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존의 다비(화장)
겨우 기운을 되찾은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은 하인들에게 분부
하였다.
"여봐라, 너희들은 이러하니, 쿠시나가라 안에 있는 향과 꽃다
발, 그리고 모든 악기를 서둘러 모아 오너라."
그리고 그것들이 모이자,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은 모든 향과
꽃다발, 모든 악기 그리고 5백 필의 베를 가지고, 교외(郊外)의
'여래가 태어난 곳'인 사라 나무 숲으로 급히 갔다.
그리고 사라 남부 숲에 도착하여 곧바로 세존의 유해가 안치
된 곳으로 가 음악과 춤, 꽃다발, 향 등으로 경애, 존경, 숭배
하고 공양 올렸다.
또 베로 몇 겹의 천막을 만들거나 만막( 幕)을 몇 겹으로 둘러
쳤다. 이와 같이 하면서 그날을 보냈다.
한편 이렇게 준비가 끝나자,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은 생각
하였다.
세존의 유해를 바로 오늘 다비하는 것은 그다지 때에 맞지 않다.
세존의 유해를 다비하는 일은 내일 하도록 하자.'
다음날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은 또 어제와 마찬가지로 세존의
유해를 음악과 춤, 꽃, 향 등으로 경애, 존경, 숭배하며 공양
올렸는데, 그렇게 하는 동안에 그날도 또 저물었다.
이와 같이하여 2일, 3일이 지나 마침내 6일이 경과했다.
7일째 낮에 쿠시나가라의 말라족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우리들은 이제부터 세존의 유해를 음악과 춤, 꽃, 향으로 경애,
존경, 숭배하고 공양 올리면서 남쪽 길을 지나 마을 남쪽으로
운반하여, 그곳에서 세존의 유해를 다비(茶毘)하리라'라고.
그리고 8명의 말라 족 지도자가 머리에 물을 부어 몸을 깨끗이
하고 새 옷을 몸에 걸치고, '자! 세존의 유해를 메자'라고 말하
면서 들어올렸는데, 무슨 까닭인지 들어올릴 수 없었다.
그러자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은 아누룻다 존자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대덕이시여! 저 8명의 말라 족 지도자는 머리에 물을 부어 몸을
깨끗이 하고 새 옷을 몸에 걸치고, '자! 세존의 유해를 메자
라고 말하면서 들어올렸는데도 들어올릴 수 없었나이다.
도대체 무슨 연유입니까?"
이것에 대해 아누룻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바세타여!
그것은 당신들이 하고 있는 것이 신들의 의향에 맞지 않기 때문
이네."
"그럼 대덕이시여! 신들의 의향은 어떤 것이옵니까?"
"바세타여! 당신들은 '우리들은 세존의 유해를 음악과 무용과 꽃,
향으로 경애, 존경, 숭배하고 공양하면서 남쪽 길을 지나 마을
남쪽에 운반하여 그곳에서 세존의 유해를 다비하자'라고 생각
하고 있지만, 신들의 뜻은 '세존의 유해를 하늘의 음악과 춤, 꽃,
향으로 경애, 존경, 숭배하고 공양하면서 북쪽 길을 지나 마을
북쪽에 운반하여 북문(北門)에서 마을로 들어와 마을 중앙까지
가자.
이렇게 마을 중앙까지 가면, 왼쪽으로 돌아 동문(東門)에서
마을 밖으로 나가, 마을 동쪽 변두리에 있는 마쿠타 반다나라는
말라 족의 영지로 가, 그곳에서 세존의 유해를 다비하자'라고
하는 것이오"
"알았사옵니다, 대덕이시여! 그럼 우리들은 신들의 뜻대로
거행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이 이와 같이 신들의 뜻을 쫓는 취지를
발표했을 때, 쿠시나가라 마을은 하늘에서 피는 만다라바 꽃
으로 성벽의 틈이나 도랑, 쓰레기장 등 주변 일대에 온통 남김
없이 덮였다.
게다가 그 높이는 무릎을 덮을 정도였다.
이렇게 신들과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은 세존의 유해를 천상
과 인간 쌍방의 음악과 춤, 꽃, 향으로 경애, 존중, 숭배하고
공양 올리면서 북쪽 길을 지나 마을 북쪽으로 운반하여 북문
(北門)에서 마을로 들어가 마을 중앙까지 갔다.
이렇게 마을 중앙까지 가서 그들은 그곳에서 왼쪽으로 돌아
동문(東門)에서 마을 밖으로 나와 마을 동쪽 외곽에 있는
마쿠타 반다나라는 말라족의 영지로 가, 그곳에서 세존의
유해를 안치했다.
그리고 이렇게 세존의 유해를 안치하고서,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은 아난다 존자에게 말하였다.
"아난다 대덕이시여!
여래의 장례식은 어떻게 치르면 좋겠사옵니까?"
그러자 아난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바세타여!
여래의 장례식은 전륜성왕의 장례식처럼 거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소."
"그럼 아난다 대덕이시여!
전륜성왕의 장례식은 어떻게 거행하는 것이옵니까?"
"바세타여! 전륜성왕의 장례식은 다음과 같이 거행하는 것이오.
우선 왕의 유해는 새 옷으로 감싸고 그것을 다시 새 무명베로
감싸는 것이오.
그리고 그 위를 또 새 옷으로 감싸고 다시 그것을 새 무명베로
감싸오. 이렇게 새 옷과 새 무명베로 바꾸어 가면서 5백 번씩
감싼 다음, 전륜성왕의 유해는 철로 만든 관에 봉안하오.
그리고 다른 철관으로 뚜껑을 덮은 다음 온갖 종류의 향목
(香木)을 쌓아 올려 만든 화장 나무더미 위에 안치하고, 그 위
에서 다비를 하는 것이오.
다비가 끝나면 큰 길이 교차하는 사거리 중앙에 전륜성왕을
기념하는 탑을 건립하오.
바세타여!
전륜성왕의 장례식은 이상과 같이 거행하오.
바세타여!
여래의 장례식도 이상과 같은 전륜성왕의 장례식과 똑같이
거행하면 되오.
또 장례식이 끝나면 큰 길이 교차하는 사거리 중앙에 여래를
기념할 만한 탑을 건립해야만하오.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은 바세타여!
그 탑에 꽃과 향, 말향(抹香) 등을 공양 올리면서 손을 모으
거나 마음을 맑게 하는 이는 이후 오랫동안 이익과 안락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오.
바세타여!
여래의 탑에는 이와 같은 공덕이 있는 것이오."
그러자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은 하인에게 분부하였다.
"여봐라, 너희들은 이러한 말씀이 있사온즉, 일족(一族)이 있는
곳에 가, 서둘러 새 무명베를 모아 오너라."
이렇게 베를 준비한 쿠시나가라의 말라 족은, 아난다 존자의
말씀대로 세존의 유해를 새 옷으로 감싸고 그것을 또 새
무명베로 감쌌다
그리고 그 위를 또 새 옷으로 감싸고, 다시 그것을 새 무명베
로 감쌌다.
이와 같이 새 옷과 새 무명베를 교대로 5백 번 감싼 다음, 세존
의 유해는 철로 만든 관에 봉안하였다.
그리고 다른 철관으로 뚜껑을 덮은 다음, 온갖 종류의 향목을
쌓아 올려 만든 화장 나무더미 위에 안치하였다.
- 열반경(涅槃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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