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사는 법 / 현각스님

2008. 7. 8. 14:38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728x90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이 연 

        

 

아름답게 사는 법 / 현각스님

 

 

며칠 전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선암사에 다녀왔다.
봄이라서 산과 들에는 꽃의 향연이 볼만하다.
동백이 지는 자리에는 벚꽃이 피어나고 그 중에 옛 담벼락을
배경으로 핀 홍매화는 속진(俗塵)을 잠시 잊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한줄기 바람이 지나가니 아름다운 꽃잎이 발아래 밟히고 만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십년 가는 권세가 없고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인데 당장 눈앞의
이익을 탐(貪)하고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 �다보면 결국 우리의
삶은 빈손 일 수밖에 없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은 변하는 것이라 했다.
사람은 생노병사(生老病死)로 변하고 우주는
성주괴공(成住壞空)으로 변한다.
어느 것 하나 영원불변(永遠不變)한 것은 없다.

그러나 어리석은 중생(衆生)들은 내가 소유한 것이 영원하기를
바라고 내가 누리고 있는 지위가 언제까지나 내 것이기를 바라는
아둔함 때문에 결국은 고뇌(苦惱)의 사슬에 자신을 얽어매고
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지방선거로 떠들썩`하더니 금년에는 대선 때문에
정치뉴스가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다. 그러나 여론에 따라
부침(浮沉)하는 인사들의 희비(喜斐)는 불로 뛰어드는 나방의
떼를 연상케한다. 자기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잘 알 수 있다.

그것은 자기가 가장자기네 가까이 있고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욕망(慾望)이 앞을 가리면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 것을
자기만 모르는 바보가 되기 쉽다.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을수
있다면 자기의 허물을 자기가 먼저 알고 대비를 할 수 있을텐데
남들이 다 아는 일을 자신만 모르는 바보가 되기 쉽다.

일이 지난 뒤에 후회하기보다 미리 알아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
지혜(智慧)로운 일인데 내일이면 밝혀질 일인데도 우선
부인(否認)하고 보는 일부 유명 인사(有名人事)들의 모습들은
필부(匹夫)의 눈에도 어리석기 짝이 없다.

그래서야 국민들이 믿고 존경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일이면 세력도 옮겨가기 마련이고 꽃도 시들어 갈 것이다.
지니고 있는 재산도 있다가 없어지는 것이 있을 것이고 영원한
젊음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이를 알아차리고 자기 안에 섭수(攝受)하는 자세만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어디에서 읽은 글에 “늙어가는 나를 위로하는 법” 이 기억난다.

나이가 들어서 작은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이제는 큰 것만 보고
살라는 뜻이고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큰소리만 듣고
살라는 의미이고 자주 잊어버리는 것은 이제는 중요한 것만
기억하고 살라는 의미이며,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하얗게 세는 것은
멀리서도 노인을 잘 알아보라는 뜻이다.


이렇게 받아들이면 나이 들어 변화하는 자기의 모습이 그리 서럽거나
억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세계인들의 행복지수를 발표할 때 보면
오히려 어려운 나라의 국민들이 행복지수가 높게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마음의 여유가 넉넉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사회는 경쟁을 통한 빠른 성장과 무한소유(無恨所有)로 인한
기회확대가 오히려 심리적 빈곤을 유발하고 그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살만한데도 불구하고 마음은 항상 부족하고 불만스럽기만 한 것이다.

가난한 동네보다 부자동네에 도둑이 많고 못 배운 사람보다 더 많이
배운 사람들이 법을 많이 어기는 것은 구하고 바라는 것이 더 많기
때문 일 것이다.

달마대사는 내심무천(內心無喘)하고 외식제연(外息諸緣)이라야
가이입도(可以入道
)라 하였다.
다시 말하면 안으로 헐떡거리는 마음이 없어야 하고 밖으로는 연관되어
있는 모든 것을 쉴 수 있어야 비로소 도에 들어갈 수 있다
는 것이다.
안으로 마음의 평온을 이룰 수 있고 밖을 오는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로 울 때 세상을 바로보고 바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집착(執着)은 인간의 이기심이 갖는 가장 큰 병(病)이다.
유명 연예인을 따라 다니며 괴롭히는 스토커들이나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구속하고 마침내 서로를 상처내는 일들은
집착이 만들어 내는 고(苦)의 극치이다.

“ 내가 바로 설 때 사랑이 흔들리지 않는다. ”는 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
의해서만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안에서의 가치판단이 바로서지
않으면 언젠가는 무너지고 마는 모래성이 되기 쉽다.

꽃이 아름다운 것도 청춘이 아름다운 것도 그리고 세월의 흐름을
타고 오는 인생의 넉넉함도 자기 안에서 바로보고 바로 알지 않으면
뿌리 없는 나무가 되어 쓰러지고 마는 것이다.

금년 봄도 이제 반이나 지난 것 같다. 꽃이 지는 자리에 돋아나는
새순은 꽃처럼 아름답고 싱그럽다. 이 봄의 아름다움이 우리 안에서
다시 꽃피울 때 이 아름다움은 영원하여 우리를 언제나 행복하게
할 것이다.
행복 가득한 삶을 기대하며 꽃처럼 화사한 웃음 가득한 세상이기를
두손 모아 기원한다.

원주 성불원 현각 합장

-승가원 2007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