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바다에 산을 심으셨다.

2008. 7. 8. 18:5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꿈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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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바다에 산을 심으셨다.

 
어머니는 바다에 산을 심으셨다.
내나이 만큼 오랜 세월동안.....   
 
방종과 나태함의 극복없이는 마주하지 말아야 할 바다!
그것을 극복한 이들에게만,
바다는 동경과 야망을 허용해 준다.
 
나의 인내심과 끈질긴 포부는 모두 바다에서 배운 것들이였다.
바다가 나를 품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사람다워지는 방법을 영영 익히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
우리집 앞마당은 비록 좁지만~
나는 누구네 보다도 넓은 마당을 지니고 있는 셈이었다.
 
 
밀물에는 또다른 섬들이 내게로 다가서 주었고~
썰물을 따라서 또하나의 길이 열리곤 했었지....
 
어머니는 이길로 바다밭에 나가셨나 보다.
어머니의 발자욱이 만든 길 이란걸 나는 알아챘다.
 
어머니의 숨결처럼~
어머니의 기도처럼~
갯벌은 곱게 빗겨저 있었다
 
아들,손주녀석에게 먹일것을 찾아서,
어머니는 서둘러 여길 헤처 나가셨을게다
 
그리고는 방긋거리는 조개들의 인사를 받고는~
이들, 손주를 내려보내 주신 님께
감사의 기도도 잊지 않으셨을게다.

 
 
 
 
날마다 바다에 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날마다 그리워할 수 있음에 기뻐하며~
내일도 그렇게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며.....
 
조개 한톨에는 아들이름을 새겨넣고~
조개 두톨에는 손주이름을 새겨넣고~
조개 세톨에는 딸,며느리 얼굴을 그려넣고.....

어제도 만났던 녀석들과 눈인사도 건네고,
손주녀석 얘기도 나누셨을 게고.....
 
 
 
다정한 칡게부부 에게 샘이나서~
먼저가신 아버지를 원망도 하셨을 게다.
 
현란한 발길들과~
어른거림 에는 눈길을 돌릴사이도 없이.
호기심에 찬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마음이 바빠....

한낯의 열기와 목마름도 잊은채~
부지런히 손길을 펼첬을 것이다.

다 못찬 바구니에만 애를 태우며....
 
 
 
태양이 식지 않고~
바다가 마르지 않고.....
 
여든두해 동안 한결같이~
어머니의 뜻과 소원을 들어주고 풀어준,
변함이 없는 바다에 경의와 고마움을 표하셨을게다
 
여기가 천국이며~
낙원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하여.....
 

 
 
 
여기까지는 내가 어머니를 기다리며~
어머니를 그려본 즐거운 상상 이였으나~
 
그 다음에 나는 보지 말았거나!
좀더 일찌기 봤어야 할 것을 보게되는데....
 
사람들이 밀물을 따라 들어오는 행렬이 보였다.
 
 

 
나의 어머니도
그저, 저 행렬속에 섞여있으려니.....하고....
 
사람들의 꼬리 끝으로~
허리가 땅에 닿을듯,조개자루를 등에지고,
안간힘을 쓰듯이 따라오는 그 작은 점이~~
숨이차서 다섯걸음마다 발길을 멈추는 나뭇잎같은 그 점이~~
 나의 어머니 일줄은.....
 
아득한 현기증으로 눈앞이 캄캄해진다.
나는 내가 살아 있음을 경멸하고,
내가 여기 서 있음을  저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가슴을 갉아먹고 사는 따개비꼴 밖에 아닌것을...

 
 
.내가 그 조개자루를 받아 들었으나~
두손을 버티어도 들기가 힘들다.
50kg도 넘을것 같다.
 
접시하나 들기에도 힘이 벅찰것 같은 어머니가,
무슨 오기로 이것을 지고,
저 심술궂게 잡아채는 갯벌밭을 헤처나왔단 말인가?
 
....이 모든게 "부처님님 덕이지" ....
어머니가 그러셨지만 믿을 수가 없다.
 
 


 
 
나는 헛깨비와 무엇이 다른가?
어머니가 아무런 근심이 없으시다니 그런줄 알았고~
어머니가 행복하시다니 그런줄 알았고~
 
여기가 편하시다니 그럴줄 알았고~
아푼곳이 한군데도 없다니 그런줄 알았었다.
 
자기 편한대로~
자기멋대로 살아오고 있는.....
 
 


 
방안에 들어선 어머니가 가슴에서 비닐봉지를 하나 꺼내셨다.
만원짜리 15장이 바닷물에 젖어있었다.
 
휴가나온 손주녀석에게 주려던 용돈을,
빈집에 두고 나가기가 못믿어워서~
가슴에 품고 나가셨던 것이다.
 
~그것은 돈이 아니라~
어미니의 심장이였다.
열다섯 조각의 심장!!!
 
이렇게 어머니의 심장을 억만번 도려낸 다음에야~
갈매가가 날고,
가을이 다가왔다.
 

 

 

이제 다시는 어떤경우에도~
나는 여름을 더워하지 않으리라! 
 
이번에 가지고 온 조개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꼬부라진 허리생각에 목이메어....
끓여보았던 조개탕은 이파트 경비실에 보냈다.
희희낙락하며 앞집옆집 나누어 줄 수도 없었다.
 
길에 펴놓고 그걸 팔았다.
6만원이 생겼다.
이돈은 내지갑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나는 이돈을 꺼내지 않을것이다.
 
이돈이 내지갑에 있는한은~
내게 견딜수 없는 더위와 추위는 없을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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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입니다
옛날 어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군요
 





눈물로 쓴 편지 1.
목화밭 2.
숨어우는바람소리3.

어디쯤가고있을까 4.
오빠생각 5.
립스틱짙게바르고 6.

만남 7.
모두가사랑이에요 8.
난 아직 모르잖아요 9.

얼글 10.
섬그늘 11.
옛시인의노래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