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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가 지난 6월 9일 재개통한 대중교통정보이용시스템 ‘알고가(www.algoga.go.kr)’. 교회와 성당은 ‘+’표시까지 하며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사찰은 모두 누락시켰다. 위 화면에서 빨간원은 교회, 파란원은 봉은사다. 군소 교회는 모두 표시하면서도 거대한 대지를 소유하고 있는 봉은사는 이름 조차 빼버려 마치 공터처럼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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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장관 정종환)가 관리 운영하는 대중교통정보이용시스템에서 수도권의 소형 사찰은 물론 조계사·봉은사 등 대형 사찰들에 관한 정보를 고의적으로 누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과거 정보망에선 사찰 관련 정보를 제공했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다시 개통한 인터넷 서비스에선 사찰 정보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6월 20일 국토해양부가 주관하는 수도권 대중교통정보이용시스템 ‘알고가(www.algoga.go.kr)’에 직접 접속해 지도 검색 서비스를 조사한 결과 조계사와 봉은사, 구룡사, 능인선원 등 서울시 대표 사찰들에 관한 정보는 찾을 수가 없었다. 알고가의 인터넷 지도에서 수만 평에 달하는 봉은사에 관한 표시는 흔적만 존재할 뿐, 어떤 곳인지는 알 수 없었고, 조계사의 경우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으로 표기돼 있으면서도 ‘조계사’란 명칭은 총무원 주위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교회에 관한 정보는 사찰과는 대조적이었다. 봉은사 주위에서만 삼성제일교회 등 7~8개에 달하는 교회 정보들이 확인됐으며 대형 도로도 아닌 골목에 위치한 노인정이나 아파트 단지 내의 경로당도 한 눈에 들어왔다. 정부의 교통정보시스템에서는 우리의 전통 문화재이자, 천년고찰인 봉은사가 적어도 그 규모면으로만 보더라도 수백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로당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교회의 경우 ‘十’ 표시와 함께 선명하게 지도에 그려져 있어 마치 교회 홍보 지도를 연상케 했다.
조계종의 한 중진 스님은 이번 사태와 관련, “장로 대통령이 취임한 후 공직 사회에서 개신교인 공직자들이 득세하고 있으며 공직 사회 곳곳에서 불교를 배척하고, 개신교세를 확장하려는 조직적인 종교편향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며 “비단 이러한 일은 결코 실수가 아닐 것”이라고 성토했다. 스님은 또 “대중교통정보이용시스템에서 사찰 정보가 누락되게 된 경위를 반드시 규명해야 하며 국토해양부는 재발 방지 및 관련자 처벌과 함께 공개적으로 참회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해양부 도시광역교통과 알고가 담당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찰 정보가 누락돼 있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잘 몰랐다. 버스 등 대중교통 노선을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보니 정류장 인근과 이름이 겹치는 부분이 빠지는 경우를 조정하면서 부득이하게 (사찰 정보를) 빠뜨린 것 같다”며 무성의한 답변만을 늘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고의적으로 누락시킨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도는 시민들의 제보나 이의신청이 있으면 언제든지 업데이트하게 돼 있으며 다음 주 중으로 누락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해명과는 달리 조계사, 봉은사 등 서울 대표 사찰 인근 버스정류장 표지판에는 해당 사찰의 이름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알고가는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예산을 지원하고 지리정보전문회사인 한국공감정보센터가 제작해 6월 9일부터 새롭게 서비스에 들어갔다. 국토해양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전 시스템에서는 사찰 정보를 제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알고가는 현재 시내·외 버스 노선 및 정류소, 지하철 운행 및 환승주차장 정보 등을 수도권 시민에게 제공해 △이용자의 편의성 △도심 주차난 해소 △대중교통 운영자 수익 증대 △환승주차시설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2003년 1월부터 서비스를 실시해 왔다. 또 2008년 6월 20일 기준 하루 방문자 수만 2만 명에 달하며, 2003년 서비스 개시 후 총 1400만 명이 이용한 교통정보시스템이다.
6월 9일 개통 당일 공지 사항엔 “지도를 최신 지도로 교체해 zone형식으로 이용자들이 보기 쉽게 구성하였으며, 세부 건물 이름과 구별하기 쉽게 정류장 명칭은 파란색으로 기재했다”고 밝혔다. 결국 사찰을 제외한 모든 자료가 과거보다 업그레이드 됐음을 의미, 종교편향 논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954호 [2008-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