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 받았을 때 성불하라 / 수월스님

2010. 1. 18. 20:4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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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몸 받았을 때 성불하라 / 수월스님

도를 닦는다는 것이 무엇인고 허니, 마음을 모으는 거여.
별거 아녀. 이리 모으나 저리 모으나 무얼 혀서든지
마음만 모으면 되는 겨.

하늘천 따지를 하든지. 하나둘을 세든지, 주문을 외든지

워쩌튼 마음만 모으면 그만인겨.
나는 순전히 ‘천수대비주’로 달통한 사람이여.
꼭 ‘천수대비주’가 아니더라도 ‘옴 마니반메훔’을 혀서라도
마음 모으기를, 워찌깨나 아무리 생각을 안 하려고 혀도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맨큼 되는 겨.

옛 세상에는 참선을 혀서 깨친 도인네가 많았는디,
요즘에는 참 드물어. 까닭이 무엇이여? 내가 그 까닭이 무엇이여?
내가 그 까닭을 말한 것인게 잘 들어봐.

옛날 스님들은 스스로 도를 통하지 못했으면 누가 와서
화두참선법을 물어도 “나는 모른다”며 끝까지 가르쳐주들 않았어.
꼭 도를 통한 스님만이 가르쳐주었는디, 이 도통한 스님께서
이렇게 생각하신단 말여.
‘저 사람이 지난 생에 참선하던 습관이 있어서 이 생에도
저렇게 참선을 하려고 하는구나. 그러면 저 사람이 전생에
공부하던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도를 통했으니께 환히 다 아실 거 아니여.
혀서 ‘옳다. 이 화두였구나’하고 바로 찾아주시거든.
그러니 그 화두를 받은 사람은 지난 생부터 지가 공부하던
화두니께 잘 안하고 배길 수가 있남.
옛날 사람들은 화두 공부가 잘 되지 않더라도, 화두를 바꾸지 않고
“나는 열심이 모자라니께 열심히만 정진하면 꼭 성취할 것이다.”는
한생각으로 마음을 몰아 붙여 오로지 한길로만 애쓰다가 도를
통하기도 혔어.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그게 아니여.

무엇이든지 한 가지만 가지고 끝까지 공부혀야 하는디,
이것이 꼭 밥 먹기와 매 한 가지여. 똑같은 반찬이라도
어떤 사람은 배불리 맛있게 먹지만 어떤 사람은 먹기 싫고,
또 어거지로 먹으면 배탈이 나는 뱁이거든.
공부도 마찬가지여. 염불을 열심히 혀야 할 사람이
딴 공부를 하니 잘 안 되는 겨.

“한 집안에 천자 네 명 나는 것보다 도를 깨친
참 스님 한 명 나는 게 낫다.”
예부터 이런 말을 많이 들었지. 만일 중이 되어 도를 통할 것 같으면
그 공덕으로 모든 조상영령들과 시방삼세의 중생들이
다 이고득락(離苦得樂)할 것이니 이 얼마나 좋으냐 말여.

이 세상이라는 게 중이 되면, 머리가 있고 없고 글이 있고 없고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여. 차라리 그런 것들은 없는 게 훨씬 나아.
참으로 사람 되기가 어렵고, 천상천하에 그 광명이 넘치는
불법 만나기가 어려운데 말이지, 사람 몸 받아가지고도
참 나를 알지 못하고 참 나를 깨치지 못하면 이보다
더 큰 죄가 워디 있을 겨.

부처님께서도

“나도 너를 못 건져준다. 니가 니 몸 건져야 한다” 하셨어.
그러니 참 그야말로 마음 닦아가지고 니가 니 몸을 건지지 못하고
그냥 죽어봐라, 이렇게 사람 몸 받고도 공부를 이루지 못하고
그냥 죽어봐라, 다 쓸데없다. 어느 날에 다시 이 몸을 기약할 것인가.

 

 

 

수월스님의 천수대비주 삼매

 

근세의 고승중 수월(水月, 1855~1928)스님이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근대 경허대선사(鏡虛大禪師)의 가장 큰 법제자인
수월스님은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나
나이 서른에 서산 천장사(天藏寺)로 출가하여 성원(性圓) 스님의
제자가 되었지만, 배우지 못한데다 머리까지 둔하여 불경을 배워도
쉽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은사 성원스님은 글을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고 땔나무를 해오는 부목(負木),

밥을 짓는 공양주(供養主)등의 소임을 3년동안 맡겼습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수월스님이 불공할 때 올릴 마지를 지어 법당으로 갔을 때, 마침
부전스님(기도승)이 천수대비주(千手大悲呪)를 송(頌)하고 있었습니다.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알약 바로기제 새바라야 모지 사다바야...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알약 바로기제 새바라야 사바하."
스님은 이를 한번 듣고 모두 외울 수 있었습니다.

그토록 머리가 좋지 않다고 구박을 받았는데, 총 442글자의
천수대비주가 저절로 외워진 것입니다.
이후 스님은 나무를 하러 가거나 밥을 짓거나 마냥 천수대비주를
흥얼거리며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은사 성원스님이 법당에서 불공을 드리다가 마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땅히 제시간에 와야 할 마지는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고 밥 타는 냄새만 절 안에 진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여겨 부엌으로 찾아간 성원스님은 전혀 예상 밖의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수월스님이 대비주를 외우면서 계속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밥이 까맣게 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솥이 벌겋게 달아 곧 불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무아지경 속에서 대비주를 외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본 성원스님은 수월스님에게 방을 하나 내어 주면서 말했습니다.
"오늘부터 너에게 이 방을 줄 터이니, 마음껏 대비주를 외워보아라,
배가 고프면 나와서 밥을 먹고 잠이 오면 마음대로 자거라.

나무하고 밥 짓는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수월스님은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가마니 하나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서 문짝에 달았습니다.
빛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천수대비주를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방 밖으로는 밤낮없이 대비주를 외우는 소리가 울려 나오고.....

마침내 7일째 되는 날, 수월스님은 문을 박차고 나오며 소리쳤습니다.
"스님, 잠을 쫓았습니다.! 잠을!'"

이때 수월스님은 천수삼매(千手三昧)를 중득하여 무명(無明)을
깨뜨리고 깨달음을 얻었을 뿐 아니라, 불망념지(不忘念智)를
중득하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글을 몰라서 경전을 읽지도 못하고 신도들의 축원도 쓰지
못하였지만, 불망념지를 이룬 후부터는 어떤 경전을 놓고

뜻을 물어도 막힘이 없게 되었으며, 수백 명의 축원자 이름도 귀로
한번 들으면 불공을 드릴 때 하나도 빠짐없이 외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천수삼매를 얻은 뒤에도 정진을 꾸준히 계속하였는데,
'잠을 쫓았다'는 그 말대로 일평생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합니다.
말년에는 백두산 간도지방 등에서 오고 가는 길손들에게 짚신과
음식을 제공하며 보살행을 실천했던 수월스님!
오늘날까지 자비보살이요 숨은 도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수월스님의
도력은 천수대비주 기도에서 비롯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