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불기2553년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불기는 서기와 달리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해 즉 돌아가신 해를 1년으로 기산합니다.
부처님은 80년을 이 세상에 살다가 가셨으므로 2630여 년 전에 이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아기왕자인 싯다르타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룸비니동산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고 온갖 새들이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니 걸음마다 연꽃이 피어나서 받쳤고,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다른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외쳤습니다.
“하늘 위 하늘 아래 내가 제일 존귀하다(天上天下唯我獨尊).
온 누리 뭇 삶들이 괴로워 하니 내 마땅히 편안하게 하리라(三界皆苦我當安之).”
이 때 하늘에서 아홉 마리 용이 나타나서 더운 물과 시원한 물을 골고루 뿌려
아기왕자의 몸을 깨끗이 씻겨주었습니다.
부처님의 전기를 수록한 ‘붓다차리타(佛所行讚)’ 나 ‘수행본기경(修行本紀經)’ 등의 기록에 따라
우리 불자들이 부처님오신 날을 맞이하여 아기부처님을 목욕시켜 드리고
부처님께 향과 등,차와 쌀 그리고 꽃과 과일 등 여섯 가지 공양물(六法供養)을 올리고 있습니다.
초와 등은 모두 진리의 빛을 뜻하는 공양물입니다.
저녁에 밝히는 연등은 꽃과 등이 합쳐진 아름다운 마음씨와 밝은 삶을 뜻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간혹 등을 올리는데 필요한 비용을 주고받으며 그 값의 많고 적음에 따라 빚어지는 일들이
사람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난타라고 하는 가난한 여인이 어렵게 힘들게 구한 적은 양의 기름으로 지핀 등불이
다른 돈 많고 지위가 높은 이들이 많은 양의 기름으로 밝힌 등불보다도 더 오래 밝게 빛났다고 합니다.
등을 밝히는 불자들은 나의 정성이 모자라지 않은 가를 되돌아보고,
불자들의 정성을 받아들이는 사찰의 스님이나 종무원들은
화폐의 많고 적음으로 가치를 따지 않았는지를 반성하여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서른다섯 살에 깨달음을 얻으신 후 여든 살에 열반하실 때까지
45년간을 쉬지 않고 가르치신 진리는 중도(中道)의 가르침이며, 연기(緣起)의 가르침입니다.
중도는 가운데 길이라는 뜻이 아니라 바른 길이라는 뜻입니다.
연기는 방송시스템이 있어서 청취자 여러분과 제가 이렇게 만나는 것처럼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있고, 네가 있으므로 나도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형성된 모든 것은 다 스러지게 되어있다는 것이 무상(無常)의 가르침입니다.
그러므로 현재하고 있는 일과 공부 그리고 사랑 등 모든 일에
시간을 기울인 만큼 이루어진다는 노력 인정의 법칙이기도 합니다.
내일 부처님오신 날을 맞이하여 부처님의 도량인 사찰에 여러 가지 공양물을 올리고
연등을 밝히면서 참 부처님의 도량인 나의 마음에 먼저
진리의 밝은 등불을 지피는 하루가 되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법현스님(관악산 자운암 주지,열린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