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의 나

2009. 1. 5. 11:18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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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들꽃사랑마을서송

 

 

1 멀리 가는 향기

꽃 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해도
덕행을 쌓은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멀리 멀리 시방 세계 퍼진다.

아함경(阿含經)에서


2. 세상의 모든 풀들이 약초이듯이

부처님의 주치의였던 ‘기바’가 의사 수업을 받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스승이 기바에게 망태를 던져 주면서 말했습니다.
“약초를 캐 오너라. 이것이 마지막 시험이다.”
그는 며칠이 지나서야 그것도 빈 망태인 채로 돌아왔습니다.
“약초는 캐오지 않고 어디를 갔다 왔느냐?”
“스승님, 세상에 약초 아닌 것이 없었습니다.
온 천지가 약초뿐인데 어떻게 다 담아올 수가 있겠습니까?”
기바의 말을 듣고 스승은 그를 의사로 인정하였습니다.

세상에 약초 아닌 것이 없듯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문윤정 / 수필가 

 

 

 

3 공(空)

씨앗을 쪼개 본다.
아무것도 그 속에 숨어 있는 게 없다.
어디 있다 왔는가 꽃들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가?

김재진 / 시인

 

 

4 처음 그것

옛날 어느 나라에서는 혼기를 앞둔 딸을 교육할 때
바구니를 들려 옥수수 밭으로 들여 보낸다고 합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옥수수를 따오면,

아주 마음에 드는 훌륭한 신랑감을 골라 줄 것’
이라고 약속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딸들은 대개 빈 바구니를 들고 밭을 걸어 나온다고 합니다.
처음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으나
‘조금 더 가면 더 좋은 것이 있겠지’ 하고
자꾸 앞으로만 나가다가 결국은 밭이랑이 끝나
빈 손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멀고 긴 인생의 행로에서 내가 선택할 것이 많으나
참으로 내 것인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처음 내 것이라고 생각한 그것이 소중한 것입니다.

장용철 / 시인


 

 

 

 

5 두 가지의 나

하나는 나 속에 갇혀있고
하나는 세계 속에 나와있다.
하나는 나 만을 움직이고
하나는 우주를 움직인다.
하나는 물질 속에 갇혀있고
하나는 허공 속에 함께 있다.
하나는 시간에 묶여있고
하나는 영원에 통해있다.
하나는 있는 듯이 없고
하나는 없는 듯이 있다.

김시헌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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