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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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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천 품(述千品)
옛날, 부처님이 슈라아바스티이국에 계셨다.
그때 한 비구가 있었는데 이름은 반특이라 하였다.
그는 갓된 비구로서 성품이 매우 우둔하였다.
부처님은 五백 명의 아라한들을 시켜 날마다 가르쳤으나 三년 동안에 게송 하나도
외우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 나라 안의 네 종류의 무리들은 모두 그가 우둔한 것을 알았다.
부처님을 그를 가엾이 여겨 앞에다 불러 놓고 게송 한귀를 가르쳐 주셨다.
입을 지키고 뜻을 껴잡아
몸으로 나쁜 일 범하지 말라.
이와 같이 행하는 이는
이 세상을 잘 건너가리라.
그때 반특은 부처님의 사랑과 은혜에 감동되어 기뻐하고 마음이 열리어, 곧 그 게
송을 그대로 외웠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나이 늙어서야 겨우 게송 하나를 외울뿐이다. 남들이 알더라도 그리
신기하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 너를 위해 그 이치를 해설할 것이니 일심으로 자세히 들으라.』
반특은 분부 대로 듣고 있었다.
부처님은 그를 위해 몸이 세 가지 행과 입의 네 가지 말과 뜻의 세 가지 업이 의지
하는 것과 그것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관찰할 것을 말씀하셨다. 또한 그것으로
말미암아 삼계와 다섯 가지 길을 쉬지 않고 윤회하는 것과, 그것 때문에 하늘에 나
기도 하고 깊은 못에 떨어지기도 하며 또 도를 얻기도 한다는 것과, 열반은 자연이
라는 것을 분별하여 말씀하시고, 또 한량없는 묘한 법을 설명하셨다.
그러자 반특은 그 마음이 탁 트이어 곧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그 때 五백 명 비구니들은 딴 절에서 살고 있었으므로 부처님은 날마다 비구 한 사
람씩을 보내어 그들을 위해 설법하셨는데, 그 다음 날은 반특이 갈 차례가 되었다.
비구니들은 그 말을 듣고 비웃으면서
『내일 그가 오거든 우리는 다 같이 그를 맞이하고는, 도리어 우리가 게송을 설명
하여, 그가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하게 하자.』고 하였다.
이튿날 반특은 그 절로 갔다.
여러 비구니들은 모두 나와 맞이하여 예배하고는 저희끼리 서로 보고 웃었다.
모두 자리에 앉자 공양이 나왔다. 공양을 마치고 손을 씻고는 반특에게 설법을 청하
였다.
그 때에 반특은 곧 높은 자리에 올라가 수줍어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덕이 엷고 재주가 모자라 맨 끝자리의 사문이 되었으나,
본래부터 완고하고 우둔하여 배운 것이 많지 않다.
그러나 게송 한 구절을 알고 약간 그 이치를 분별하므로 그것을 설명하려 한다.
모두들 조용히 들으라.』
그때 여러 비구니들은 앞질러 게송을 설명하려 하였으나 입이 열려지지 않아,
모두 놀라고 두려워하며 스스로 꾸짖고는 머리를 조아리고 허물을 뉘우쳤다.
반특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이 즉 몸과 뜻의 원인과 죄와 복의 안팎,
도를 얻는 것과, 정신을 모아 생각을 끊어 선정에 드는 법 등을 낱낱이 분별하여 설
명하였다.
비구니들은 그 설법을 듣고 매우 놀라 이상히 여기면서 일심으로 기뻐하여 모두 아
라한의 도를 얻었다.
뒷날 푸라세나지트왕은 부처님과 대중을 청하여 정전(正殿)에 모이기로 하였다.
부처님은 반특의 위신력(威神力)을 나타내고자 하시어, 그에게 바리를 들려 따라오
게 하셨다.
문지기는 그를 알아보고 막아서서
『그대는 사문으로서 게송 한 귀도 알지 못하면서 왜 청을 받으려 하는가.
나는 속인으로서도 게송을 아는데 더구나 사문으로서야.
아무 지혜도 없는 그대에게는 보시하여도 이익이 없을 것이다. 이 문 안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였다.
그래서 반특은 문밖에 서 있었다.
부처님은 정전 위에 앉아 계신데 벌서 물을 다 돌렸다.
반특은 팔을 펴어 멀리서 부처님께 바리를 받들어 올렸다.
왕과 여러 신하들과 부인·태자와 여러 네 무리들은, 팔은 들어오는데 얼굴이 보이
지 않았으므로 모두 괴상히 여겨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것은 누구의 팔이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이것은 저 반특 비구의 팔이오, 그는 요즘 도를 얻었소. 아까 내가 내 바리를 가
지고 오라고 주었는데, 문지기가 그를 들이지 않기 때문에 팔로 내게 바리를 주는
것이오.』
왕은 곧 반특을 청해 들였다. 그 위신은 보통 때보다 곱절이나 더하였다.
왕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반특은 본 성품이 우둔하여 겨우 게송 하나를 외운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떤 인연
으로 도를 얻었나이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꼭 많이 배워아 하는 것이 아니오. 행이 제일이오. 반특은 겨우 한 게송의 이치를
알지마는, 그 정묘로운 이치는 신(神)의 경계에 들었으며, 몸과 입과 뜻의 업은 고
요하여 마치 순금과 같소. 사람이 아무리 많이 알아도 그 뜻을 해독하지 못하고 또
행하지 못하면 한갖 정신만 해치는 것이니 무슨 이익이 있겠소.』
그리고 부처님은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록 一천 장(章)을 외우더라도
그 글귀 뜻을 바르게 알지 못하면
단 한 마디의 법을 들어서라도
온갖 악을 멸하는 것만 못하니라.
비록 천 마디의 말을 외우더라도
이치 대로 아니하면 무엇이 유익하리.
단 하나의 이치를 들어 행하여
제도를 받는 것만 못하느니라.
아무리 많은 경전 외우더라도
그 이치를 모르면 무엇이 유익하리.
하나의 법구(法句)라고 이치를 알아
그대로 행하면 도를 얻느니라.
부처님이 게송을 마치시매 三백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의 도를 얻고,
왕과 신하들과 부인과 태자들도 모두 기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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