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가다 보면, 기체가 심하게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저절로 생각이 일어납니다.
'이러다가 잘 못되는 거 아냐?' 하는 생각, '비행기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이 젊은 날에 죽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 '비행기가 바다에 떨어지면 어떻게 탈출하지?' 하는 생각 등등
전혀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큰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기체가 흔들린다는 인연 따라 생각은 자연스럽게 저절로일어나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같은 생각들은 인연 따라 일어나 올라온 것이고, 생각을 포함해서 인연 따라 생겨난 모든 것들은 그냥 인연따라 사라질 뿐, 실체가 아닙니다. 생각도 그저 일어나 올라왔다가 사라지져버리는 실체가 없는 허망한 것일 뿐입니다. 그렇듯이 사실 생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바람이 분다고 바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듯, 생각이 일어난다고 생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저절로 일어나 올라오는 생각을 그냥 내버려두면, 그 생각은 인연 따라 일어나 올라왔다가 인연 따라 저절로 사라져버리는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생각이 일어나 올라올 때 그냥 오도록 허용해주고, 생각이 갈 때 가도록 그저 허용해 주어 생각 거기에 쓸데없는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을 해서 생각에 끌려가지만 않으면 그냥 그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인연 따라 일어나 올라온 생각에
온갖 생각들을 덧붙이고, 과거에 경험했던 정보와 온갖 정기억들을 총동원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온갖 생각들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들어낸 수많은 생각들을 실체로 믿기까지 합니다. 인연 따라 일어나 올라왔다 인연 따라 사라져간 생각을 실체화 하는 것이지요.
생각은 전혀 실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각으로 인해 비행기 타고 가는 내내 불안에 떨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더 심해지면, 생각들을 실체로 믿게 되어, 다음부터는 아예 비행기를 절대 탈 수 없는 트라우마가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인연 따라 생겨났다 사라져버린 자연스러운 첫 번째 화살, 첫 번째 생각, 인연의 첫 번째 작용에는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첫 번째 생각을 실체화 시켜서 계속해서 두 번째 화살(생각)을 맞고, 온갖 생각들로 허망한 생각들을 만들어 화살을 맞습니다.
두 번째 화살(생각)만 맞지 않으면 됩니다. 그저 첫 번째 실상의 작용, 인연의 작용에서 더 이상 두 번째 허상의 작용을 만들어내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러면 인연 따라 생겨난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사라져버리듯, 생각은 찰라지간에 일어났다가 내가 새로운 생각으로 처음 일어나 올라왔던 생각에 힘을 보태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저절로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 삶이 깨달은 자의 삶이고, 두 번째 생각 세 번째 생각 등 온갖 생각들을 보태어 그 생각들을 믿고 사로잡히고 휘둘려서 괴로워하고 두려워하는 삶이 중생의 삶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