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모든 시간이 부처님 시간이다

2009. 8. 31. 21:03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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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에 담긴 통합의 한 맛 !

                                     -  오 대혁/동국대교수

 

 

초여름 돌길을 거닐며 고모와 누나는 인동꽃을 따곤 했다. 인동은 매서운 겨울 눈밭에서 살아남아 노랗게 하얗게 작은 꽃들을 피워 올렸다. 아침 이슬이 밴 인동꽃의 빝둥에서 흘러나온 꽃물을  혀끝으로 핥곤 했는데, 그 맛 참 곱기도 했다. 어른들은 인동덩쿨을 잘게 썰어서 감주로 빚은 인동차를 마시기도 했다.

"노주인(老主人)의 장벽(腸璧)에

무시(無時)로 인동(忍冬) 삼킨 물이 나린다"

라고 읊조리는 정지용 시인은 혹독한 일제 말엽을 인동차와 함께 지냈다고 한다.

 

 얼마전 서거하신 인동초(忍冬草) 김대중 전 재통령을 떠올리면 '화해와통합의 한' 맛이 임가에 맴돈다. 민주화와 남북통일의 노정에 큰 획을 그은 그는 '화해와 통합의 한 맛'을 남기고 떠났다.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었던 이들에게도 그는 정치보복대신 화해와 용서의 건젰고, 사회적 통합을 강조하면서 2년만에 외환위기를 극복했으며,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화해의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6-15공동 선언을 통해 민족의 화해와 협력, 형화가 이땅에 뿌리내 릴 터전을 닦아놓았다. 물론 인생 자에가 영욕이 반반이라니 욕됨이 없으랴마는 '화해와 통합'이라는 그가 남긴 아우라(aura)는 우리 민족사에 오롯이 새겨질 것이다.

 

화해와 통합은 결코 자기의 견해만 옳다고 해서는 불가능하다.

 "자기가 조금 들은 바 좁은 견해만 내세워, 그견해에 동조하면 좋다고 하고, 그 견해에 반대하면 잘못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마치 갈대 구멍으로 하늘을 보는 것과 같아서, 갈대구멍으로 하늘을 보면 좋다고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하늘을 보지 못한 자라고 한다"

라고 원효는 말했다. 무심과 무념, 곧 마음을 비워야 상대와 더불어 화해와 통합이 다능해진다

"일체의 다른 교의가 모두 불교의 뜻이요, 백가의 설이 옳지 않음이 없으며, 팔만의 법문이 모두 이치에 들어간다" 라며 원효는 모든 시비와 논쟁을 끌어안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역정을 생각하면, 나는 비운 마음을 바탕으로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대립과 갈등을 화해와 통합으로 이끌어갔던 원효의 화쟁(和諍) 사상을 떠올리게 된다.

청치보복을 일삼고,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빼앗으며 자신만 옳다 하는 현 정부는 그분들의 가르침을 배워야 할 때이다.

 

 

-불교신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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