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께서 카샤파에게 말씀하셨다.
『 마음이 애욕에 물들고, 마음이 분노에 떨고, 마음이 어리석음으로 아득하게 됨은 어떤 마음인가.
과거의 마음인가, 미래의 마음인가, 현재의 마음인가. 과거의 마음이라면 그 마음은 이미 사라졌다.
미래의 마음이라면 그 마음은 아직 오지 않았고, 현재의 마음이라면 그 마음은 머무는 바가 없다.
마음은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밖에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다른 곳에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은 형체가 없기에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나타나지도 않고, 인식할 수 없고,
뭐라고 이름을 붙일 수도 없다. 깨달은 자 누구도 일찍이 마음을 본 일이 없고, 지금도 보지 못하고,
앞으로도 보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은 마음이라면 마음의 작용은 어떤 것일까.
마음은 환상(幻想)과 같아 허망한 분별, 망상, 번뇌에 의해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마음은 바람과 같아 멀리 가고, 붙잡히지 않으며, 모양을 보이지 않는다.
마음은 흐르는 강물과 같아 멈추는 일 없이 찰나에 일어나고 찰나에 사라진다.
마음은 등불의 심지와 같아 인(因, 원인)이 있어 연(緣, 조건)이 닿으면 불이 붙어 비춘다.
마음은 번개와 같아 잠시도 머물지 않고 찰나지간에 일어났다 찰나지간에 소멸한다.
마음은 허공과 같아 뜻밖의 연기로 더럽혀진다.
마음은 원숭이와 같아 잠시도 그대로 있지 못하고 이리 저리 움직인다.
마음은 능숙한 화가와 같아 여러 가지 모양을 잘 그려낸다.
마음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서로 다른 의혹을 계속해서 새로 불러일으킨다.
마음은 항상 혼자서 간다. 두 번째 일어난 마음이 첫 번째 일어난 마음과 결합되어 함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은 왕과 같아 몸과 분별심, 모든 것을 통솔한다. 마음은 원수와 같아 온갖 괴로움을 불러일으킨다.
마음은 모래로 쌓아올린 모래성과 같다. 마음은 무상한 것을 영원한 것으로 착각한다.
마음은 똥파리와 같아 더러운 것을 깨끗한 것으로 착각한다.
마음은 낚시 바늘과 같아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착각한다.
마음은 꿈과 같아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처럼 착각한다.
마음은 적군과 같아 항상 내 약점을 기뻐하며 내 약점을 노리고 있다.
마음은 존경에 의해서 혹은 분노에 의해서 쉽게 흔들리고, 교만해지기도 하고, 비굴해지기도 한다.
마음은 도둑과 같아 모든 선근(善根)을 훔쳐 간다.
마음은 막무가내로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아름다운 모양(色)을 좋아한다.
마음은 싸움터의 북처럼 소리(聲)를 좋아한다.
마음은 썩은 시체의 냄새를 탐하는 하이에나처럼 타락의 냄새(香)를 좋아한다.
마음은 음식을 보고 침을 흘리는 종처럼 맛(味)을 좋아한다.
마음은 기름접시에 달라붙는 파리처럼 감촉(觸)을 좋아한다.
이와 같이 남김없이 마음을 관찰해 봐도 마음의 정체는 결코 알 수가 없다. 즉 찾을 수 없다.
찾아 얻을 수 없는 마음은 과거에도 없고, 미래에도 없고, 현재에도 없다.
과거나 미래나 현재에 없는 마음은 과거 현재 미래, 삼세(三世)를 초월해 있다.
삼세를 초월한 마음은 유(有, 있는 것)도 아니고 무(無, 없는 것)도 아니다.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닌 마음은 생겨나는 일이 없다. 생겨나는 일이 없는 마음에는 자성(自性)이 없다.
자성(自性, 스스로의 성품)이 없는 것에는 일어나는 일이 없다. 일어나는 일이 없는 것은 사라지는
일이 없다. 사라지는 일이 없는 것에는 지나가 버리는 일이 없다. 지나가 버리리는 일이 없다면
거기에는 가는 일도 없고 오는 일도 없다. 마음은 죽는 일도 없고 태어나는 일도 없다.
가고 오고, 죽고 나는 일이 없는 것에는 어떠한 인과(因果)의 생성도 없다.
인과의 생성이 없는 것은 변화와 작위(作爲)가 없는 무위(無爲, 아무것도 함이 없음)이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누구나 본래부터 이미 완전하게 지니고 있는 본성(本性)이다.
본성은 허공(虛空)이 어디에 있건 항상 평등하듯이 누구에게나 평등(平等)하다.
마음의 본성은 모든 존재가 마침내는 하나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분별, 차별, 차등, 구분이 없다.
본성은 몸이나 마음이라는 차별에서 아주 떠나 있으므로 한적하여 깨달음의 길로 향해있다.
본성은 어떠한 분별 망상 번뇌로도 더럽힐 수 없으므로 때가 없이 청정하다.
본성은 자기가 무엇인가를 한다는 집착, 자기 것이라는 집착이 없기 때문에 내 것이 아니다.
마음의 본성은 진실한 것도 아니고 진실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결국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완전하게 평등하다. 본성은 가장 뛰어난 진리이므로 이 세상을 초월해 있고 진실하다.
마음의 본성은 본질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므로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본성은 존재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진실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성품으로서 항상하기에 영원하다.
마음의 본성은 가장 뛰어난 자유이므로 즐거움이다. 본성은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므로 맑다.
본성은 아무리 찾아보아도 나라고 할만한 실체가 없기 때문에 무아(無我)다. 본성은 절대 청정하다.
그러므로 안으로 깨달음을 구할 것이고 밖으로 마음이 흩어져서는 깨달음을 구할 수 없다.
누가 내게 화를 내더라도 같이 화내지 않고, 남한테 두들겨 맞더라도 같이 때리지 않고,
비난을 받더라도 같이 비난하지 않고, 비웃음을 당하더라도 비웃음으로 대하지 않는다.
자기의 마음 속으로 「도대체 누가 성냄을 받고, 누가 두들겨 맞으며, 누가 비난을 받고,
누가 비웃음을 당하는 것인가」라고 되묻고 되살핀다.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은 위와 같이 마음을 거두어 어떠한 환경에서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보적경 가섭품(寶積經 迦葉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