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21. 11:36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莫與心爲伴 마음과 짝하지 마시게
無心心自安 생각을 버리면 절로 편안한데
若將心作伴 그럼에도 마음과 짝한다면
動卽被心瞞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 진각국사 혜심(眞覺國師惠諶)의 선시(禪詩)
기다림을 놓으라
우리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기다리던 일이 완성되면
또 다른 것을 기다리고
그것이 완성되면 또 다른 기다림의 대상을 만들어
우리의 기다림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고등학생은 대학생이 되길 기다리며
대학생은 좋은 취직자리를
학생은 좋은 성적을, 직장인은 진급을
수행자는 깨닫기를 기다린다.
한가지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내 앞에 나타날 사랑을 기다리고
빨리 큰돈 벌기를 기다리고
더 나은 직장을 기다린다.
출근후에는 퇴근을 기다리고
평일에는 휴일을 또 휴가를 기다린다.
가을엔 첫눈을 기다리고
겨울엔 따뜻한 봄을
봄엔 여름을
여름엔 가을을 기다린다.
성공하기를
부자 되기를
깨닫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끊임없이 평생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우리는 결국 한 번도 기다리지 않았던
죽음을 만나게 된다.
죽음의 순간까지 달려가면서
한순간도 기다림을 포기했던 적이 없다.
중요한 것은 '기다림'이 아닌 '기다림의 놓음'이다.
기다리지 않았을 때 지금 이 자리에서 깨어 있을 수 있다.
기다림이란 지금 이순간을 원치 않는다는 말이다.
지금이 아닌 다음 순간을 원한다는 말이고
현재가 아닌 미래를 원한다는 말이며
'지금의 나처럼'이 아닌 '
다른 사람처럼'되길 원한다는 말이며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원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기다림은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기대 사이의 갈등을 만들어낸다.
그 갈등이 바로 괴로움의 실체로 다가온다.
기다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 이 순간
만족하지 않는다는 말이고
지금 이 순간 만족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고되고 괴로울 뿐이다.
이런 우리의 기다림은 습관적이다.
그동안 우리는 무언가를 기다리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가.
아니 어쩌면 우리 삶 전체를 이런 쓸모없는
기다림에 헛되이 소모하고 있는지 모른다.
기다리지 말라.
기다릴 시간에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
더 근원적이다.
행복은 결코 기다린다고 오지 않는다.
행복은 결코 미래에 있지 않다.
다만 지금 이순간 깨어 있음과 자족을 통해 드러난다.
기다리는 마음은 이 자리에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이 자리를 봐야 하는데
다른 자리를 찾고 기다리고 있으니 어떻게 볼 수 있겠는가.
기다림의 결과로 행복을 얻을 수는 없다.
오히려 그 기다림을 완전히 놓았을 때
그때 언제나 있어 왔던 참 행복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충분히 인정하며
사랑하고 받아들이라.
그냥 지금 이순가느이 '나 자신'이면 되지
한참을 기다린 후에나 얻을 수 있는
'다른 그 무엇'이 될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순간의 내 모습에 내 소유에 만족하라.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하고 존중하고 인정하라.
다음 순간을 기다리지 말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이
기다림을 이룬 순간이 되도록 하라.
행복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있지 미래에 있지 않다.
이 순간에 서 있으면 무언가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종류의 기다림을 놓아버리고
바로 이 자리에 서 있으라.
- 법상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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