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언론회 사무국장 심만섭 목사의 미신주장?

2008. 7. 31. 11:53일반/금융·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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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느낌 구별하기-인천공항의 십이지신상

인터넷 법보 신문 7월 4일자 기사 ‘인천공항 십이지상 혐오스럽다’ 는 기사를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나라 교육 과정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쯤 되면 국어 시간에 ‘사실과 느낌’이라는 것을 배운다.

 

사실과 느낌은 구별되어야 하기에 교과과정을 통해 배우고 시험 문제로도 자주 출제 되는 것이다. 즉 ‘아버지께서 1000원을 주셔서 무척 기뻤습니다.’에서  사실과 느낌을 구별해내는 것이다. 아버지께서 1000원을 주셨다는 것은 사실이고, 기뻤다는 것은 느낌이라는 것을 구별하는 연습을 통해 우리가 글이나 말 속에서 사실(fact), 의견(Opinion), 느낌(feeling)을 구별하여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러면 <법보 신문>에 실린 기사 내용 가운데 ‘한국교회언론회 사무국장 심만섭 목사는 “대한민국의 관문인 공항에 특정종교와 미신을 조장하는 조각물을 전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특히 반인반수(半人半獸; 인간과 짐승의 모양이 섞인 모습)인 이 조각물은 혐오감을 줄 뿐 아니라 일부에선 소름이 끼친다.”는 의견도 있다고 주장했다’는 부분을 보자.

 

 심만섭 목사의 표현은 느낌과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사실은 <인천 공항에 십이지신상이 있다.>는 것과 <이 조각상이 반인반수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이것을 보고 혐오감을 느낀다거나 소름끼친다는 것은 느낌이다. 느낌이란 사실과 달리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누구는 그것을 보고 소름끼치고 무섭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개신교도들이 볼 때 소름끼친다고 인천공항에서 십이지신상을 만나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모두 혐오스럽게 느끼는 것은 아니다. 또한 심만섭 목사가 반인반수의 조각이 혐오스럽다고 말했지만 반은 말이고 반은 사람인 그리스 신화의 센토(centaur) 조각상을 보면서는 아름답다고 표현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한 밤중에 인천 공항에 도착하게 되는 경우 착륙을 위해 선회하는 비행기 안에서 한국 땅을 내려다보면 불 켜진 십자가를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이것을 보고 어떤 외국인이 ‘공항이 공동묘지 옆에 있나요?’ 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십자가가 늘어선 모습은 공동묘지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는 ‘느낌’에 근거하여 그런 말을 한 것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전체가 십자가 달린 공동묘지라거나 인천 공항이 공동묘지 옆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사실’인 것이다.

 

  절에 들어갈 때 사천왕상이 있다. 이것을 보고 우리를 지켜주는 든든한 신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무서워서 못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마찬가지로 밤에 성당의 성모님상이나 예수님상을 보고 ‘외국인 시체가 불 켜고 사방에 서 있는 듯하다.’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느낌’에 근거하여 시설물을 없애고 세우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느낌을 기준으로 한다면 종교 시설물을 모두 없애야 한다. 타종교인들에게는 모두 혐오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성덕대왕릉에 있는 십이지신상과 김유신 장군묘에 있는 십이지신상을 학계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복원>한 것을 특정 종교의 상징이라고 우기는 것도 이성적이지 못하다. 원래 십이지신은 불교적인 것이 아니라 도교적인 요소와 유교적인 요소가 섞여 있는 것이다.

 

  사실에 근거하여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느낌’ 혹은 ‘자기 집단의 느낌’을 근거로 타종교 혹은 민족 문화를 ‘혐오’라는 표현을 쓰면서 철거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일부 기독교인들의 눈에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모두 우상으로 보이는 것 같다. 전통문화는 유교와 불교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각국의 역사와 전통의 기념물들을 모두 우상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1600년 이후 서구의 국가들이 아시아에 침입하면서 만들어낸 서구 우월주의 산물이다. 1893년 시카고에서 개최된 세계종교회의에 인도 대표로 참석한 비베카난다는 ‘사회에 대한 숭배, 대중적 이념에 대한 숭배는 우상숭배입니다. 영혼은 성별도 국가도 장소도 시간도 초월합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연설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서구인들의 눈으로는 동양의 다양한 신상이 우상으로 보일 것이나 실제로 그것은 그 대상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상을 통하여 내면의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도구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상숭배의 차원에서 더욱 큰 문제는 만들어진 형상이 아니라 선민의식 혹은 자신의 것만을 최우선으로 보는 이념에 대한 맹목적 시각이라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의 신상들을 우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1800년대 후반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것인데 2000년대의 대한민국에서 지금도 우상을 거론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심만섭 목사의 발언을 기준으로 한다면 다른 종교인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것들은 모두 없애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물 지붕에 붙어 있는 수많은 십자가와 성모님상과 예수님 상은 철거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종교적 상징물이 아닌 십이지신상이 종교적 혐오감을 준다면 십자가는 그 몇 배의 혐오감을 주는 상징물일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기독교인들이 심만섭 목사와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종교만큼 다른 종교도 존중하고 있다. 그러한 예를 부처님오신날과 크리스마스에 많이 보지 않았던가. 교회에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절에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아직도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으로 단군 신상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전통문화 유산들을 우상이라고 몰아붙이는 사고방식 자체가 우상일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울러 그렇게 우리 국민을 기독교와 불교로 분열시키는 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 아니라 국민을 분열시키는 망국의 발언이며 진실한 기독교인들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실과 느낌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부 목사와 잘못된 기독교인들의 망국적 발언에 휘둘려 인천공항의 십이지신상이 철거되는 유치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관련 당국에서도 합리적이고 현명한 결론을 내주기를 바란다.
 

 

사라스와티 unjaena@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