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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지(差別智) / 구산 스님
차별지혜(差別智慧)로써 사물을 관찰한다면 천삼라(天森羅)와 지만상(地萬象)이 두두물물(頭頭物物)과 형형색색(形形色色)으로 나누어져 차별(差別)이 분명하다.
지(智)는 혜(慧)의 체(體)요, 혜(慧)는 지(智)의 용(用)이다.
비유하면 지(智)는 백옥(白玉) 그 자체요 혜(慧)는 백옥의 광명(光明)이다. 옥석(玉石)이 귀중하나 원석을 다듬어서 모든 흠이 없어진 때에야 순수한 옥의 모습이 드러나서 뚜렷한 빛을 발하게 된다.
우리의 성품 자체도 이와 같아서 진성(眞性)을 닦지 않으면 이를 범부라 하며 자성을 명달(明達)하면 이를 성현(聖賢)이라 한다. 성현이란 마음을 밝힌 사람이라 혜안(慧眼)으로 모든 환경을 살펴보면 견문각지(見聞覺知)가 진성의 촉감 아닌 것이 없으며 색성향미(色聲香味)가 진성의 작용 아닌 것이 없다.
이 우주 안의 삼라만상이 환상(幻相) 아닌 것이 없으나 자심(自心)을 깨닫고 보면 또한 실상(實相) 아닌 것도 없다. 왜 그런가 하면 체성(體性)이 법계에 충만하여 유무(有無)를 초월하며 생사(生死)를 초월한 까닭이니라. 비유하면,
十尋鑿地하면 十尋虛空이요 百丈掘地하면 百丈虛空이라 열 길 땅을 파면 열 길 허공이요 백 길 땅을 파면 백 길 허공이라.
허공은 더함도 덜함도 없으니 체성(體性)도 이와 같느니라. 청황적백(靑黃赤白)과 고저청탁(高低淸濁)이 다 체성의 묘용(妙用) 아닌 것이 없다. [법화경(法華經)]에 이르기를,
心生하면 種種法生하고 心滅하면 種種法滅이라
마음이 일어나면 갖가지 법이 일어나고 마음이 없어지면 온갖 법도 없어진다. 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살펴보면 세간법(世間法)과 출세간법(出世間法)이 모두 개개인의 자성묘용(自性妙用) 아닌 것이 없다. 육조(六祖)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佛法이 在世間하니 不離世間覺하라 離世覓菩提하면 若似求兎角이라 불법이 세간에 있으니 세간을 여의지 말고 찾으라 세상을 떠나서 보리(菩提)를 찾는다면 마치 토끼뿔을 찾은 것과 같다.
또 [화엄경(華嚴經)]에 이르기를,
若人欲了知 三世一體佛인댄 應觀法界性하라 一切唯心造라 만일 어떤 이가 삼세의 모든 부처님을 알고자 하면 마땅히 법계의 성품을 보아라 모두가 이 마음의 조작(造作)이니라.
또 [원각경(圓覺經)]에 이르되,
일심(一心)이 청정(淸淨)하면 다심(多心)이 청정(淸淨)하고 다심(多心)이 청정(淸淨)하면 법계()法界가 청정(淸淨)이라. 하였다.
깨달은 안목으로 살펴보면 진허공계(盡虛空界)와 시방세계(十方世界)가 모두 내마음의 묘용이기 때문에 사바세계와 극락세계가 다르지 않으며,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으며, 육도고해(六途苦海)가 본래 스스로 공적(空寂)하다.
但盡凡情이언정 別無聖解니라
다만 범부라는 마음을 버릴지언정 따로 성인이란 생각을 내지 말라.
그러므로 좋고 나쁜 모든 경계를 대할 때에 빙긋이 웃고 마는 것이 묘용 아닌 것이 없도다. 이것을 대원경지(大圓鏡智)라 한다.
일체처(一體處)와 일체시(一體時)가 낙원 아님이 없으니 인간 최고 행락이 곧 이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불즉시심(佛卽是心)이요 심즉시불(心卽是佛)이니 부처를 어찌 멀리서 찾으리오.
過去佛은 已去하고 未來佛은 不來하니 現在佛은 向什마處하야 覓得마아 과거의 부처님은 이미 갔고 미래의 부처님 아직 오지 않았으니 현재의 부처님은 어디에 가서 찾을 것인가?
心外에 無佛하고 佛外에 無心하니 發明自心하면 現在眞佛이 出世也로다 마음 밖에 따로 부처 없고 부처 밖에 마음 없나니 자심(自心)을 깨달으면 눈앞에 산 부처님 나타나리라.
이럴 즈음에 이르러 삼세(三世)의 모든 부처님과 함께 손을 마주 잡고 가니 보리좌(菩提座) 아닌 곳이 없고 열반락(涅槃樂)아닌 것이 없도다. 이를 가리켜 무위진인(無爲眞人)이다, 격외인(格外人)이다, 물외인(物外人)이다, 자재인(自在人)이다, 천인사(天人師)다, 불(佛)이다, 세존(世尊)이다 라고 하느니라.
山移月不移하니 到處菩提座로다 老松雲鶴棲하고 綠樹黃鶯和로다 산은 옮겨도 달은 옮겨 가지 않으니 이르는 곳마다 보리좌로다 노송엔 구름과 학이 깃들고 녹수에는 꾀꼬리가 노래하네.
출처 : 석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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