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마음은 알음알이가 없다.(眞心無知)

2008. 11. 24. 12:0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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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마음은 알음알이가 없다.(眞心無知)

어떤 이가 물었다.
[참마음과 허망한 마음이 경계를 대할 때,

어떻게 참과 거짓을 분별하는가?]

- [허망한 마음으로 경계를 대하는 것은 알음(知)이 있으므로서

아는지라 거슬리고 순하는 경계에 탐욕. 성냄. 어리석음 등의 마음을 일으키나니,
이미 경계에 대하여 탐욕. 성냄. 어리석음 등 3독을 일으킨다면

족히 그가 허망한 마음임을 알 수 있느니라.
조사께서 말씀하시기를

"거슬림과 순함이 서로 다투는 것이 마음의 병이 된다"하시니,
그러므로 옳음과 옳지 못함을 상대하는 것이 허망한 마음임을 알 수 있느니라.

만일 참마음이라면 알음이 없음으로서 아는지라
평탄한 생각으로 두루 비추는 까닭에 초목과는 다르고,
미움도 사랑도 없는 까닭에 허망한 마음과도 다르나니,
곧 경계를 대하여 비고 밝고 미워하지도 않고 사랑하지도 않으며,
알음이 없음으로서 아는 것이 참마음이니라.

肇論(조론)에 말하기를
"성스러운 마음이란 미묘해서 형상이 없는지라 있다고 할 수 없고,
쓸수록 더욱 부지런한지라 없다고 할 수 없도다"하고,
나아가서는 "있는 것이 아니므로 알되, 아는 것이 없고,
없는 것이 아니므로 알음이 없으되 안다"하시니,
그러므로 알음이 없으되 아는지라
성인의 마음과 다르다고 말할 수 없느니라.

또 허망한 마음은 있음에서는 있음에 집착하고
없음에서는 없음에 집착하여
항상 두 쪽에 치우치기 때문에 중도를 알지 못하나니,

영가가 말하기를
"허망한 마음을 버리고 참마음을 취하면
취하고 버리는 마음이 교묘한 거짓을 이룬다.
학인은 수행하는 법을 몰라서 도적을 잘못 알아

자식으로 여기는 병이 깊었도다"하니,
진실로 참마음이라면 있음과 없음에 처하되 있음과 없음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중도에 처하느니라.

그러므로 조사께서 말씀하시기를
"있음의 반연을 쫓지도 말고, 공의 지혜에도 머물지 말라.
한 가지 생각 평탄하면 빈 듯이 저절로 다하리라"하시며,

또 조론에 말씀하시기를
"그러므로 성인은 있음에 처하되 있음이 아니요,
없음에 있으되 없음이 아니다.
비록 있음과 없음을 취하지 않으나,

그러나 있음과 없음을 버리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햇빛과 먼지가 섞이듯이
"다섯 갈림(五趣)에 두루 하되 고요히 가고

갑자기 돌아와서 편안한 듯 담담한 듯함이 없으되
하지 않는 것이 없다"하시니,
이는 성인께서 중생들을 위하여 다섯 갈래에 두루 하면서

중생들을 건져 교화하시기 위하여 비록 왕래하지만

왕래함이 없는 것이니라.
허망한 마음은 그렇지 않아서 참과 허망함이 같지 않으니라.

또 참마음은 곧 *평상*(平常)한 마음이요,
허망한 마음은 곧 평상(平常)치 못한 마음이니라.]

* 평상(平常)=평은 높고 낮음이 없다는 뜻이요. 상은 끊이는 때가 없다는 뜻.

그가 다시 물었다.
[무엇을 평상한 마음이라 하는가요?]

- [사람마다 제각기 한 점의 신령스런 광명이 있되 맑기가 허공과 같아서

온갖 곳에 두루했나니, 세속 일(俗事)을 대하여는 거짓으로 理性이라 하고,
정신의 움직임(行識)에 대하여는 방편으로 참마음이라 부른다.
털끝만치의 분별도 없으되 인연을 만나면 어둡지 않고,
한 생각도 취하고 버릴 것이 없으되 만나는 물건마다 다 두루 하는지라
만 가지 경계를 따라 변천하지 않는다.
설사 흐름에 따라 묘함을 얻을지라도
제자리를 여의지 않고 항상 담연(湛然)하니,
찾으면 그대 얻지 못할 줄 나는 분명히 아노니 이것이 참마음이니라.]

그가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평상치 못한 마음(不平常心)인가요?]

- [경계에는 성인과 범부, 물들음과 깨끗함,
없어짐과 항상함, 이론과 현실, 남과 사라짐, 움직임과 고요함,
감과 옴, 예쁨과 미움, 선과 악, 인(인)과 과(果)등이 있나니,
자세히 논한다면 천만 가지 차별이 있거니와 모두가 평상치 못한 경계니라.
평상치 못한 생멸의 경계로써 전의 평상한 참마음에다 견주므로

평상치 못한 허망한 마음이라 하느니라.
참마음은 본래부터 태연하여서 평상치 못한 경계에 대하여

갖가지 차별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평상한 참마음이라 하느니라.

그가 다시 물었다.
[참마음이 평상 하여 모든 차별된 인(因)이 없다면 어찌하여

부처님은 인과(因果)와 선덕(善惡)과 갚음(報應)을 말씀 하셨는가요?]

- [허망한 마음이 갖가지 경계를 따르되 갖가지 경계를 알지 못하여

갖가지 마음을 일으키므로 부처님께서 갖가지로 인과의 법을 말씀하셔서
갖가지 허망한 마음을 조복시켜 주시려고 인과의 법을 세우셨거니와,

참마음은 갖가지 경계를 따르지 않으며 갖가지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부처님께서 갖가지 법을 말씀하시지 않았거늘 어찌 인과가 있으리요?]

그가 다시 물었다.
[참마음은 항상 나지 않는 것인 가요?]

- [참마음의 분별 작용이 경계를 따라 생기는 것은 아니나

다만 묘한 작용만으로 활동(遊戱)하므로 인과를 어둡히지는 않느니라.]

 

 

 

선문촬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