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아 아직도 기억하니 / 이성복
2008. 7. 8. 17:50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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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아 아직도 기억하니 / 이성복
내 마음아 아직도 기억하니
우리함께 개를 끌고 玉山에 갈 때
짝짝인 신발 벗어 들고 산을 오르던 사내
내 마음아 너도 보았니 한 쪽 신발 벗어
하늘 높이 던지던 사내 내 마음아 너도 들었니
인플레가 민들레처럼 피던 시절
민들레 꽃씨처럼 가볍던 그의 웃음소리
우우우, 어디에도 닿지 않는 길 갑자기 넓어지고
우우, 내 마음아 아직도 너는 기억하니
오른손에 맞은 오른뺨이 왼뺨을 그리워하고
머뭇대던 왼손이 오른뺨을 서러워하던 시절
내 마음아 아직도 기억하니 우리 함께 개를 끌고
玉山에 갈 때 민들레 꽃씨처럼 가볍던 그의 웃음소리
내 마음아 아직도 너는 그리워하니 우리 함께
술에 밥 말아 먹어도 취하지 않던 시절을
너의 움직임을, 너의 소리를, 마음이 움직였으므로, 마음이 우우우 바람의 소리를
내었으므로 나는 그 시절 사랑에 취해 있었구나. 내 마음과 내가 가장 가장 가까
왔던 시절이었구나.
오른뺨과 왼뺨처럼, 오른손과 왼손처럼, 내 마음과 내가 그대로 짝궁이 되어 붉어
지고 손짓하고 그리워하고 서러워하였던 시절, 나는 술을 빌려 취한 게 아니라
마음을 따라다니느라 한껏 취기가 올랐구나.
그래서 나는 짝짝인 신발 벗어 들고 산을 오르던 사내 한쪽 신발 벗어 하늘 높이
던지던 사내의 꼴을 하고 있었구나. 내 마음이 그랬구나. 나는 내 마음을 따라 부
풀었구나,. 민들레처럼 민들레 꽃씨처럼, 웃음소리처럼.
이성복 시인은 아름다움을 위해서라 한대도 끝까지 이 세상의 개들을 버리지 않
는다. 개를 끌고 가는 것. 그것이 이성복 시의 사랑의 힘인 것이다. 신비롭지 않은
가. 그것이 민들레 꽃씨처럼 한 시절 이렇게 환하고 가벼울 수 있었다니.
- 김행숙 (강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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