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말씀
다시 세존께서는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내가 입멸한 뒤, 너희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선사(先師)의 말씀만 남아 있지, 우리들의 큰 스승은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라고.
그러나 아난다여!
너희들은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가 입멸한 후에는 내가 지금까지 너희들에게 설해 왔던
법(法)과 율(律), 이것이 너희들의 스승이 될 것이니라.
또 아난다여! 비구들은 지금까지 서로 '그대'라는 단어로 불렀
지만, 내가 입멸한 후에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아난다여!
장로 비구로서 신참 비구를 부를 때는 이름이나 성, 혹은
'그대'라는 말을 써도 좋다.
그러나 신참 비구로서 장로 비구를 부를 때에는 대덕(大德)'
이나 '존자(尊者)'라는 말을 쓰도록 하여라.
또 아난다여! 필요하다면 비구들이 배워야만 하는 조항 가운
데 세세한 것, 사소한 항목(小小戒)은 비구모임에서 의논하여
취소해도 좋으리라.
또 아난다여! 찬나 비구에 대해서는 내가 입멸한 다음,
'말하지 않는 벌(梵檀法)'을 가하여 줌이 좋으리라."
"세존이시여!
그 말하지 않는 벌이란 어떠한 것입니까?"
"아난다여!
그것은 이러한 것이니라.
찬나 비구에게는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말하도록 내버려
두되, 다른 비구나 비구니들쪽에서는 말을 걸거나 질책하거나,
더구나 가르친다든지 하는 따위를 일절 하지 말아라. 이것이 '
말하지 않는 벌'이라는 것이니라."
다시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만약 너희들 가운데 부처님과 그 가르침, 승가에
대해, 혹은 수행의 길이나 방법 등에 대해 의혹이나 의문이
있는 이가 있다면, 무엇이라도 물어라.
내가 입멸한 다음에,
'아! 한때 세존께서는 눈앞에 계셔서, 우리들은 직접 물으면서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는데도, 비구들은 침묵하여 누구 한
사람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없었다.
두 번 세 번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만약 너희들 가운데 부처님과 그 가르침, 승가에 대해, 혹은 수행
의 길과 방법 등에 대해 의혹이나 의문이 있는 이가 있다면,
무엇이라도 물어라.
내가 입멸한 다음에, '아! 한때 세존께서는 눈앞에 계셨으므로
우리들은 직접 물으면서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렇게 후회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그러나 세 번째도 비구들은 침묵하며 누구 한 사람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만약 너희들이 큰 스승을 어려워한 나머지 질문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비구들이여! 동료나 벗을 위해 대신 질문하여라."
이렇게 말씀하셨는데도 비구들은 침묵하여 누구 한 사람도 질문
을 제기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자 아난다 존자는 세존께 다음과 같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옵니다. 참으로 훌륭한 일이옵니다.
제가 믿는 바로는 지금 비구모임 가운데는 부처님과 그 가르침,
승가에 대해, 혹은 수행의 길이나 방법에 대해 의혹이나 의문이
있는 비구는 한 명도 없사옵니다.
참으로 훌륭한 일이옵니다."
이것에 대해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너는 숭경(崇敬)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여래의 지혜로운 눈에도, '이 비구모임 가운데서는 부처님
과 그 가르침, 승가에 대해, 혹은 수행의 길이나 방법 등에 대해
의혹이나 의문이 있는 비구는 한 명도 없다'고 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느니라.
아난다여!
이들 5백 명의 비구들은 최후의 한 사람까지 성자(聖者)가 되어,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반드시 바른 깨달음을 얻을 것이
확실할 정도로 모두 수행이 진전되어 있느니라."
이리하여 세존께서는 이제 비구모임 가운데는 부처님과 그
가르침 그리고 승가에 대해, 혹은 수행의 길이나 방법에 대해
의혹이나 의문이 있는 이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신
다음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럼 비구들이여! 이제 나는 너희들에게 알리겠노라. '만들어진
것은 모두 변해 가는 것이니라.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정진
하여 너희들의 수행을 완성하여라.'"
이것이 여래께서 이 세상에 남기신 최후의 말씀이었다.
- 열반경(涅槃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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