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4. 11:16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세심청심(洗心淸心) |
온통 눈(雪)으로 덮인 세상 천지 |
올겨울은 제주도에도 눈이 많이 내렸다. 종일 내리는 눈을 치우다 지쳐 잠들기도 했다. 하루일과를 시작하려 다시 창을 열면 어제 치운 눈보다 곱절이나 더 쌓여 있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잠시 멍하니 쌓인 눈을 바라다보기를 일주일 이상 같은 상황을 반복했던 것 같다. 평화올림픽 발원한 평창올림픽 한반도 관계 해빙무드로 전환돼 한라산 쪽은 더욱 많이 눈이 내렸다. 하나뿐인 제주공항 활주로는 잠시 눈을 치우면 비행기 몇 대가 이착륙하고, 그 사이 쌓인 눈을 다시 치우다보니 연착에 연착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나마 이륙 착륙이 늦어지는 건 양호했다. 많은 비행기 운항이 취소되고 온통 마비상태였다. 몇 년 사이 기록적 폭설이 이어졌다. 특히 올해는 강설일수로는 가장 길게 연속해 눈이 내렸다. 일기예보에 밤부터 눈이 멎는다고 했지만 아침이면 천지 온 산하 제주 도시가 설국(雪國)으로 변해버렸으니 일기예보도 믿기가 힘들다. 바쁜 일정이 없어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니 천지에 쌓인 눈이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그토록 뽐내던 세상은 자신들의 모습을 눈(雪) 속에 감추고 굴곡만 겨우 드러내고 있다. 육지 지인들에게 이 아름다운 제주의 한라산의 설경을 함께 보자, 즐기자 할 수도 없어 혼자 바라보고 있노라니 애틋한 미안함까지 더 하여 한라산이 더욱 아름다운 듯했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 생물인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들은 오래 간직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에 화장을 하고 아름답게 보이려고 성형수술하고 꾸미려 하는 것만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記憶)도 자기 나름대로 아름답게 각색해서 멋지게 보고 싶은 본능이 있다. 그래서일까 억울했었거나 왜곡되었던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려 들추어내면 처음에는 그 기억들에 흥미를 갖지만 금세 짜증을 내곤한다. 2017년 5월 정권이 바뀌고 세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니 과거에 있었던 많은 일들도 제대로 된 것들이 없어 보이나보다. 흥분에 겨워 들추어지는 과거의 일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드라마에 홀딱 빠진 사람들 마냥 흥미를 가진다. 나의 스승이신 혜인 스님께서 하신 법문이 생각난다. “아무리 더러운 똥오줌도 흙으로 잘 덮어두면 좋은 거름이 되어 맛난 곡식과 과일을 우리들에게 선물해 준다”고 하셨다. 그러나 요즘 대한민국에 화두가 된 적폐(積弊,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 들도 오래 덮어두면 우리 사회를 키워내는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을까? 조금은 자신이 없다. 아니면 적폐를 확 청소를 하고 나면 그 적폐청산이 맑은 공기와 물이 되어 우리 모두의 삶을 더욱 평화롭고 윤택하고 아름답게 꾸며 줄 수 있을까?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났다. 전세계 사람들이 평화올림픽을 꿈꾸었다. 평창 동계 올림픽으로 대립과 갈등 전쟁 직전의 한반도가 평화로운 삶의 터전으로 바뀌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바랐다. 오래 경색된 남북관계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화해무드로 바뀌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는 오랜만에 해빙의 무드를 열어 북쪽 우리 동포들이 내려오자 못마땅한지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빈정대기도 했다. 한반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한민족에게 좋을 일이 하나도 없을 텐데도 갈라지고 찢어진 한반도의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는 세력들이 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자유로운 남북교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사고방식, 말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이 남한 사람들에게 더 이익이고 평화로울 거라 믿고 있는 것이리라. 미국과 일본은 매일 연일 한반도 갈등과 대립이 깊어져 전쟁을 일으키고 싶은지 ‘코피작전’을 떠들고 있다. 그러나 지렁이도 꿈틀댄다고 누군가에게 주먹을 맞아 코피가 난 사람이 그냥 주저 앉아만 있을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결국 한반도 전쟁으로 인한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한민족이 감내해야만 할 재앙이다. 한반도 전쟁 뒤에서는 자국의 이익을 계산하고 있는 어둠의 무리들이 미소짓고 있을 것이다. 눈(雪)이 온 천지 이 세상을 품고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주듯이 우리 남과 북도, 보수도 진보도, 우리 종단내부의 일들도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로 감싸 안는다면 눈에 덮혀 윤곽만 드러나는 산하같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창에서 한반도 평양으로 함께 평화를 이루어 평화의 상징인 우리 한민족이 세계만방으로 뻣어나가는 평창올림픽이 되기를 축원한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 kr [1429호 / 2018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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