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31. 21:33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묘적사는 임진왜란 당시에 사명대사가 승병을 양성하던 곳이였고, 이후에도 오랜기간 승병이 무예를 연마하던 곳이였으며,
일설에는 일본, 중국 몰래 왕실을 호위하던 왕실호위무사들을 비밀리에 양성하던 곳이라 알려진 곳입니다.
따라서 이곳은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호국불교의 본찰이라 할 수 있는 유서깊은 곳이며, 오랜 옛날부터 몸과 마음을 닦던,
고요한 수도처였음이 분명합니다.
그러한 명성에 맞게 묘적사의 기운은 맑고 청명하고 그러면서도 매우 강한 기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찰을 감싸고 있는 산은 백봉산(白峰山)이라고 하며 흰白을 산의 지명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보통 백두산을 염두에 두고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으니 작은 산이지만 고래로 민족의 얼이 서린 영산임에 틀림없습니다.
세속의 생활이란,
정신없이 살다보니 자기 자신도 돌아보지 못하고 살기는 살지만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사는 생활입니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자기 자신도 돌아보지 못하고 보기는 보지만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생활입니다.
보고, 듣고 맛보고 있으나 나 자신을 잃어버린 생활들....그러하기에 사막을 지나는 낙타가 우물을 찾듯이 수행의 향기를 찾는 것이 또한 속가인의 운명인가 봅니다.
차가 밀렸지만 다행히 공양시간에 늦지는 않아 저녁공양을 챙겨먹을 수 있었습니다.
식후에는 경주법사님이 一人傳에 一人度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셨습니다. 이는 최상승선인 염불선을 주창하신 금타대화상이 저술하신 금강심론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강의의 내용은 간결하면서도 깊이가 있어 초심자인 제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워낙 중요한 내용들이라 아는 대로 적고자 하니 널리 양해해 주시고 틀린 것이 있거나 부족한 점이 있으면 부디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1. 반야심경과 보리방편문의 배열
반야심경과 보리방편문은 이러한 위치로 배열될 수 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4조 도신대사의 '입도안심요방편법문'에,
"한 모습인 법계에 계합하는 것이 일행삼매요, 일행삼매가 되려면 먼저 반야바라밀을 듣고, 닦고 배우고,
그 후에 능히 일행삼매에 이른다"
<약선남자선여인욕입일행삼매若善男子善女人欲入一行三昧, 당선문반야바라밀唐先聞般若波羅蜜, 여설수학如說修學,
연후입일행삼매然後能入一行三昧>
라는 법문에 의거하여 반야바라밀을 닦는 반야심경이 먼저 위치하고 후에 일행삼매로 들어가는 보리방평문을 위치하였다고 합니다.
2. 반야심경을 읽는 법 10가지
반야심경을 읽는 방법을 금타대화상은 10가지 순서대로 배열하여 설명하였습니다.
이러한 배열은 우연하게 된 것이 아니라 모든 학문적 성취에 있어서도 이러한 순서대로 익히게 되면 가히 名人이 될 수 있다 합니다.
또한 염불선의 주요 안내서인 보리방편문도 이러한 순서대로 익히게 될 때 참으로 깊이 이해하여 자기화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것은 금타대화상님의 금강심론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3. 염불선 수행의 방식 - 보리방편문 수행
보리 방편문을 외우고 또 외워서 보리방편문 전체가 아미타 석자에 녹아들 때까지 읽고 또 읽게 됩니다.
빠르게 혹은 천천히 읽게 되어도 여전히 틀림이 없이 계합하게 되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어묵동정간에 외우게 된다고 합니다.
어묵동정간에 외우게 되면 이를 習忍地라 하며 이것이 참 수행의 시작이라 합니다.
습인지에 이르는 방식은 사경이 첫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 또한 이에 동의하지만 개인별로 다른 접근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가 참수행의 입문이자 간단없이 수행할 수 있는 습인지에 어떻게 이르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수행하지 않으려해도 저절로 수행이 된다하니 초보자로서는 대단한 경지라 과연 이러한 경지가 가능할지 확신이 안섭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반복의 힘>입니다.
마치 눈을 굴리듯이 처음에는 잘 안되고 힘들지만 자꾸만 반복하다 보면 저절로 힘이 붙어서 나중에는 저절로 공부가 된다 합니다.
처음에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 힘들지만, 눈을 굴리는 것처럼 의심없이 하다보면 누구나 그 경계에 다다른다 합니다.
습인지까지는 법과 스승의 가르침을 믿고 또 <반복의 힘>을 믿고 끝까지 관철하겠다는 항상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4. 수행의 위차 - 습인지 이후 보살지까지
수행의 위차는 깨달음의 과정입니다.
습인지에 이르면 안심이 되고 안심이 되면 비로서 참 수행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이후 加行地가 있는데 이에는 다시 두단계로 나눌 수 있으며 성인과 도종인이 그것입니다.
도종인만 되어도 이미 경학을 통달하여 처음보는 경전도 그 뜻을 밝히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습인지나 가행지나 결국 이는 범부지로서 탐진치를 멸도하는 것이 아니고 억제하는 정도라 합니다.
이 후 見性이 되어야 보살지에 오르게 되는데 보살지에 이르게 되면서 비로서 탐진치를 없애게 됩니다.
보살지는,
* 탐을 없애는 공부(희락지, 이구지, 발광지-보살십지기준)
* 진을 없애는 공부(염혜지, 난승지, 현전지-보살십지기준)
* 치를 없애는 공부(원행지, 부동지, 선혜지-보살십지기준)
이렇게 배대된다고 합니다.
5. 명상의 종류
외도선 - 인연을 불신하고 유루공덕(돈, 명예 등)을 위하여 닦음
범부선 - 인연을 믿으나 유루공덕(돈, 명예 등)을 위하여 닦음
소승선 - 변하지 않는 나가 없음을 믿으며 해탈을 위하여 닦음
대승선 - 변하지 않는 나가 없고 자기 주의주장만 옳다는 집착 또한 없음을 믿으며 해탈을 위해서 닦음
최상승선 - 있음도 아니요 비어있음도 아닌 중도실상을 믿고 수행함
최상승선에는 묵조선, 화두선, 염불선이 있습니다.
묵조선은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에 반응하지 않고 그저 관함으로서 잡념이 사라지고 삼매를 증득하는 방법입니다.
화두선은 생각 생각을 다 관하여 없애지 못하므로 생각을 화두의심에 모아 화두를 타파해서 삼매를 증득하는 방법입니다.
염불선은 있음도 아니고 없음도 아닌 중도실상에 마음을 모으고(一相三昧) 지속(一行三昧)하여 삼매를 증득하는 방법입니다.
대체로 최상승선에 높고 낮음은 없으나 바쁜 현대인은 믿음(隨信)과 이성(隨法)를 조화할 수 있는 염불선이 적합하다고 합니다.
6. 일상삼매, 일행삼매
일상삼매는 마음을 한곳에 모으는 삼매이고, 일행삼매는 그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염불선에서는 비공비유의 중도실상의 표현인 보리방평문을 외우고 익혀 아미타 세 글자에 집중하는 것이 일상삼매요,
보리방편문이 집약인 아미타 세글자에 집중된 마음이 어묵동정간에 지속되는 것이 일행삼매라 합니다.
법사님의 말씀으로는 보리방편문을 외우다 보면 보리방편문이 아.미.타 세 글자속에 수렴될 때가 있다고 하십니다.
따라서 염불선에서의 일상삼매와 일행삼매를 좀 더 실증적으로 정리하자면,
부단없이 반복하여 보리방편문이 아.미.타 세 글자 속으로 수렴되면서 집중되는 것이 일상삼매요,
부단없이 반복하여 보리방편문이 아.미.타 세 글자 속으로 수렴되면서 어묵동정간에 지속되는 것이 일행삼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는 바대로, 들은 바대로 정리했습니다만 초학자가 정리하기에는 너무 난해한 내용이 많습니다.
부디 모자라거나 틀린 점이 있다면 바로 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습인지에 오르기 위해서 두가지 방법을 동시에 시도하고 있습니다.
* 1호흡에 보리방편문을 마칠 수 있도록 음독 속독
* 1호흡, 1배에 보리방편문을 한자 한자 숙독
두가지 방법을 병행해도 좋을 것 같고 또 두가지 방법을 번갈아서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묘적사 수행에는 두번째 방법을 시도하였는데, 그동안 해태한 결과로 여법하게 수행은 하지 못한 듯 합니다.
그러나 오랜 방황 속에서도 공부인연을 잃지 않고 다시 제자리를 찾아 수승한 스승님, 도반님들고 함께 수행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수행 도중 차담시간에 사찰에서 보시해 주신 호박죽의 맛은 참으로 향기롭고 맑았으며,
묘적사 자체의 기운도 사찰의 이름 그대로 맑고 향기로왔습니다.
묘적사도 좋지만 묘적사 뒤에 있는 30분 정도 소요되는 계곡을 따라 놓여진 林道를 산책하는 것도 나름 묘미가 있습니다.
혹시 묘적사에 들르신다면 기운이 맑은 사찰 순례도 만끽하시고 편안한 산책로를 통하여 산림욕을 즐겨보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호박죽까지 보시해 주시고, 저희와 함께 철야로 정진하시며 물심양면으로 애써주신 법운 거사님과
금강정진회의 염불소리가 가장 좋았다며 밝은 얼굴로 격려해주시고 끝까지 기도해 주신 기도스님과
좋은 가르침으로 늘 이끌어 주시고 방향을 잡아주시는 경주 법사님과
바쁜 생활 중에도 밤새도록 염불로 대중을 이끌어주시는 무념 거사님과
그 외 많은 도반, 스승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불법 만나기도 어렵고, 불법을 수행하기란 더 힘든 일이라고 했습니다.
출가인도 아닌 세속인으로서는 더욱 더 수행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수행하지 않으면 스스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고 살게 되고 선악간에 분별조차 하지 못하고 헤매다 세월을 낭비할 것입니다.
비록 어려운 여건이지만 수행의 재미를 알아가게 해주신 스승님, 도반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모자란 공부인의 수행 후기를 마칠까 합니다.
p.s. 한가지 아쉬운 점(제안)
금강강독회나 혹은 철야기도 시간에 경주법사님이 강의를 해주시는데, 이것을 동영상으로 녹취하여 올려놓는다면 좋은 공부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매번 있는 주옥과 같은 강의가 참여자 일부를 제외하고는 공유할 수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용량이 문제라면 동영상 자료만 따로이 보관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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