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말의 힘

2010. 1. 28. 20:4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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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마디 말의 힘

     

    토정 이지함 선생이 길을 가다가

    금방 조성한 묘 앞에 예닐곱 살쯤 먹었음직한

    어린아이 둘이 슬피 울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도대체 그 안에 누워 있는 이가 누구인데 그렇게 슬피 우느냐?”

    그랬더니 조금 큰 아이가 말했다.

    “예, 저희는 형제인데

    이 무덤의 애비는 소인 애비의 장인이옵고,

    소인 애비의 장인은 이 무덤의 애비올습니다.”

     

    무덤 속에 들어 있는 이의 아버지와

    자기 아버지의 장인이 같은 사람이라면

    무덤 속에는 어머니나 외삼촌 또는 이모가 들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외삼촌이나 이모가

    죽어서는 그리 섧지 않을 것이니

    제 애미의 무덤인 것이 분명한 데

    어린 것이 맹랑하게 어려운 말로

    대답한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것을 물어보았다.

     

    “그 놈 참 맹랑한 놈이로고. 너희들 몇 살씩이나 먹었는고?”

    그랬더니 또 이렇게 대답하는 게 아닌가.

    “예, 제 나이에서 한 살을 빼서 주면 동갑이 되고,

    동생 나이에서 한 살을 빼 오면 제 나이가 두 배입니다.”

     

    형과 동생의 나이는 각각 몇 살인가?

    점입가경의 이 이야기를 곳곳의 강연 장소에서 물어보지만

    제대로 답을 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갑자기 무슨 넌센스 퀴즈 이야긴가 싶겠지만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뜻이 작지 않아서 해 보는 것이다.

     

    세상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조그마한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 하나가 온 몸과 마음을 괴롭게 하고,

    자그마한 보석 알 하나가 더 큰 장식품을 빛나게 한다.

     

    부처님께서도 “비록 작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왕자, 뱀, 불씨, 그리고 수행자”라고 하셨다.

    왕자는 자라서 나라를 다스리며

    왕국 안에 있는 모든 생명의 삶과 죽음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뱀은 한 번 물리면 그 독에 의해 사람이 죽기도 하며,

    불씨는 비록 작아도 수 천,

    수 만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 있는

    큰 불로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갓 출가한 어린 수행자도 처음에는 비록 작지만

    그 마음을 오롯이 하여 마음을 닦아 번뇌를 제거한 성자가 되면

    어리석음으로 인해 고생하는

    중생들을 구제하는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그뿐이 아니다.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언어라고 할 때,

    한 마디 말의 중요성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특히나 나라 안팎의 사정이 복잡할수록

    지식인이나 사회 지도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임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한 마디 말의 여파와 그에 따르는 책임이 더욱 무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침묵이 상책은 아니다.

     

    조선 후기의 정치가로

    남들보다 앞선 지식과 생각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던 정약용은 이렇게 말하였다.

    “탐학질 하는 바람이 크게 불어 백성들이 초췌해졌다.

     골똘히 생각하면 털끝 하나

    머리카락 하나도 병들지 않은 것이 없으니,

     지금 고치지 않으면 나라는 망해버릴 텐데

    충신이나 지사로서 팔짱만 끼고 방관할 수 있겠는가?”

     

    다산이 법과 제도 개혁의 청사진인

    『경세유표』를 지으면서 머리글에 밝힌 내용이다.

    썩어빠진 조선 후기 사회를 살피고 내린 다산의 한탄이다.

    그대로 지켜만 보는 것은 죄악이기 때문에

    뜻있는 선비의 한 사람으로,

    지식인의 대열에 있는 사람으로 견딜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지식인 계열에 끼고,

    지도자 반열에 오르면 기득권을 지닌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에,

    입을 꼭 다물고 지내면 먼저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나라가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사회가 어려워졌을 때

    지식인들이 분연히 들고 일어났던 역사를 볼 수 있다.

     

    수행자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는 어느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진정으로 중생을 위하는 보살의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말하고 행해야 한다.

    그럴 때 대중들이 마음으로 믿고 따르게 될 것이다.

    우리네 인생은
    원치 않았으나 우리는 여기에 왔고 예약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여기를 떠나 갑니다. 우리네 인생은 흐르는 강물과 같아서 숨 죽여 흐르다가도 모난돌과 낭떠러지를 만나면 깊은 신음을 토해 내기도 하고 주어진 길을 따라 한없이 흘러 내려가기도 합니다. 한 번 떠난 물은 다시 거슬러 오르지 못 하듯이 한 번 떠난 시간은 되돌아 오지 않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영겁 속에 비추어 볼때 찰나에 불과합니다. 이렇듯 금방 왔다 금방 사라지는 삶 속에서 그 무엇으로 얼마나 채워지고 만족해야 비로소 나 아닌 타인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먼저 배려하며 베품의 미덕을 깨우칠련지! 매사에 시기심과 질투심의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욕심의 노예로 살면서도 겉으로는 아닌 척 하며 이중적인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는 아닌지? 본디 우리의 마음은 선 하나 간교해서 수시로 변화가 심하니 그때 그때 잡아가지 않는다면 잘못된 생각들로 가득차 악마의 벌레들이 꿈틀거리게 될 것입니다. 또한 분한 ! 마음을 삭히지 못하고 악한 마음을 쓴다면 그 또한 선한 마음은 없어지고 그 자리엔 악한 마음들이 가득차서 화살 같은 무기들이 쌓이게 됩니다. 우리는 마음 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인생이 바뀌어지기도 합니다. 흔히 쓰고 흔히 먹는 마음 일 수록 한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좋은 마음과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노라면 우리의 인생은 들꽃 처럼 외롭지 만은 않을 것입니다. -공명 강시원님의 "생각 한줌, 글 한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