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주제로 한 한시 두 편

2010. 1. 25. 21:1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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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설야중거(踏雪夜中去)   눈을 밟으며 한 밤중이라 하더라도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모름지기 걸음걸이를 어지럽게 하지 말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績)   오늘 내가 남겨놓은 이 발자국은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마침내 뒷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리니.

 

 

이 시가 유명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백범 김구 선생의 좌우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 자체가 누구나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들어주는 서산대사의 명문인 까닭이다. 인천대공원 백범광장에는 이 선시를

돌에 커다랗게 새겨놓고 오가는 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내리고 있다. 

 

 

  어린왕자의들꽃사랑마을

 

 

작야초설박(昨夜初雪薄)   지난 밤에 첫눈이 엷게 내리니
금조후정소(今朝後庭素)   오늘 아침 뒤뜰이 하얗게 되었네.
구주매화락(拘走梅花落)   개가 달려가니 매화꽃이 떨어지고
계행죽엽성(鷄行竹葉成)   닭이 걸어가니 대닢이 생기는구나. 

 

뒤의 두 행 ‘구주매화락(拘走梅花落) 계행죽엽성(鷄行竹葉成)’은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실려 있다. 세조실록을 편찬하는 데 간여한 채수(蔡壽)가

그의 손자 무일(無逸)과 주고받은 대구이다.

 대결구조의 두 행에 누군가 앞의 두 행을 더하면서 내용 자체를 아주 부드럽게

바꾸어 버렸다. 흰 눈 위에 새겨진 강아지 발자국을 매화가 떨어지는 것에,

닭발자국이 찍힌 것을 대나무잎이 피어나는 것에 비유한 그 의미가

더욱 서정적으로 되살아난다.
눈 내리는 날 두 선시를 함께 음미하며, 비장함과 편안함이라는

양변의 세계를 동시에 거닐어보자.

그렇게 하면 제대로 된 중도(中道)세계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감상: 원철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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