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근본을 놓아버리는 것 / 원공스님

2018. 9. 29. 13:08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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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근본을 놓아버리는 것 / 원공스님



처음에 모르면서도 오로지 주인공(主人空) 하나만 붙들고 믿음으로 나아갈 때,

 스님께서 빠르다 하셨다. 조금 지나서, 다른 사람의 수행이 더 나은 것 같아서

스님께 여쭈었더니, 이말 저말에 흔들리지 말고 너 하던 대로 하라고 하셨다.

몇년 후, 책도 읽고 해서 수행의 이치를 옛날보다 잘 알게 되었는데,

큰스님께서는 산만해서 더디다 하셨다.

지금의 자신을 보니 가르치려는 마음이 앞서서 배우려는 자세와 마음을 철저히 관찰하고

비우는 수행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낀다.

나의 정진보다 가르치는 말에 더 충실한 것은 진실이 부족한 것이다.

5년만에 돌아와서 큰스님 곁에서 정진력을 충실히 다지려 생각하며 지내니 하루하루가

기쁘고 감사하다. 지금 내 마음에 글을 쓰려는 의욕은 없으나, 기회가 주어지니 감사하다.

 

  나는 출가 전 여러 해 마음의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가족은 그것을 몰랐고, 알았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부모라도 나의 괴로움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진리의 스승을 찾았다. 그 때는 부처님 회상이나 스승이 많은 인도 같은

곳에 태어나지 못한 것이 한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복이 많은 다행한 사람인 것을 안다.

내게는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세상의 괴로움을 둘러보면 두려운 일이다.

모든 것이 변하여 죽음에 이르는 세상의 무상(無常)함을 생각할 때, 생사윤회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는 가르침은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우리는 큰 선지식을 만나서 불법을 배우는 이 인연의 소중함을 깊이 가슴에 새겨서

늘 새롭게 발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믿음은 곧 힘이어서 모든 것이 믿음이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처음  발심하여 공부를 할 때는 무조건 일심으로

'주인공(主人空)을 믿고 모든 것을 맡기는' 수행을 실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흔들림 없는 정진력을 얻기 전에는 많은 지식을 알려고 할 필요도 없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배우려고 할 필요도 없다.

아는 것이 많으면 마음이 산만해지기 쉽고, 공부가 잘 안 되는 것 같으면 뭔가 더 좋은

길은 없는가 찾으려는 약삭빠른 분별심에 끄달리기 쉽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오히려 정진력을 얻는 것이 더디게 된다.

 

  그리고 하나로 모아서 놓아버리는 정진력이 충실하지 않으면 매사에 걸 리는 일이 많아진다.

큰스님께서 "걸리면 더디어진다. 일체에 걸리지 말라. 왜, 네가 끼어드느냐?

그냥 지켜보기만 하라."하셨다. 그러므로, 된다 안 된다 모든 생각에 '나'가 끼어들지 않게,

 오직 모든 것을 주인공에 놓고 지혜로이 굴려야 한다.

 스승을 만나서 가르침을 받아 지니면 일심으로 그 길을 수행해야지.

많은 경전이나 수행법 등의 방편에 집착하면, 후에 그것이 돌아가는 길임을 알게 될 것이다.

모든 방편의 근본은 놓아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큰스님께서 우직하게 하나를 쥐고

나아가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하신 것이라 생각한다.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믿음은 곧 힘이어서 모든 것이 믿음이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첫째로, 스승의 가르침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이 믿음이 없으면 철저한 정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경계가 닥치면 일념으로 몰고 가지 못하고 물러서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또, 아는 지식으로 자기 나름대로 잘 하려고 수행을 하지만 자기 식의 믿음을 놓지 못히면

자기 욕심이 죽지 못해서 결국은 더디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 나의 자성(自性)이 부처라는 믿음이 중요하다.

모든 것의 근본은 주인공(主人空)이고, 모든 것은 주인공이 하는 것이다라는 믿음을 말한다.

여기에서 '나'가 없는 것이 주인공(主人空)이니, '나'라는 아상을 덧붙이지 말아야 한다.

이 믿음을 키우는 최선의 길은 일상 생활 속에서 주인공을 믿고 모든 것을 맡겨서

활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 평범한 것 같지만, 무사가 전쟁터에서 실제로 싸우면서

무술을 익히는 것과 같은 강렬하고도 빠른 직접적인 수행이다.

동중(動中)의 수행은 원래 정중(靜中)의 수행보다 더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성품을 보는 데 집중된 '체' 중심의 공부는 높고 '활용하는' 수행은 낮은 것으로

아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의 나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놓아버림이 바탕이 되는데

그것이 바로 체이기 때문에 體(체)와 用(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체 중심으로 수행하던 사람은 경계에 부딪히면 흔들리기 쉽고, 정진과 현실생활을 따로

보기 쉬워서 그것을 피하거나, 효과적이고 능동적인 굴림으로 그 상황의 주인이 되는

역할을 충실히 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절대성의 체를 거머쥐고 상대성의 모든 현상을 굴리는 이 공부가 더 깊은

공부이며, 이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 믿는다.

 

  일심으로 주인공(主人空) 하나에 모으는 수행을 해나가면 곧 감응이 오고 많은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때가 되면 원력이 크지 않은 사람일수록 '나'를 내세우는

아상(我相)이 더 높이 고개를 든다. 그러므로, 항상 자신의 잘못을 보고, 겸손하며,

 마음을 비우는 일을 철저히 하여 부끄러움을 줄여야 한다.

 또, 정진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는 경계가 올 때에는, 다른 것을 찾아 방황하지 말고

오직 더욱 철두철미하게 정진할 것을 생각해야 한다.

자신을 살펴서 의심을 놓아 버리고 더 깊이 믿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마음 속의 집착들을 샅샅이 놓아 버리는 수행에 더 힘써야 한다.

 수행은 본래 '나'가 하는 것이 아니고 '주인공(主人空)'이 하는 것이기에 수행에

장애되는 것을 버리는 것이 수행의 비결인데, 우리의 수행의 큰 장애물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얼룩진 우리의 습관들이다.

생각과 말과 행동을 철저히 관찰하여 자신을 다스리되 무의식적인 습관들도 발견하여

마음을 철저히 비워서 자유스럽게 하는 노력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공부가 되니 안 되니 하는 생각에 집착하는 것이 찰나의 삶을 버리고 환상을 좇는

마음의 장난에 속는 일이다. 남을 가르칠 때에도 가르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함께

진리를 탐구하는 자세로 대화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남의 잘못을 보기에 앞서 나를 가르치기에 더 힘쓰며, 나를 낮추어서 겸손하고

부드럽게 행하면서, 마음을 항상 비워서 고요하게 하여 주인공(主人空)의 지혜가

항상 밝아서 자재로이 나투게 해야 한다.

 

 이것은 누구에게 말하기 앞서 내가 먼저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스승님 모시고 도반들과 함께 정진하는 이 희유한 큰 인연에 감사하고 모두 함께

'나'가 없는 한마음의 위 없는 지혜 밝혀서 세세생생 함께 보살도 나투는 자유인(自由人)

되기를 발원(發願)합니다.


플래티넘 발라드 vol.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