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꾼 여자 선생님 무아

2016. 4. 3. 12:1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728x90



나무꾼 여자 선생님 무아










불교닷컴 [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나무꾼이 산속에서 길 잃은 처녀를 데려와 같이 살았다. 행복도 불고 재산도 불었다. 어느 날 여인이 혼자 방안에 석 달 동안 있을 것인데 절대 문을 열고 보지 말라고 한다. 나무꾼은 마지막 날 하루를 못 참고 자발없이 문을 연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하도 궁금해서 눈을 떴다. 그 순간 여인은 대들보만 한, 흉하게 생긴 천년 묵은 지네로 변하고 벼락이 치고 집이 무너졌다. 나무꾼은 다시 가난해졌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순결하고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인다. 꿈같은 신혼이 지나면 방구도 트고, 코도 후비고 골고, 후빈 코딱지를 어디론가 발사하고, 코고는 소리로 집을 뒤흔들고, 이도 쑤시고,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건 새로 생긴 게 아니라 천년 묵은 오래된 모습일 뿐이다. 그동안 제 눈에 콩깍지가 씌워 못 봤을 뿐이다. 안 보이던 게 보이면 사랑이 식고, 그래서 싸움이 늘면 불행해 진다. 시시한 건 모르는 게 낫고 안 보이는 게 낫다. 세상에는 몰라도 좋은 게, 아니, 몰라야 되는 게 무척 많다. 알아도, 마음이 성숙해진 연후에나 알 일이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아직 유교영향이 많이 남아있어서 학생들은 선생님을 우러러 봤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로 존경했다. 존경하는 선생님이 화장실에 가는 걸 보고 날벼락 맞은 듯 충격을 받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로 선생님을 몹시 흠모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6,000~24,000명의 사람들이 벼락 맞아 죽는다. 문명국인 미국에서도 매년 50명 정도가 벼락사(電死) 한다. 사람들은 정말 여러 가지 이유로 죽는다.) (그 아이들은 그 전에 선생님의 무엇을 흠모했을까? 화장실에 안 가는 걸 흠모했을까? 설마 그럴 리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선생님이 화장실에 가는 게 선생님을 존경한 이유와 배치되는가? 세상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난해하다.)

석 달 동안 마음을 들여다보면 아무도 없다. 엄청난 허무와 공포가 밀려온다. 사람들은, 마지막 하루를 못 참고, 서둘러 마음의 문을 닫거나 마음에 필터(교리)를 설치한다. 그 필터를 통해서 보면 마음속에 누군가 있다. 영원한,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히 자리잡고 있는 불멸의, 순결한 존재가. 이는 용사가 괴물들을 물리치고 얻는 순결한 여인처럼 번뇌망상이라는 괴물을 물리치고 얻는 순결한 존재다. 이 존재가 여인보다 더 좋은 점은, 짝눈도 아니고 죽지도 않고 방구도 안 꾸고 화장실도 안 간다는 것이다. 순결하기 그지없는 완전무결한 불생불멸하고 상주불변(常住不變)하는 존재이다. 그걸 사람들은 ‘참나(眞我)’라 부른다.

모두 지혜가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다.

50대 보살이 큰스님을 찾아왔다. "스님, 큰일 났어요. 남편이 제 눈을 짝눈이라고 하며 병원에 가보랍니다." "보살, 처사가 보살 눈이 짝눈인지도 모르고 수십 년을 같이 살아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어서 가서 처사 말대로 수술을 하세요."

사실은 세상은 전이나 후나 그대로이다. 단지 우리 마음이 문제다. 세상을 재구성하는 우리 마음이 문제다. 재구성하는 걸 번뇌망상이라 하고, 재구성한다는 사실과 재구성하는 마음 역시 재구성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을 무지(無知)라고 한다.



  
▲ 번개. 일명 벼락.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 떼를 지어 내려친 벼락. 벼락에 맞아 죽으나 깨달음에 맞아 죽으나 죽기는 매한가지다. 하나는 몸을 죽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을 죽인다. 여러 번 맞을수록 죽을 확률이 높아진다.






강병균 :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 > 불교교리·용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무량심[四無量心]  (0) 2016.04.09
꿈속의 일 / 현정선원  (0) 2016.04.09
번뇌의 업과 악행   (0) 2016.04.03
봄꽃이 서글프다  (0) 2016.04.03
夢幻 / 현정선원  (0) 201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