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17. 12:07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참마음은 죽지 않음 (眞心出死)
어떤 이가 물었다.
[전에 들으니 성품을 본 사람은 生死를 벗어난다 하였다.
그러나 옛날의 조사들이 모두가 생사가 있었으며, 현재 세간에서 수도하는
사람들을 보아도 생과 사가 있으니, 어떻게 생사를 벗어나리요?]
대답이라.
- [생사가 본래 없거늘 허망하게 계교하여 있다고 여길 뿐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눈병이 나서 허공에 꽃이 있다고 보거든
병없는 사람이 말하기를 "허공 꽃이 없다"하나
병들은 이가 믿지 않다가 눈병이 나아서 허공 꽃이
저절로 없어진 뒤에야 비로소 허공 꽃이 없는 줄로 믿는 것 같나니,
다만 꽃이 사라지기 전이라도 그 꽃은 공한 것이라 오직 병들은 이가
허망하게 꽃이라고 집착할지언정 본체가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니라.
어떤 사람이 생사가 있는 것이라고 허망하게 오인하거든
생사 없는 사람이 말하기를 "본래 생사가 없다"하여도 믿지 않다가
하루 아침에 망혹을 쉬어 생사가 저절로 제해진 뒤에야 비로소
생사가 본래 없는 것인 줄로 믿거니와 생사를 쉬기 전에도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건만 허망하게 생사가 있다고 오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에 말씀하시기를
"선남자야, 모든 중생이 끝없는 옛부터 갖가지로 뒤바뀜이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사방을 바꾸어 선 것 같이
사대를 허망하게 오인해서 자기의 몸이라 여기고
육진의 그림자로 자기의 마음이라 하나니,
비유하건대 병들은 눈이 허공 속의 꽃을 보는 것 같으며,
나아가서는 뭇 허공 꽃이 허공에서 멸할 때에,
일정하게 멸하는 곳이 있다고도 말할 수 없는 것 같으니라.
무슨 까닭인가?
생기는 곳이 없기 때문이니라. 모든 중생이 생김이 없는 가운데서
허망하게 생멸을 보기 때문에 그러므로 생사에 헤맨다 하느니라"하시니,
이 경문에 의하건대 원각(圓覺)의 참마음을 통달하여 깨달으면
본래 생사가 없는 것임을 분명히 알겠도다.
이제 생사가 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생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공부가 도저(到底)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교학(敎學)에 암바녀(庵婆女)가 문수에게 묻기를
"생사가 본래 생사치 않는 법인 줄 분명히알면서도
어찌하여 생사의 끄달림을 받나이까" 하니,
문수가 대답하기를
"그 힘이 충실치 못하기 때문이라"하였으며,
나중에 진산주(進山主)가 수산주(修山主)에게 묻기를
"생이 곧 생 아닌 법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어찌하여 생사의 끄달림을 받나이까?"하니,
수산주가 대답하기를
"죽순이 끝내 대(竹)가 되지만
지금 당장에 뗏목을 만들면 쓸 수 있겠는가"하였으니,
그러므로 생사 없는 줄 아는 것이, 생사 없음을 채득하는 것만 못하고,
생사 없음을 채득하는 것이 생사 없음에 계합하는 것만 못하고,
생사 없음에 계합함이 생사 없음을 활용하는 것만 못하니라.
요즘 사람들은 생사 없음조차 모르거늘
하물며 생사 없음을 체득하거나 계합하거나 활용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생사를 오인하는 이는
생사 없는 법을 믿지 않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선문촬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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