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경에서 못 푼 의문 불교에서 찾다

2008. 7. 17. 16:4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염불 불보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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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경에서 못 푼 의문 불교에서 찾다

김일수 씨 ‘위없이 심히 깊은 미묘법이여’ 출간

 

몇 해 전 불교공부가 꽤 깊었던 한 대학교수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써내려간 시집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었다. 그는 통곡하는 아내를 향해 ‘오직 깨달음을 이루는데만 매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 글은 유언이 아니라 법문이었다. 불교를 제대로 배우고 공부하면 죽음을 앞두고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음을 그는 말이 아니라 몸으로 실제 보여주고 재가자로서는 드물게 사찰에서 몸을 벗었다.



개신교인들의 불교 편견 깨우치던 글 모아 출간

유마와 수자타 등장, 문답형식의 구성으로 엮어



<위없이 심히 깊은 미묘법이여>(도피안사)는 그 2탄이다. 사람은 다르지만 내용은 다르지 않다. 저자 김일수씨는 제주도 서귀포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개신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3대 째 개신교 집안 장남 답게 청소년기에는 1주일 동안 방문을 걸어 잠그고 기도를 했을 정도로 예수와 성경만을 생각한 골수 개신교인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친구를 따라 중문 광명사에 갔다가 사찰 서가에 꽂힌 <대승기신론> 역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무당의 큰 집 쯤으로 여겼던 불교 책에서 성경을 몇 번이나 읽어도 풀리지 않던 답이 들어있었으니 그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정신병원에 가야할 정도의 내면의 고통을 겪은 그는 성경에서 풀 수 없는 의문을 일거에 불교에서 해결하고는 차츰 불교 세계에 빠져들어 부처님의 제자로 거듭나게 된다.

책은 그가 종교사이트에 남긴 글을 모은 것이다. 기독교 사이트에서 기독교인들의 잘못된 불교관을 깨우쳐 주기 시작했던 글이 모여 몇 권의 책 분량이 되었다. 종교 논객들의 사이트에 갑자기 등장한, 심오하면서도 유려한 그의 글에 사람들은 감히 대꾸를 하지 못하고 지켜만 보았다. 그는 자신 때문에 사이트가 침체되자 그곳을 나와 자신만의 방을 꾸민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글을 읽고 토론했다.

<왼쪽 사진> 김일수 글, /도피안사 출판 ‘위없이 심히 깊은 미묘법이여’ 표지.

사이트 이름은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이다. 책 이름도 똑 같다. <위없이 심히 깊은 미묘법이여>는 첫째권이다. 앞으로 네 권까지 나온다. 책은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체 형식이다. 수자타가 묻고 유마가 의문에 답하는 식이다. 유마는 그 자신이며 수자타는 한 때 천주교 신자였다가 불교에 귀의해 유마가 이름을 지어주었다.

삼법인 제행무상 일체법등 불교의 기본 교리와 우상 창조주 등 기독교 가르침에 이르기 까지 종교의 중요한 사상과 쟁점 의문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에 대해 그는 “마음이 만들지 않은 것이라면 우주가 통째로 옆을 스쳐 지나 갈지라도 인식할 수없다”며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 연인과 단둘이 앉아 사랑을 속삭일 때, 원수와 마주 앉아 묵은 빚을 갚느라 험한 말들이 오갈 때 그 카페에 흐르는 음악이 귀에 들렸겠느냐”고 묻는다.

깨달음에 대해 “중생의 눈귀코혀몸뜻을 가지고 깨달음을 얻는데, 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이유는 ‘그것’을 가지고 놀고 먹는데 쓰기 때문”이라며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알고 접촉하고 생각하는 것외에 달리 다른 것이 있으면 내 놓아 보라”고 다시 묻는다. 이처럼 생생한 비유를 통해 불교의 여러 의문을 풀어준다.

이 책을 지은 김일수 씨는 지금 세상에 없다. 이 책은 그러니 유고집인 셈이다. 2002년 12월 그는 병원에 입원한지 열 흘만에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정신을 놓기 전’ 어머니와 가족들이 하나님을 버리고 부처님을 믿은 벌을 받았다는 식으로 자신의 죽음을 대할 까 염려가 돼 쓴 글의 일부를 보자.

“이 아들의 목숨을 원통히 여겨 어머님이 부처님을 비방하고 원망하신다면 저의 죄는 아마 지옥에 들어가고도 남을 것입니다. 어머니 부디 그러한 견해를 짓지 마소서. 다른 형제들에게도 부디 그런 견해를 짓지 말도록 권면해 주세요. 태어날 때는 순서 있게 태어나지만 갈 때는 순서대로 가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사람의 목숨은 길고 짧음이 스스로의 업보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저는 아마도 지난 생애와 또 확실히는 금생에 많은 살생의 업을 뜻과 몸과 마음으로 지었기에 지금 스스로의 목숨으로 갚는 것일 뿐입니다”

그동안 카페에 쓴 글이 우연히 도피안사 송암스님에게 전해져 책으로 나오게 됐다. 저자가 살아있을 때 이런 말을 했다. “불교야 말로 사람들에게 ‘와서 보라’ 할만하고, ‘와서 만져보라’ 할 만하고, ‘와서 가져라’ 할 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경전을 읽는 듯 한 진한 감동과 ‘아 그렇구나’ 하며 평소 가진 의문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책을 읽는 내내 48세의 젊은 나이에 떠난 ‘유마’의 짧은 생이 자꾸 아쉽게 느껴진다.

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


[불교신문 2438호/ 6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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