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놓고 쉬는 도리 / 대우거사

2008. 7. 12. 22:4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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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제 19 일 -
     

    마음 놓고 쉬는 도리 / 대우거사


    1. 무든 것은 인연 따라 생멸한다.


    보이고 들리고 생각나는 모든 현상은

    모두가 허망하고 덧없는 것이다

    만약 모든 현상이 현상이 아닌 줄 보면

    곧 여래를 보는 것이니라

                             - 금강경


    우리는 그림자나 메아리가 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무가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나무가 없으면 그림자는 있을 수 없다. 메아리도 전적

    으로 소리의 있고 없음에 매어 있을 뿐 그 자체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인연 따라 생멸하는 모든 것은 그 자체로는 존재성이 없으며,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인연으로 말미암지 않고 존재하는 것은 없다.

    이러한 자각은 이미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아주 충격적

    인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존재에 대한 기존의 존재론적 물질관이 그 근저로

    부터 붕되는 실로 놀라운 사실에 직면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전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1) 인연 따라 생멸하는 모든 것은 그 자체로는 존재성이 없다.

    2) 이 세상에 인연으로 말미암지 않고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3) 그러므로 이세상의 일체 존재는 자체의 성품이 없다.


    아주 단순하고도 초보적인 삼단논법이다. 하지만 세 번째 항목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드는가? 조금만 그 의미를 깊이 새겨본다면 우리는 전율에 가까운 충격

    을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이세상의 물질적 심리적 일제의 존재는 진실한 존재

    가 아니며, 그림자나 메아리 같은 허망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기 때문

    이다.

     

    즉 <일체의 존재는 자체의 성품이 없다> 하는 말은 다시 말해 <그런 것은 존재

    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결국 이 사실이 이 세상 그 무엇도 존재하는 것은 없

    는 것이다.

    우리 자신을 생각해 보자. 우선 <나>란 무엇일까? 나와 나아닌 것의 경계는 무엇

    일까? 피부일까? 일단 이런 극히 상식적인 대답을 인정하여 피부를 그 경계로 생

    각해 보자. <피부 안쪽이 나이고 바깥쪽은 나가 아니라는> 이 유치한 생각이 만약

    사실이라면 우리는 나와 바깥세계와 아무런 교섭 없이 독립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멀리 생각할 것 없이 만약 밥이 없으면 나는 얼마나 살 수 있을까? 결국 나는 밥과

    물과 공기 등을 떠나서는 한순간도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

    그런 모든 것이 바로 <나>의 일부인 것이다. 나의 눈코귀심장 등이 나의 일부인 것

    처럼 말이다. 결국 <나>와 <나 아닌 것> 사이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져서, 나라는 존

    재가 이 우주 전체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내가 곧 우주요, 우주가 곧 나인 것이다.


    우주란 나까지를 포함한 유기적 전체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주를 토막토막 갈라진,

    수없이 많은 부분으로 갈라놓고는, 그것들이 마치 독립적인 개별성을 가진 실체인

    양 오인하며 살아가는 셈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 저 놀라운 깨달음의 순간에 이 우주는 통일된 참된 하나로서

    경이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붓다는 보리수 아래서 새벽별을 보고 깨달음

    을 얻었다는데 붇다가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

    붓다가 깨달음에 도달한 순간

    새벽별은 새벽별이 아니고 보리수는 보리수가 아니며, 깨달음에 도달한 나 자신도

    나라는 개별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에 직면한다.


    세존께서 샛별을 보시고 도를 깨치셨다.

    별을 보고 도를 깨달았으나

    깨닫고 나니, 별이 아니네.

    물건을 �지도 않거니와

    물건 아님도 아니로다.

                            - 선문염송


    이 세상 모든 존재를 실체로 알고, 그에 얽매여 살아가는 우리의 삶.

    이제 그 허구성을 자각해야 하는 때이다.


    한 법이 형상이 있으면

    곧 그대 눈동자를 가리나니,

    눈동자가 밝지 못하면

    세계가 온통 울퉁불퉁해진다.

                           - 계침桂琛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