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4. 18:36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무심이 도(道)'라 하는 말씀을 듣고 / 해월스님
예전 어느 어부가 바닷가에 가면
해오라기라는 새들이 모여와서 어깨에도 앉고
재잘대며 하루 종일 같이 놀아 주더랍니다.
심심하지 않아서 좋아하던 어부는
어느날 가족들에게 그 이야기를 자랑삼아 하니
어부의 아내는
"해오라기 한마리만 잡아달라." 말합니다.
그동안은 해오라기가 손위에까지 앉았기에
"그래 그럼 당신 말대로 내일은 한마리 잡아오지."
하고는 쉽게 대답을 하고 다음날 바다에 나가니
그렇게 가까이 와서 놀고
재롱을 떨던 해오라기들이
그날따라 한마리도 가까이 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동안은 어부를 가까이 하더라도
조금도 위협적인 마음을 느끼지 못했던 해오라기들이
어부가 한마리 잡아다 아내에게 주리라
어느 녀석을 잡을까 하는 마음을 낸 순간
그 마음의 파장을 해오라기들이 읽은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어부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서
아내에게 잔소리 깨나 들었다고 전한답니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한 수좌스님이 있었는데
스승께 "무심(無心)이 도(道)"라 하는 말씀을 듣고
언젠가 내가 무심(無心)이라는 것을 잡고야 말리라.
[도를 이루리라.]하고 다짐하였습니다.
어느날 장작을 패고 있는 스님의 눈에
무심(無心)이가 장작 위에 얼쩡대는것이 보이는데
가만히 들여다 보던 스님은 이때다 싶은 때에
도끼를 들어 냅대 무심을 찍어 버립니다.
순간 수좌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만
일도 양단되어 잡혔으리라는 착각은 잠시
바로 옆의 나무 토막에 옮겨앉아
비웃듯 자기를 지켜 보는 무심(無心)을 봅니다.
다시 한번 고누고 고누기를 수도 없이 한끝에
역시나 무심(無心)이 잡는것을 번번이 실패한 스님은
이제는 무심(無心)을 잡으리라 하는 생각을 놓아버리고
무심에게 눈길 한번 안주며 장작만 패고 있습니다.
무심(無心)이는 '흥 어찌 그대가 나를 잡아.'
하는 모양으로 저만치서
손을 턱에 괴고 나무에 앉아
물끄러미 스님하는 양을 바라 보고 있는데
아니 그만 뜻하지않게 도끼 자루가 빠지면서
도끼 날이 날아가 무심이란 놈의 발 등을 콱 찍습니다.
무심(無心)이가 잡으려 할 때는
아무리 애써도 잡히지 않더니
무심(無心)과 나를 둘로 나누지 않자 제가 옴짝 달싹 못하고
"저 여기 있습니다." 하고 스님의 손에 들어 온 것입니다.
무심(無心)이란 결국 말로 되는 것이 아닌
말이 되어 나오기 이전의 그 무엇이요,
생각 이전의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무심(無心)을 이루겠다는 한생각이
이미 장애가 되어 가로 막혀 있는데
그 한생각을 비우지 못하고 다시 어디에서
무심을 찾을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무엇을 잘해 보겠다는 생각도
욕심 가운데 하나라 하시는가 봅니다.
예를 들어 국가대표 궁사나 프로 골프선수들이
잘해보겠다 하는 마음을 내는 순간 마음이 흐트러져
오히려 잘 해보겠다는 마음없이 하는 때보다
더 실력발휘가 안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한생각 일어나기 전의 그마음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하는 한생각도 내지 말 일입니다.
본래 무심(無心)이와 나는 둘이 아닌데
나는 무심(無心)하리라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두마음이 주객이 되어 서로 부딛히게 되는 것이니
신심명이라는 글 첫머리에
도(道)에 이르는 것은 어렵지 않나니
오직 이것이냐 저것이냐 간택하는 것을 꺼린다 합니다.
본디 있지도 않은 선악과를 먹는 순간부터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에 사로잡혀 낙원을 잃어버린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과 다르지 않을 터
나니 너니 이기고 지는것을 몰록 놓아버리면
그 자리가 바로 극락이요 낙원입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Rose Of Tralee / Celtic Chill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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