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26. 13:43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오직 모를 뿐.....[모르는 마음으로 계속 나아가라] -숭산 스님-
어느 목요일 저녁에 한 제자가 숭산 선사께 질문을 했다.
"만일 선사님께서 운전을 할 때는 오직 운전할 뿐이라고 하신다면,
만일 좌선중에 "내가 누구 인가?" 하는 공안을 지니면
이는 오직 의심할 뿐입니까?"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의심할 뿐이다.
깨끗한 마음을 가리켜 우리는 모를뿐인 마음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너는 그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이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만일 제가 이해하게 되면, 그 때는 전 모르는 마음을 안 가지는 것이죠?"
"누가 모르느냐? (대중들 웃음소리)
네가 모르는 마음을 지니고 있을 때, 그것이 모르는 것이다.
너는 모를 뿐이다.
모든 사람들에겐 이름이 주어진다.
그러나 네가 처음 태어났을 땐 이름이 없었다.
그러므로 마음도 이름이 없다.
무엇이 마음인가? 모른다.
너의 마음의 이름은 모를 뿐이다."
"선사님께선 운전하실 때, 그 마음은 모를 뿐입니까, 아니면 운전할 뿐입니까?"
"오직 운전할 뿐은 바로 모르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다. (웃음 소리)
그냥 모를 뿐인 마음을 지니기만 하라.
모를 뿐. 알겠느냐?"
"무엇을 모르는 겁니까? (웃음 소리)
즉, 오직 운전만을 한다면 모르는 것이 없지 않습니까?"
"넌 운전을 할 때 마음이 있느냐?"
그 제자가 잠자코 있었다.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의 네 마음이 모르는 마음이다.
네가 모른다는 것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그냥 모를 뿐이 되는 거다."
"뭘 모르는 것입니까?"
"이 문은 무슨 색이냐?"
'갈색입니다."
"네가 갈색이라고 했다. 이것이 모를 뿐이다.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웃음 소리)
"그래, 넌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이다." (웃음 소리)
"선사님께선 모른다는 것에 집착하시는 겁니까?"
"바로 네가 모르는 것에 집착하고 있는 거다!
문자에 집착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그냥 모를 뿐이다.
물을 마실 땐 그냥 마시는 것이고, 모를 뿐이다. 됐느냐?
그러니 모르는 것이 물을 마시는 거다. 알겠느냐?"
"왜 내가 물을 마신다고 하지 않는 겁니까?"
"지금 네가 말하고 있다. 말하는 놈이 누구냐?"
그 제자가 잠자코 있었다.
"모르지! 이 모르는 것이 말하는 거다."
"그러나 제가 말하고 있으니, 모르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요."
"본래 그것은 무명무색(無名無色)이다. 그 이름이 모를 뿐이다."
"어떤 선사들은 대의심을 가져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것이 모르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분들 말씀을 따르자면
그 큰 의심이 깨지고 대오(大悟)에 이르면 어떤 단계가 있다고들 하던데요."
"큰 의심이란 모를 뿐이다. 그 이름은 다를 수 있다.
큰 의심, 대 의심, 모를 뿐 외에도 더 많은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내 속명(俗名)은 덕인(德仁)이고, 법명(法名)은 행원(行願)이며, 당호(堂號)는 숭산(崇山)이다.
이렇게 내 이름은 많다. 그러나 처음 태어났을 때 난 이름이 없었다.
진짜 내 이름은 무명씨이다.
그러니 큰 의심덩이, 큰 의심, 모를 뿐, 이 모두가 똑같은 것이다."
"그래도 선사님이 애기였다면 엄마가 "네가 누구냐?" 하고 물으면
'몰라요' 하고 대답하시진 않았을 테죠."
"애기한테 물어보렴." (웃음 소리)
"애기는 '안다'거나 '모른다'는 생각도 없이 그냥 가만히 있겠죠."
"그렇지, 바로 그거야.
오직 모를 뿐이야.
애기는 질문에 집착하지 않는다.
바로 네가 그 질문에 집착하고 있을 뿐이지, 모를 뿐인 마음은 깨끗한 마음이다.
모를 뿐은 생각하기 이전의 상태이고, 모를 뿐은 여여한 것이다.
이제 내게 물어 봐라. '무엇이 모를 뿐' 이냐고."
"무엇이 모를 뿐입니까."
선사께선 물컵을 들어 그 물을 마셨다.
"이젠 알겠느냐? 이것이 모를 뿐이다."
"그런데 왜 모를 뿐이라고 하는 거죠?
목이 마르니 물을 마시는 건데.
왜 선사들은 '난 모른다' 하고 생각을 돌려 합니까?" (웃음 소리)
"만일 네가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건 모를 뿐이 아니다. (웃음 소리)
모른다는 것은 생각하는 게 아니다.
거기엔 오직 모를 뿐일 따름이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를 돌아다니며 이런 말을 했다. '너 자신을 알라'
한 번은 제자가 그에게 물었다. '스승께선 자신을 아십니까?"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난 모른다. 그러나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
난 모른다. 그러나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졸리면 잔다. 그것뿐이다.
본래의 질문은 '난 무엇인가?' 였는데 너의 답은 '저는 모릅니다' 였다.
누가 모르는 거냐? 너는 아직도 질문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다.
내가 아는지 혹은 모르는지 하는 것은 서로 상반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모두 놓아 두고서 그냥 살 수는 없겠니?" (웃음 소리)
선사께선 크게 웃으시고 말씀하셨다.
"넌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생각는구나. 그래서 너에게 삼십방을 주겠노라."
(웃음 소리)
"넌 누구냐?"
그 제자는 조용히 있었다.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모르는 것이다.
이 마음뿐이다.
만일 네가 이 마음을 지닌다면 '모를 뿐'인
그 문자에 ?喙幣舊? 않게 되고 곧 견성을 하게 되리라."
-부처님께 재를 털면.... >에서
Legends of the fall OST - The Ludl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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