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씻은 물은 다시 쓸 수 없습니다

2008. 10. 2. 12:2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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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임제선사에게 물었습니다.
"누가 와서 스님을 마구 때리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사람이 오기도 전에 내가 어떻게 할지 알겠는가?
그 사람이 오면 그 순간에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지난 날의 그림자를 그리워하는 것은
말라버린 갈대를 만지는 것과 같으며
오지 않은 미래를 기다린다는 것은
흘러 올 강물을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현재도 순간순간
변하고 있습니다.


문윤정(수필가)

 

 

부처님의 아들이자 제자인 라훌라는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심성이 거칠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이 라훌라를 불렀습니다.
"대야에 물을 떠다가 내 발을 씻겨다오."
부처님은 발 씻은 물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였습니다.

 

"이 물을 마시거나 양치질을 할 수 있겠느냐?"
"발을 씻은 물은 다시 쓸 수 없습니다."
"말을 조심하지 않는 너도 그 물과 같다."
부처님은 대야을 발로 차 버리며 말씀하였습니다.

"너는 저 대야가 깨질까 봐 걱정하느냐?"
"이미 발을 씻은 그릇이요,

값이 싼 물건이라 아깝지는 않습니다."

"너도 그 대야와 같다. 비록 수행자이지만

말과 행동이 바르지 않다면
저 값싼 대야처럼 사람들이 너를 아껴주지 않는다."


이용범(소설가)


 

 

허공엔
주먹이나 온갖 것이
다 들어가듯이

구멍 하나 없는 나무토막에
못이 박히는 것은
그 안에 틈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강철을
무르디 무른 물이 헤집고 들어가
매끈하게 잘라 낸다는 것도
역시 틈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들어 올 수 있는
마음의 틈을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법현스님 / 열린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