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심경1

2008. 9. 2. 14:0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염불 불보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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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에 <육조단경>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직지심경>이 있다. 

 

<직지심경>이라는 책은 1967년 파리 국립도서관의 사서로 일하던 교포 박병선씨가 처음으로 발견하여 수년간 연구하고 고증한 결과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70년이나 앞서 인쇄되었기 때문에 현존하는 활자본으로는 가장 오래된 책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그 사실이 1972년 파리의 국제도서전시회에서 국제적으로 인증을 받게 되었다. 그 후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게 되고 한국에서도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존하는 하권 외에 상권을 마저 찾는 운동과 직지문화축제까지 매년 성대하게 행하여지고 있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이 되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될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이 최초로 금속활자를 창안하고 발전시킨 문화민족임을 실증하여 그 긍지를 세계에 과시한 점에서 귀중한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또 2001년 9월에는 <승정원일기>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세계적인 이목과 관심을 끄는 것은 오로지 역사적인 사실과 문화적인 가치에 치중되어 있을 뿐 직지라는 책 속에 담긴 그 숭고하고 위대한 진리의 말씀에 대한 관심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불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지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의 깨달음에 의한 높은 가르침이 세상에 널리 전해지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은 높이 살 일이 틀림없으므로 생각할수록 기쁘고 기쁜 일이다. 더구나 1700년 한국불교역사에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경전 한 권이 있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널리 알리는 일도 큰 경사라고 할 수 있겠다.

 

부처님과 조사들의 마음 열고  깨달음 열어주는 가르침 뽑아

 

<직지(直指)>는 그 갖추어진 이름이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鈔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줄여서 <직지심경(直指心經)>, 또는 그냥 <직지>라고 부른다.

고려 공민왕 21년(1372)에 백운경한(白雲景閑, 1299~1375)스님이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의 가르침 중에서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과 <오등회원(五燈會元)>에서 요긴한 부분만을 가려 뽑아 엮은 책이다. 그러므로 <팔만대장경>의 요점을 한 책에 모아놓았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 매우 중요하고 값진 책이다. 이와 같이 불교적 관점에서 불 때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 이상의 귀중한 진리의 말씀을 문화적 가치와 함께 이 시대의 말로 번역하고 풀어서 그 깊은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선불교의 고준한 경지를 더듬어 보고자 한다.

선불교는 불교의 완성이다. 불교의 발전이 선불교에 이르러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그래서 가치관이 혼란하여 갈팡질팡하는 이 시대 인류의 정신을 구제하고 가치관을 바로 세울 마지막 보루가 선불교라고 하는 주장이 있는데 그 기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감히 <직지>를 해설하려는 만용을 부리게 되었음을 밝힌다.

 

직지(直指)라는 제목은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의 모든 가르침은 인간의 마음(心體)을 다른 매개체나 거리와 간격이 없이 곧 바로 가리킨 것 중에서 가장 요긴한 부분들만 가려 뽑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은 중생들을 제도하고 인류를 구원할 진리의 가르침이란 인간의 마음을 열어주고 보여주고 깨닫게 해주고 들어가게 해주는 일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모든 존재와 존재의 작용들의 근본인 이 마음을 깊이 알고 바로 앎으로서 일체 고통과 모든 문제를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생사의 문제로부터도 자유자재하는 대해탈의 길이 열린다고 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그 근본인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直指心體) 보인 것이다.

직지를 저술한 백운경한스님은 고려말기 충렬왕 24년(1298)에 지금의 전북 정읍시 고부면에서 출생하여 공민왕 23년(1374)에 77세를 일기로 입적하였다. 조계종의 중흥조이신 태고보우선사처럼 원나라에 가서 석옥청공(石屋淸珙)의 법을 잇고 돌아왔다. 그래서 두 분은 사형사제간이 되며 전등법계 상으로도 조계선종의 정맥을 이은 선사이다.

이 책은 스님이 입적하기 2년 전인 75세 때에 당신의 불교적 수행과 학문의 결실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아 저술했다.

 

 

2 불교전체 정리하는 차원서 연원 짚어

 

과거칠불

 

직지심경(直指心經)에는 먼저 과거7불의 게송을 싣고, 다음부터 인도의 조사스님들과 중국의 조사스님들의 가르침과 경과 논 등에서 지혜의 눈을 밝혀주는데 지침이 되는 요긴한 내용들만 두루 초록하여 상, 하 두 권에 모두 모아두었다.

저자 백운스님은 왜 과거 7불부터 소개하고 있는가? 백운스님의 평생 공부가 이 한권의 책에 집약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불교 전체를 간추려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그 연원을 짚어 본 것이다. 7불 이야기의 출처인 <장아함경>에는 30종류의 경전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첫 번째 경전이 <대본경>이다. 팔만대장경에서 가장 첫 번째 경전의 이름이 대본(大本)인 것은 곧 불교의 큰 근본이 된다는 뜻이다. 불교의 다른 사서들도 그렇듯이 직지에서도 역시 그와 같은 대장경의 편찬예규를 따라서 불교의 뿌리이며 큰 근본이 되는 7불에서부터 짚어가는 것이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의미는 모든 존재의 참되고 바른 이치에 대해서는 어느 특정인의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모든 깨달은 사람들은 다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며, 또한 진정한 진리란 동서고금과 민족과 나라의 차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먼저 과거겁의 7불 게송을 소개하였는데 과거겁은 장엄겁이라 하고, 현재겁은 현겁이라 하며 미래겁은 성수겁이라 한다. 흔히 과거7불이라고는 하나 과거불은 비바시불과 시기불과 비사부불까지 셋이며, 구류손불과 구나함모니불과 가섭불과 석가모니불은 현재 현겁의 부처님이다. 그러나 흔히 모두를 합하여 과거7불이라 한다.

 

대장경 편찬예규를 따라서  불교 근본의 7불부터 시작

 

제1. 비바시불(毘婆尸佛)

 

비파시불 과거장엄겁불 게왈 (毘婆尸佛 過去莊嚴劫佛 偈曰)

비바시 부처님은 과거 장엄겁 때의 부처님이다.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身從無相中受生 (신종무상중수생)  몸은 형상이 없는 곳으로부터 받아 난 것이

猶如幻出諸形像 (유여환출제형상)  마치 환술로 온갖 형상들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幻人心識本來無 (환인심식본래무)  환술로 생긴 사람의 의식은 본래 없으니

罪福皆空無所住 (죄복개공무소주)  죄도 복도 모두 텅 비어 머무는 바가 없다

 

 

해설 : 팔만대장경 중에서 첫 번째 경전인 <장아함경> 중 <대본경>에는 비바시 부처님에 대한 설명이 있다.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8만세 때에 출현하셨으며 종성은 찰제리이며 성은 구리야며 아버지는 반두며 어머니는 반두파제이다. 반두파제성에 살았다고 하였다. 설법의 횟수는 3회이며 34만 8000명을 제도하였다고 하였다. 게송은 경전에는 보이지 않고 <전등록>에서 보인다.

이 게송은 불교의 수많은 가르침들 중에서 최초의 설법이라 할 수 있다. <전등록>이나 기타 불교의 사서에 근거하여 본다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처음 성도하시고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들을 향해서 중도의 이치를 이야기 하고 사성제를 이야기 했더라도 그것은 비바시 부처님보다 훨씬 뒤늦은 후대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불교 최초의 가르침을 무엇으로 시작하여야 할까? 그것은 현재 설법을 하고 있는 그 존재의 문제부터 짚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모든 존재의 근본인 이 몸의 실재여부를 거론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교의 가르침은 유형의 세계와 무형의 세계에 대해서 밝힌 내용이 대단히 많다. 비바시 부처님은 무한한 유형의 세계에서 인간의 몸이 가장 근본이 된다고 보고 몸의 실체에 대하여 깨달음의 눈으로 밝힌 내용이다.

우리들의 이 육신과 그 외 모든 유형의 존재들은 지금 이렇게 보는 바와 같이 형상이 있지만 그 근본은 형상이 없는 곳으로부터 받아 생겨난 것이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문제시되는 죄와 복이란 본래 없는 이 몸을 확고하게 존재한다고 여기는 데서 문제가 되었다. 근본 뿌리인 몸이 없는데 지엽인 죄와 복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렇게 관찰한다면 인생을 마치 그림자처럼 없는 듯이 가볍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