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선현단(月僊玄端) - 수전노 수도승의 속셈

2009. 1. 19. 00:1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728x90

 



월선현단(月僊玄端) - 수전노 수도승의 속셈

 

 

겟센(月僊 : 1720 ~ 1809) 선사는 에도 후기의 화승(畵僧 : 그림 그리는 스님)이다. 선사는 자신의 그림 값을 상상을 초월할 만큼 요구했다. 그것도 선금부터 내놓아야 그림을 그려 주었다. 그래서 그를 '탐욕쟁이 화승'이라고 욕을 했다.

하루는 선사에게 일본의 유명한 기생이 찾아와 그림을 부탁했다. 선사는 그녀가 누구인지를 뻔히 알면서도 그림값부터 흥정했다.

"돈을 얼마나 주겠소?"

기생은 거만한 태도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돈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주겠소 그대신 우리 집에 와서 내가 직접 보는 데서 그려 주셔야 해요."

선사는 기생의 집으로 갔다.
그날은 마침 기생이 자신의 후원자를 위해 연회를 베푸는 날이었다. 선사는 기생이 원하는 그림을 약속대로 그려주고 고액의 돈을 요구했다.
선사가 돈을 받고 그 집을 나서려는 순간 기생이 자신의 후원자를 향해 말했다.

"이 화승은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해요, 그의 그림은 좋으나 그의 마음은 돈의 탐욕으로 더럽혀졌습니다. 탐욕이 가득 찬 마음에서 그려진 이 그림은 당장에는 보기가 좋다고 하겠지만, 이걸 어디에다 걸어 둘 수가 있겠습니까?" 그의 그림은 내 속치마에나 그려 두는 것이 안성맞춤일 듯합니다."

기생은 이 말을 마치자 겉치마를 벗고 속치마 차림으로 선사 앞에 가서 말했다.

"제 속치마에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겠소?"

선사는 아무 표정 없이 그림 값부터 흥정했다.

"돈은 얼마나 내겠소?"

기생 역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만큼 주겠소."

선사는 상상도 못할 만큼 고액을 요구했고 기생도 좋다고 했다. 선사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그녀의 속치마 뒤쪽에다 정성껏 그림을 그려 주었다.
이런 사실은 사람과 사람의 입을 통해 널리 퍼져서 선사는 더욱더 탐욕쟁이 화승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런데 그 누구도 선사가 왜 그토록 돈을 모으려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몰랐다.

선사가 사는 지방에는 정기적으로 무서운 기근이 발생하곤 했는데 기근이 발생하면 숱한 사람들이 굶어 죽었으며 어떠한 부자도 이 기근을 구제할 수가 없었다.
이 때를 위해 선사는 아무도 몰래 창고를 마련하여 곡식을 비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그 지방에서 국사(國寺)로 가는 길이 너무 멀고 험했다.
많은 사람들이 국사에 참배하고 예불도 드리고 고승들을 만나려 해도 길이 너무 험하여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한 길을 곧고 평평하게 닦이 위해 선사는 돈을 모았던 것이다.

그리고 선사의 스승은 사찰 하나를 짓는 것이 소원이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선사는 스승을 위해 사찰을 짓고자 열심히 돈을 모았던 것이다.

선사의 이 세가지 소원이 성취되던 날, 비로소 이런 사실을 만천하가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고부터 그의 높은 덕망을 숭앙하여 그림을 그려 달라는 사람들이 쇄도하였다.
그러나 선사는 미련없이 붓과 화구를 버리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참선에만 열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