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의 일이다 / 대우거사님

2019. 8. 25. 10:2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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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의 일이다 / 대우거사님

질문 >

어젯밤 산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섬뜩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무서운 마음이 · · · · · ·


< 답변 >

어느 날 먼 길에서 오는 동산 선사를 보고, 스승 운문 선사가 물었소.

  ― 어디서 오는 길인가?

  ― 사도(査渡)에서 오는 길입니다.

  ― 이번 여름은 어디서 보냈는가?

  ― 호남(湖南)에서 보냈습니다.

  ― 언제 그곳을 떠났는가?

  ― 8월 아무 날 떠났습니다.

  ― · · · · · · 내 그대에게 세 방망이를 호되게 내려치리라.


 그 소리를 듣고 하룻밤 내내 왜 맞았는지 끙끙 궁리하다가

다음 날 스승께  여쭸소.

“제가 어제 세 방망이를 호되게 맞긴 맞았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제 허물이 무엇인지 자비로 일러 주십시오?” · · · · · ·

 “밥주머니가 강서 와 호남에서 그따위 짓을 하고 돌아다녔구나!!”

그 할(喝)을 듣고 화닥닥 깼다는 거요.

 주재자는 없소. 모든 게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 이 몸뚱이는 허깨비요.

목석과 다르지 않소. 보지도 듣지도 알지도 못하오.

참성품은 까딱한 조짐도 없소. 지금 그렇게 뭔가 열심히 왔다갔다 보고

듣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중생이  한 생각 일으키는 데에 따라

참성품이 응현하고 있는 거요.

지금 목전의 모든 일이 참성품이 나는 거라 소리요. 작용이 없으면서

빈 골짜기가 음성에 의해 메아리를 내듯 그렇게 내는 거요.

거기에 어디 ‘나’란 놈이 끼어들어 ‘내’가 지난 밤 어찌어찌 했는데

‘내’가 무서운 생각이 들더라 이러쿵저러쿵 · · · · · · .

게 얼마나 망발인지 알아차리겠소?

 맨날 체험한 게 ‘나’고, ‘내’가 체험한 바에 따라 그게 전부 실제인 줄

알고는, 모든 이야기를 그로부터 풀어내니, 여러분이 설법을 얼마나

수박 겉핥기식으로  듣고 있는지 알아야 하오.

거기 어디에 실제도 아닌 ‘나’란 놈이 끼어들 여지가  있냔 말이오?

심지어는 지난 밤 꿈에 ‘내’가 이러쿵저러쿵 했다는 소리까지 하고 있으니

이걸 참 어쩌면 좋겠소? 이 세상이 몽땅 꿈이오.

꿈속에서 있었던 일을 실제인 줄 아는, 그게 무명중생이오. · · · · · ·

진지하고 삼가는 마음으로 참으로 참구가 깊어야 하오. 그러지 않고선

수천만년 갇혀 살아온 그 상식의 굴레를 도저히 벗어날 길이 없소.

벗어나기는커녕 자기가 그 굴레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하오.


- 대우거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