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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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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향 품(華香品)
옛날 부처님께서 슈라아바스티이국에 계셨다.
그 나라의 동남쪽 바다 가운데 누대(樓臺)가 있고, 그 누대 위에는
향기로운 꽃을 가진 향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들은 아주 깨끗하였다.
그때 어떤 바라문의 여자 五백 명이 있었다.
그들은 비록 외도를 만들어 섬겼으나 그 마음은 굳세어 매우 부지런히 정진
하였다. 그러나 부처님이 계신 줄은 알지 못하였다.
어느 때 그들은 저희끼리 의논하였다.
『우리는 여자의 몸을 받고 태어나, 어려서부터 늙을때까지 세 가지 일에 얽
매어 자유를 얻지 못한다. 또 몸은 허깨비 같고 목숨은 짧아 장차 죽고 말 것
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꽃의 향기로된 누대에 가서 그 향기로운 꽃을 꺾고 정
진하면서 재(齋)를 올리고 범천을 내려오시도록 청하여 거기에 소원 성취를
비는 것이 좋다. 즉
『원컨대 범천에 나서 죽지 않고 오래 살며, 또 자유를 얻어 아무 얽매임이
없고, 모든 죄의 갚음을 떠나 다시는 근심·걱정이 없게 하소서.』
그들은 공양 거리를 가지고 누대로 가서 향기로운 꽃을 꺾어 범천을 받들어
섬기고, 일심으로 재를 가져 범천의 신이 내려 오기를 소원하였다.
그 때, 부처님은 그들이 속된 재를 올리지만, 그 마음이 부지런하므로 제도할
수 있다고 보시었다.
곧 여러 제자들과 보살·신·용·귀신들과 함께 허공에 날아 올라 그 누대로
가서 나무 밑에 앉으셨다.
여러 여자들은 부처님을 범천이라 생각하고, 매우 기뻐하여 스스로 축하하고
위로하면서
『이제야 우리 소원을 이루었다.』
고 하였다. 그때 신은 그들에게 말하였다.
『이 어른은 범천이 아니다.
이 어른은 삼계에서 가장 높은 이로서〈부처>라 이름하며 한량없는 사람들을
제도하신다.』
이에 여러 여자들은 부처님 앞으로 나가 사뢰었다.
『저희들은 번뇌가 많아 지금 여자가 되었아온데, 얽매임을 떠나 범천에 나
기를 소원하나이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좋은 이익을 얻어 이제 그 소원을 일으켰다. 세상에는 두 가지 일
이 있어 그 갚음이 분명하다.
즉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재앙을 받는 것이다. 세상은
괴롭고 천상은 즐겁다.
그리고 함있음[有爲]은 번거로우며 함없음[無爲]은 고요한 것이다.
누가 그 진실한 것을 가려 가지겠는가, 착하다 너희들은 그런 밝은 뜻을 가졌
구나.』
이에 부처님은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누가 능히 좋은 땅을 가릴 것인가.
누가 지옥 버리고 천상에 갈 것인가.
누가 거룩한 법글귀를 말하되
마치 좋은 꽃을 가리 듯할 것인가.
공부하는 사람이 좋은 땅을 가리어
지옥을 버리고 천상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법글귀를 잘 설명하되
공덕의 꽃을 꺾는 것 같이하리라.
이 세상은 익지 않은 기왓장 같고
허깨비 같은 법은 잠깐 있는 줄 알아
악마의 꽃화살을 꺾어 버리고
그는 나고 죽음을 보이지 않으리라.
이 몸은 마치 물거품 같고
허깨비 법은 저절로 된 것 알아
악마의 피는 꽃을 꺾어 버리고
그는 나고 죽음을 보지 않으리라.
그 때 여러 여자들은 부처님의 게송을 듣고, 비구니가 되어 진실한 도를 배우
기를 원하였다. 그러자 그들의 머리털은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입혀졌다.
고요한 선정에 들어 깊이 생각하여 그들은 곧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아아난다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지금 이 여자들은 본래 어떤 공덕을 지었사옵기에 부처님으로 하여금 제도하시
게 하고, 한 번 설법을 듣고는 비구니가 되어 도를 얻게 되었나이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옛날 카아샤파 부처님 때에 어떤 큰 장자가 있었다.
그는 큰 부자로서 수없는 부인과 미녀 五백 명을 두었었다.
그의 성품은 질투와 악으로 차있어 좀체로 문을 열어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인과 미녀들이 부처님을 뵈오러 가고자 하였으나 끝내 들어 주지 않았다.
뒷날 그 나라 왕이 대신들을 불러 궁전 위에서 하루 종일 연회를 베풀었다.
그때 부인과 미녀들은 그 장자가 그 연회에 들어간 틈을 보아,
모두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조금 앉아 설법을 듣고는, 제각기
발원하였다.
『우리들이 어떤 세상에서도 나쁜 사람과 만나지 않고 나는 곳마나 언제나 도덕
이 있는 성인을 만나게 하소서. 또 저희들은 「오는 세상에 석가모니라는 부처님
이 세상에 나오시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어른을 만나면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서 그 교훈을 받들어 가지기를 원하나이다.』
부처님은 이어 말씀하셨다.
『그 때 그 부인과 미녀 五백 명은 바로 지금 이 五백 비구니다.
이들의 본래 소원이 간절하고 측은하여 지금 제도할 수 있었으므로 내가 가서 제
도한 것이니라.』
부처님이 이와 같이 말씀하실 때 그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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