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바다에 산을 심으셨다.

2009. 5. 13. 10:52일반/가족·여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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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바다에 산을 심으셨다.

 

 

내나이 만큼 오랜 세월동안.....

방종과 나태함의 극복없이는 마주하지 말아야 할 바다!

그것을 극복한 이들에게만,

바다는 동경과 야망을 허용해 준다.

나의 인내심과 끈질긴 포부는 모두 바다에서 배운 것들이였다.

바다가 나를 품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사람다워지는 방법을 영영 익히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우리집 앞마당은 비록 좁지만~

나는 누구네 보다도 넓은 마당을 지니고 있는 셈이었다.

밀물에는 또다른 섬들이 내게로 다가서 주었고~

썰물을 따라서 또하나의 길이 열리곤 했었지....

어머니는 이길로 바다밭에 나가셨나 보다.

어머니의 발자욱이 만든 길 이란걸 나는 알아챘다.

어머니의 숨결처럼~

어머니의 기도처럼~

갯벌은 곱게 빗겨저 있었다.

 

아들,순주녀석에게 먹일것을 찾아서,

어머니는 서둘러 여길 헤처 나가셨을게다.

그리고는 방긋거리는 조개들의 인사를 받고는~

이들,손주를 내려보내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도 잊지 않으셨을게다.

날마다 바다에 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날마다 그리워할 수 있음에 기뻐하며~

내일도 그렇게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며.....

조개 한톨에는 아들 이름을 새겨넣고~

조개 두톨에는 손주 이름을 새겨넣고~

조개 세톨에는 딸,며느리 얼굴을 그려넣고.....

어제도 만났던 녀석들과 눈인사도 건네고,

손주녀석 얘기도 나누셨을 게고.....

다정한 칡게부부 에게 샘이나서~

먼저가신 아버지를 원망도 하셨을 게다.

 

현란한 발길들과~

어른거림 에는 눈길을 돌릴사이도 없이.

호기심에 찬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마음이 바빠....

한낯의 열기와 목마름도 잊은채~

부지런히 손길을 펼첬을 것이다.

다 못찬 바구니에만 애를 태우며....

태양이 식지 않고~

바다가 마르지 않고.....

여든두해 동안 한결같이~

어머니의 뜻과 소원을 들어주고 풀어준,

변함이 없는 바다에 경의와 고마움을 표하셨을게다.

여기가 천국이며~

낙원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하여.....

 

 

 

 

여기까지는 내가 어머니를 기다리며~

어머니를 그려본 즐거운 상상 이였으나~

!

그다음에 나는 보지 말았거나!

좀더 일찌기 봤어야 할 것을 보게되는데....

!

사람들이 밀물을 따라 들어오는 행렬이 보였다.

나의 어머니도

그저, 저 행렬속에 섞여있으려니.....하고....

사람들의 꼬리 끝으로~

허리가 땅에 닿을듯,조개자루를 등에지고,

안간힘을 쓰듯이 따라오는 그 작은 점이~~

숨이차서 다섯걸음마다 발길을 멈추는 나뭇잎같은 그 점이~~

나의 어머니 일줄은.....

아득한 현기증으로 눈앞이 캄캄해진다.

나는 내가 살아 있음을 경멸하고,

내가 여기 서 있음을 저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가슴을 갉아먹고 사는 따개비꼴 밖에 아닌것을...

내가 그 조개자루를 받아 들었으나~

두손을 버티어도 들기가 힘들다.

50kg도 넘을것 같다.

접시하나 들기에도 힘이 벅찰것 같은 어머니가,

무슨 오기로 이것을 지고,

저 심술궂게 잡아채는 갯벌밭을 헤처나왔단 말인가?

....이 모든게 "부처님 덕이지" ....

어머니가 그러셨지만 믿을 수가 없다.

나는 헛깨비와 무엇이 다른가?

어머니가 아무런 근심이 없으시다니 그런줄 알았고~

어머니가 행복하시다니 그런줄 알았고~

여기가 편하시다니 그럴줄 알았고~

아픈 곳이 한 군데도 없다니 그런줄 알았었다.

자기 편한대로~

자기멋대로 살아오고 있는.....

 

방안에 들어선 어머니가 가슴에서 비닐봉지를 하나 꺼내셨다.

만원짜리 15장이 바닷물에 젖어있었다.

휴가나온 손주녀석에게 주려던 용돈을,

빈집에 두고 나가기가 못믿어워서~

가슴에 품고 나가셨던 것이다.

~그것은 돈이 아니라~

어미니의 심장이였다.

열다섯 조각의 심장!!!

이렇게 어머니의 심장을 억만번 도려낸 다음에야~

갈매가가 날고,

가을이 다가왔다.

이제 다시는 어떤경우에도~

나는 여름을 더워하지 않으리라!

 

이번에 가지고 온 조개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꼬부라진 허리생각에 목이메어....

끓여보았던 조개탕은 이파트 경비실에 보냈다.

희희낙락하며 앞집옆집 나누어 줄 수도 없었다.

길에 펴놓고 그걸 팔았다.

6만원이 생겼다.

이돈은 내지갑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나는 이돈을 꺼내지 않을것이다.

이돈이 내지갑에 있는한은~

내게 견딜수 없는 더위와 추위는 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