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이에게는 떳떳이, 낮은 이에게는 따뜻이

2010. 1. 19. 21:2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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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이에게는 떳떳이,

낮은 이에게는 따뜻이

 

 

자장 율사가 중국 유학 중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했다.

꿈에 나타난 문수보살은 태백산 칡넝쿨이 엉켜 있는 곳에서 다시 만나리라 하셨다.

뒷날 자장 스님이 태백산을 찾아가니 칡이 우거진 곳이 있어서 그곳에 절을 세웠다.

오늘날의 정암사이다.

그곳에서 자장 스님은 기도를 하며 문수보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자 한 사람을 데리고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는데

웬 허름한 차림의 노인이 죽은 개를 망태기에 메고 와서는 소리쳤다.

“자장이 있느냐? 자장을 만나러 왔다.”

시자가 보니 스님이 직접 만나 볼 사람이 아닌 듯해 보였다.

천하가 다 아는 큰스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고함을 치니

미친 사람이 틀림없다고 생각하여 무시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스님을 만나겠다고 고집하여 하는 수 없이 스님께 이야기를 했다.

자장 율사도 시자의 이야기만 듣고 말씀하셨다.

“아마 미친 사람인 듯하니 그냥 돌려보내라.”

시자는 이에 다시 돌아가 큰소리로 꾸짖으며 내쫓았다.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아상我相을 가진 자가 어찌 나를 보리요.”

 

노인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짊어지고 왔던 망태기를 내려 놓으니

죽은 개가 사자로 변했고, 노인은 사자를 타고 빛을 내면서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그 소리를 듣고 뛰어나온 자장 스님은 크게 잘못을 뉘우쳤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우리 스님들도 관공서의 장이나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 등을 만나는 일이 있다.

이때 간혹 스님들이 필요 이상으로 몸을 낮춰 민망하게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늘 스스로에게나 다른 스님들에게,

일반인이나 아랫사람을 만날 때는 한없이 겸손하게 대해도

세상에서 유명하고 권력이나 재력이 있는 이를 만날 때는 자존심을 가지고 인사를 나누라고 말한다.

 

높은 사람에게는 당당하게,

반대로 낮은 사람에게는 겸손하고 따뜻하게 하는 것이 수행자의 모습이다.

자장 율사가 이 점을 놓치고 일부러 찾아오신 문수보살을 쫓아버렸으니,

상 앞에서는 율사도 어쩔 수 없었는가 보다.

주의하고 또 주의할 일이다.

 

딱새 부부가 쪼아대는 감나무에 매달린 그녀들은

그 혹독한 바람에

긴긴밤 별빛과 마주하며 

붉은 속내를 품어내다 지친 걸까?

 

처녀의 젓가슴 처럼 몰랑몰랑  매달려 있는 그녀들은 

차라리 ...

살포시 입맞춤 해주는 서리를 이불 삼은 몸부림이

유난히 붉은 아침이다.

 

 

 

 

 

밤 새 처마 끝 풍경소리 요란 하더니
미친년 머리카락 처럼 불었던 바람이
나 이렇게 다녀 갔노라
마당 한 가득 남겨 두었다.
 

 

인정사정 없이 불어대는 섬진 강바람이

앞마당을 뒹구는 동안
바람과 , 풍경 소리에 한없이 춤을 추었을 낙엽들을 모아

이른 아침 부터 아궁이에 몰아 넣고는 불을 당겼다.

 

 

그녀들의 몸부림을 송두리째 안고 

저항없이 뒹굴든 낙엽들이 활활 탄다.

굴뚝으로 품어나오는 흰 연기가

코끝이 시린 알싸한 내 마음의 냉기를 몰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