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불교의 우주관/동양 속의 우주|******@불교의우주관@

2019. 6. 23. 19:03일반/생물·과학과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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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우주관 I

  • 동양 속의 우주

    불교의 우주관

    정병조(동국대 교수,불교철학)
    I. 동양속의 우주
    1. 중국 신화(반고의 천지 창조)
    우주의 기원에 관한 관심은 본질적으로 형이상학적의 범주에 속한다. 거친 자연 속에 내던져진 인간들에게 있어서 가장 원초적 의문은 자연과 우주의 근원에 대 한 의문이었다. 그것을 체계화하고 논리화해온 노력이 철학과 종교의 근본 과제 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에 관한 논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형태를 크 게 벗어나지 않는다.

    첫째는 우주 전변설 宇宙轉變說 이다. 즉, 태초에 어떤 절대자 혹은 근원적 힘 에 의하여 우주가 생성 · 유지된다는 생각이다. 기독교의 천지 창조론 같은 것 이 대표적 실례이지만, 중국 신화, 한국신화 등에서도 주류를 이루는 사고 경향 이다.
    둘째는 적취설 積聚說 이다. 이를테면 다 多 에서 다가 생성되었다는 입장이 다. 본래부터 우주는 혼돈의 상태였고, 혼돈이 가라앉으면서 많은 존재들이 저 절로 생겨났다는 주장이다.
    셋째는 인연설 因緣說 이다. 태초의 절대자에 대한 주장은 억지 논리에 불과하 다는 반성에서부터 출발한다. 사물의 생성과 소멸에는 필연적인 인과 因果가 상 존하며, 그 인연의 실타래가 바로 우주의 비밀이라는 입장이다. 불교 같은 종교 가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될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세 가지 입장은 각자의 선명한 논리 구조와 함께, 치명적인 모 순성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해겔이 말한 대로 인간, 그 자체가 이미 모순이 다. 이성 자체에도 모순이 깃들어 있으며, 생명의 기원 또한 논리적이지는 않 은 것이다. 따라서 어느 쪽이 더 논리적이냐 하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다만 우 주의 생성에 대한 인간 사색의 흔적을 더듬어 보는 일로 만족할 따름이다. 동양인에게 있어서 이와 같은 사색의 흔적은 이미 기원전 10여 세기로 부터 비 롯된다. 이 글에서는 불교의 우주관을 중심으로 인도와 중국의 경우에 관해서도 간략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중국의 천지 창조 신화는 다양한 장르륵 갖고 전개된다. 전변설의 가장 대표격 으로는 반고 盤古 신화가 꼽힐 수 있고, 주자학의 경우에는 역 易 의 세계관을 들 수 있다.

    반고 신화에 의하면 천지가 개벽하기 이전의 우주는 달걀 속 같았다. 달걀 껍 질에 꽉 막힌 우주는 칠흙 같은 어두움과 혼돈에 휩싸인 이른바 카오스의 상태 였다. 반고는 이 달걀 같은 우주 속에서 무의식의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 다. 그가 무의식의 상태에 있은 지 1만 8000년, 드디어 그는 잠에서 깨어난다. 그는 곧 숨이 막히고 답답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고, 그 공포와 절망을 이기지 못해서 달걀 껍질을 깨버렸다. 온 우주가 진동하면서 굉음이 천지를 뒤흔들었 다. 이 상황 속에서 우주의 청명한 정기는 하늘로 훨훨 날고 있었다. 한편 혼탁 한 물체들은 아래로 처져내려 갔다. 하늘과 땅이 갈라졌지만, 반고는 이 둘이 서로 엉킬 것을 염려했다. 그래서 반고는 머리로 하늘을 이고 땅을 두 발로 눌 렀다. 반고는 우주가 다시 혼돈과 암흑에 휩싸이지 않게 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 생하였다. 위대한 천지 창조자인 반고는 그 거대한 몸을 눕혔다.

    그는 죽은 것 이다. 그의 육신은 죽어서도 썩지 않았다. 반고의 입김은 바람과 구름이 되었 다. 그의 목소리는 뇌성으로 변했다. 왼쪽 눈은 태양으로, 오른쪽 눈은 달로 변 하여 세상을 밝게 비추었다. 온 몸은 대지를 둘러싸고, 그의 손발은 대지의 네 극이며, 다섯 개의 명산이 되었다. 혈맥은 하천으로 변하여 흘렀고, 근육은 사 방을 연결하는 도로가 되었다. 살은 기름진 옥토로 변하고, 머리털이나 수염은 하늘의 별이 되었다. 피부의 털은 화초와 수목으로 피어났고, 치아나 뼈는 오색 영롱한 금은 보석으로 바뀌었다. 땀방울은 비와 이슬이 되어 대지를 적신다. 반 고는 죽어서도 온 세상을 풍요롭게 하였고, 아름답게 보살펴주었던 것이다.[ 중 국 신화의 모티브는 Tien(天) 에 대한 외경 畏敬 이다. 이외 에도 <<회남자>>, <<장자>> 등에 나타나는 천지 창조설도 같은 맥락이다. 김열규, <<동양의 신 들>>(한국능력개발사,1978),pp.208-210 ]

    2.인도의 신화(Tad Ekam의 변형)

    태초에는 무 無 도 없고 유 有 도 없고, 공계 空界 도 없고, 또한 天界도 없 었다. 무엇이 이를 뒤덮었던가? 그것은 어디에 있었던가? 누가 이를 옹호했던 가? 저 물은 어떻게 있었으며, 밑없는 깊이는 어떻게 있었던가? 그때에는 죽음 도 없고 불사 不死/Amrta 도 없었으며, 낮과 밤의 구별도 없었다. 오직 타드 에 캄 Tad Ekam/that oneness/彼唯一者 만이 소리도 없이 스스로 호흡하고 있었으 며, 그 밖에는 일찍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암흑뿐이었다. 이 모든 것은 암흑에 뒤덮힌 빛 없는 파동계 波動界 였다.

    허공으로 둘러싸인 원자 原子 /Abhu는 그 자신의 열 熱 의 힘으로 태어났다. 그것이 전개되어 처음으로 애욕 愛慾/Kama 이 생겼고, 이것은 식 識의 최초의 종자였다. 실로 누가 이를 알리 오. 누가 지금 여기서 이를 설명할 수 있으리오. 그는 어디로부터 생겨나왔으 며, 어디로부터 이 조화가 나오는가? 여러 신들도 천지 창조 이후에 생겨났으 며, 그렇다며 그 어디로부터 생겨났는지를 아는 자는 누구냐? 그는 알리라. 이 조화의 원천을 아는 사람은 최고천 最高天 에서 이 세계를 관장하고 있다. 그는 진실로 알리라. 그러나 아마 그도 또한 모르리라. [<<리그베다>>, Nasadasiya Sukha, X,129.pp.1-6;졸저,<<인도철학사상사>>(경서원,1980),pp.20-21. 이 신 화의 패턴은 근원적 세계 원리의 모색이며 Tad Ekam->Kama->Manas라는 도식을 나타낸다.]

    즉, 유일자에서 천지 창조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설명인데, 인도 신화에서 보 이는 절대자는 이 외에도 원인 原人/Puraush, 도 道/Rta, 시간 時間/Kala 등이 있다. 특히 제일 마지막 구절에 보이는 절대자에 대한 회의 懷疑 가 관심을 끈다. 불교학자들은 이를 유일신교에서 범신론 汎神論에 이르는 과정으로 파악 하고 있다. 이 사상을 보다 세련되게 다듬은 것이 우달라카 Uddalaka의 존재론 이다. 그는 우파니샤드 Upanisad에 등장하는 철인 哲人인데, 우주 창조의 근원 을 사트 Sat라고 설명하였다.

    즉, 태초에 우주에는 사트만이 존재하였다. 이 사트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 가 많아지리라. 번식하리라 고. 그는 불 Tapas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 불은 물 Apas을 만들었다. 어디에서나 고열 苦熱을 느끼면 사람이 땀을 흘리는 것이 그 까닭이다. 그때에 불로 말미암아 물이 생긴다고 했다. 그 물은 곡식을 만들 어냈다. 이때 사트는 다시 생각했다. 내가 아트만 Atman으로서 지 地, 수 水, 화 火, 풍 風 속에 들어가 명색 名色/Namarupa을 전개하리라. 결국 만유 萬有 는 지,수,화의 삼대 요소로 구성되었으며, 그 세가지 요소가 사물을 전개시킨 다. 사트는 만물을 만들었지만, 다시 그 안에 용해됨으로써 사물은 신 자체가 된다.

    이 신화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사트의 존재 변화 이유이다. 즉, 천지 창조 의 절대자가 완전무결하다면, 왜 불완전한 세계를 만들었으냐 하는 의문이 제기 될 수 밖에 없다. 언제나 그 해명은 궁색하기 마련인데, 이곳에서는 내가 많아 지리라. 번식하리라 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또 그것이 애욕이 근본이라는 부 연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불교는 이와 같은 가설 假說을 모두 부정한다. 즉, 절 대자에 대한 천지 창조설과 본래 사물이 존재했다는 주장을 부정하면서 인연설 이라는 새로운 우주론을 펼쳐 나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