탕에 뒹구는 어리석음, 미움, 욕심투성이의 하찮은 인간이 한순간이나마 자신의 몸과 마음을 드높은 예수의 말씀과 행에 일치시킬 수 있다니 어찌 기적이 아니랴. 위로는 어리석은 인습을 깨뜨리는 지혜가 대장간 불처럼 뿜어져 나오고, 아래로는 누구든 독생자처럼 품어주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가문 들판에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석가모니 부처의 몸이 영원히 죽지 않는다든가 마음이 비로자나 법신이 되어 영원하다는 생각은, 물질적인 빵과 포도주가 진짜 예수의 물질적인 피와 살로 변한다는 유물론적인 성육화와 다를 바가 없는 생각이다.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우리 신구의(身口意) 삼행(三行)에 구현할 때 우리 몸이 석가의 몸이고 우리 마음이 비로자나불이다, 즉 석가모니불과 비로자나불은 우리 몸과 마음에 색신과 법신으로 영원히 반복해서 부활한다.

 

이미 오래전에 무여열반에 든 석가모니 부처가 다시 색신을 나투어 중생을 교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자기 삶으로 나타낼 때 그 순간 우리는 부처이다.

 

우리가 자기라는 개별 생명의 존속(存續)에 개의치 않고, 생명계 전체의 평안과 행복의 존속을 기원할 때 우리 생명은 생명계와 더불어 영원할 것이다. 그런 마음의 이어짐이 바로 우리의 불성(佛性)이기 때문이다.

 

 

 

강병균 :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