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의 기본 가르침은 교학과 수행의 둘이요, 교학은 온.처.계.근.제.연의 여섯으로 정리되고, 수행은 37보리분법으로 집약된다. 먼저 오온에 대한 개관을 해보도록 하자.
인류가 있어온 이래로 인간이 스스로에게 던진 가장 많은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일 것이다. 부처님께서도 당연히 이 질문에 대해서 대답하셨고, 중요한 질문이기에 아주 많이, 그것도 아주 강조하여 말씀하셨다. 그러면 부처님께서는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셨을까? 부처님께서는 초기경의 도처에서 간단명료하게 ‘나’는 ‘오온(五蘊, panca-kkhandha)’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라는 존재는 물질(몸뚱이, 色), 느낌(受), 인식(想), 심리현상들(行), 알음알이(識)의 다섯 가지 무더기(蘊)의 적집일 뿐이라는 것이다.
물질 느낌 인식 심리현상들, 알음알이…다섯 가지 ‘적집’
먼저 경에서 물질(色, rupa)은 “변형된다고 해서 물질이라 한다.”(S22:79)고 정의된다. 여기서 변형은 변화와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변형(變形)은 형태나 모양이 있는 것이 그 형태나 모양이 바뀌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물질만의 특징이다. 느낌, 인식, 심리현상들, 알음알이(수.상.행.식)와 같은 정신의 무더기들은 변화는 말할 수 있지만 변형은 없다. 형태나 모양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형은 물질에만 있는 성질이다.
둘째, 느낌(受, vedana)은 감정적.정서적.예술적 단초가 되는 심리현상이다. 느낌에 바탕을 두고 있는 심리현상들 예를 들면 즐거운 느낌을 주는 것을 끌어당기는 심리현상인 탐욕이나 괴로운 느낌을 주는 대상을 밀쳐내는 심리현상인 성냄은 느낌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 이들은 오온의 네 번째인 심리현상들의 무더기(行蘊)에 속한다. 그래서 느낌을 감정적.정서적인 ‘단초(端初)’가 되는 심리현상이라 표현한 것이다. 경들에 의하면 느낌에는 괴로운 느낌, 즐거운 느낌,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의 세 가지가 있다.
셋째, 느낌(受)이 예술적이고 정서적인 심리현상들(行)의 단초(端初)가 되는 것이라면, 인식(想, sanna)은 지식이나 철학이나 사상이나 이념과 같은 우리의 이지적인 심리현상들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인식은 이처럼 우리의 견해와 사상과 철학과 관계있다. 이것은 단박에 전환이 가능하고 유신견과 관계있다. 상.락.아.정(常樂我淨)이라는 인식의 전도에 빠져서 어리석음(癡)으로 발전된다.
넷째, 행온(行蘊, sankhara-kkhandha)의 행은 ‘심리현상들’을 뜻한다. 여기서 오온의 문맥에서 나타나는 행(상카라, 심리현상들)은 항상 복수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혹자들은 오온의 행온도 의도적 행위나 업형성(력) 등으로 이해하고 옮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행온의 한 부분인 cetana(의도)만을 부각시킨 역어이다. 행온에는 이 의도를 포함한 50가지 심리현상들(느낌과 인식을 제외한 모든 심리현상, 혹은 심소법들)을 다 포함한다는 것이 주석서와 복주서들을 비롯한 아비담마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다섯째, 여러 초기불전에서 ‘식별(識別, 了別)한다고 해서 알음알이라 한다.’고 알음알이(識)를 정의하고 있다. 느낌과 인식과 심리현상들(수.상.행)의 도움으로 대상을 아는 역할을 하는 것을 ‘알음알이’라 한다. 한편 초기불전과 아비담마와 유식에서 심(心, citta, 마음)과 의(意, mano, 마노)와 식(識, vinnana, 알음알이)은 동의어라고 한결같이 설명되고 있다. 다음 호부터 이 다섯 가지의 용례와 의미를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