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께 향 한자루 사뤄 올립니다

2010. 3. 12. 21:0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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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삶을 거짓없이

실천하시고 입적하신 법정스님!

왕생극락을 기원 드립니다.

법정 스님께 향 한자루 사뤄 올립니다

 

 

 

아쉽고 먹먹한 심정으로

법정 스님의 원적 소식을 접하고

조주 스님이 갈애를 쉬라 하신 뜻에서

스님들에게 내리신 끽차거 한잔 올립니다

 

스님은 어는 글에선가

당신 법명에 대해 말하시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법정입니다' 하니

스님 목소리를 못알아 들으신 상대는

예? 어느 법정인가요? 하더라며

스스로 이름자에 스님을 붙여서

법정 스님이라고 하지 않으니

상대는 법원의 법정을 떠 올리시고

당황하시더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법정입니다

소리를 더 안하셔도 되고

오해하는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스님께는 큰 스님이라는 수사도

대종사라는 법계도 한낱 아무런 의미도 없고

오직 법정 스님이라는 이름 하나로

그 어느 누구도 해내기 어려운 중생 제도의

맑고 향기로운 모범을 보이셨으니

스님의 글과 법문을 통하여 마음을 맑히고

무소유의 정신으로(소욕지족)

올곧게 살아가는 무수한 이들이

다 스님의 제자요 상좌가 될것입니다

 

가시는 길에도

여러 사람 번거롭게 하지 말고

관도 수의도 없이 입으신 승복 그대로

이러저러한 의식도 생략한채

이웃에 불편없이

다비하라 하셨다는 부촉이나

남은것은 맑고 향기로운 세상 만드는데

사용하라 하셨다는 말씀에도

스님의 평소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십니다

 

우연인듯 필연인듯

정월 방생 법회를 하고

삼사순례를 다녀 온 사찰 가운데

봉선사와 봉은사가 모두 스님의 체취가

역력하게 묻어 나는 도량임을

오늘 스님 가신 뒤에야 비로서 생각이 나서

올해는 어쩐지 북녘으로 가고 싶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구나 싶습니다

 

스님께서는 사리도 수습하지 말고

탑도 세우지 말라 하셨다는데

이미 온 세상에는

스님의 연금술로 만들어 내신

아름다운 문자 사리들이 이룬

금자탑으로 가득하니

진정한 사리는 스님이 남기신 책속에

영롱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다비후의 일은 잘 모르겠으나

스님의 부촉하심을 따라서

영결식등 일체의 의례를 생략한다니

만약 사십구재를 모시지 않는다고 한다면

종사영반의 다음 한구절을 스님께 올립니다

 

황매산하(黃梅上下)

친전불조지심인(親傳佛祖之心印)

임제문중(臨濟門中)

영작인천지안목(永作人天之眼目)

불망본서(不忘本誓) 속환사바(速還娑婆)

재명대사(再明大事) 보리군생(普利群生)

 

황매산 아래서

친히 불조의 심인을 전해 받고

임제 문중에서

영원토록 인천의 안목 되기를 서원하였네

부디 존래 서원 잊지 마시고

속히 사바세계로 되돌아 오셔서

다시금 큰 불사 행하셔서

두루 모든 중생을 이익되게 하소서

 

말학은 향한자루 사루어

마음 속에 사모함을 표합니다

 

스님 어록 가운데

독자들이 선정하였다는 명구 모음입니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홀로 사는 사람들은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살려고 한다. 홀로 있다는 것은 물들지 않고 순진무구하고 자유롭고 전체적이고 부서지지 않음이다. --'홀로 사는 즐거움' 중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버리고 떠나기' 중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오두막 편지' 중
▲빈 마음, 그것을 무심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 있는 것이다.- '물소리 바람소리' 중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라. 자신의 속얼굴이 드러나 보일 때까지 묻고 묻고 물어야 한다. 건성으로 묻지 말고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귀 속의 귀에 대고 간절하게 물어야 한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있다.- '산에는 꽃이 피네' 중
▲우리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인가. 곱고 향기로운 우주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잠잠하던 숲에서 새들이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는 것은 우리들 삶에 물기를 보태주는 가락이다.- '산방한담' 중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전 존재를 기울여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이 다음에는 더욱 많은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다. 다음 순간은 지금 이 순간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이때이지 시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중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은 어떤 절이나 교회를 물을 것 없이 신앙인의 분수를 망각한 채 호사스럽게 치장하고 흥청거리는 것이 이 시대의 유행처럼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병들기 쉽지만 맑은 가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이루게 하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합니다. 이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면서 맑고 향기로운 도량이 되었으면 합니다. 불자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면서 마음의 평안과 삶의 지례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1997년 12월14일 '길상사 창건 법문' 중

 

법정스님 너무 일찍 가신 것 아십니까.

 

오늘 아침 3층 법당 기와 추녀에서 야단이 났는가보다.

창문밖에서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 툭딱, 우두두욱 탁, 

소리가 하두 커서 마음이 온전하지 않다.

나는 방안에 있으면서 마음이 불안하였다.

웬 세상에 늦은 춘삼월에 무슨 눈이 이렇게도 많이와서

사람들 고생시키고 다시 녹느라고 야단이랴?

 

며칠전 3월달 늦은 눈은 하루종일 왔었다.

때아닌 때 설경이 온세상을 새 하얗게 만들더니

오늘은 하루종일 눈 녹은 낙숫물이 쉼없이 떨어져 내리고

가끔 얼음덩어리와 함께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바로 4일전이다.

향기로운 분이 위독하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제일 먼저 삼성병원을 찾았다.

아침 일찍이라서 그런지 20층 병실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스님이 누워 있는 병실앞에는 상자 셋이 지키고 있고

불자 세 분이 흐느끼고 있었다.

나는 스님 손을 잡고 '스님 저왔습니다.' 하니 고개만 끄떡이신다.

나는 스님을 자주는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해인사로 출가하여

스님이 강사로 계실때 문학을 공부하였다.

그때 스님은 우리들에게 하신 말씀은 지금도 기억한다.

'게으른것은 죄악이다. 부지런하여야 한다.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려면 일체를 버리고 살아라.' 였다.

 

아~ 맑고향기로운 분!

내가 부산에 있을 때 매년 스님의 맑고 향기롭게 법회 행사때면

여러 신도들과 스님의 귀중한 법문을 들으러 부산시민회관에서

모든 일들을 맡아 한 일이 이제 생각이 난다.

여러 해 동안 이렇게 스님의 법문을 보배 삼아 가슴속에 새기고

살았는데 스님께서 훌쩍 떠나시니 온종일 방안 이리저리 서성인다. 이 시대를 살다가 가신 분,

불교계뿐만 아니라 온 국민 많은 사람들이 오직 법정스님의

가르침은 남아서 사람들 가슴을 적실 것이다.

왜냐하면 청빈의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나는 스님께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였다.

'스님!!!  더 있어야 할 세상인 것 알고 계십니까.'  

하고 작은 소리로 말씀드리니 스님은 손사래를 하시면서  

작은 목소리로,  아니라고 하신다.

"이제 가야해, 어쩌면 너무 오래 있었는지도 모르지. ....."

옆에 있던 보살 둘이 어깨를 들석이면서 흐느낀다.

스님 가시면 안되요.

 

...그러나 어찌하랴, 스님은 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미 알고

있는 눈빛을 보였다.

 

이 시대를 함께 스님과 살았다는 것이 나는 무척 행복하다.

 

 스님 안녕히 가십시요.

 

 -장산 합장-

 

 

*참고로 토요일 날

순천 송광사에서 다비를 모신다합니다

또 길상사와 송광사. 불일암등에

분향소를 마련하였답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


 
 
 


인간의 봄은 어디서 오는가
 
 
산에서 살아 보면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겨울철이면 나무들이 많이 꺽이고 만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덕 않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이
눈이 내려 덮이면 꺽이게 된다.

깊은 밤 이 골짜기 저 골짜기에서
나무들이 꺽이는 메아리가 울려올 때
우리들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정정한 나무들이
부드러운 것에 넘어지는 그 의미 때문일까
산은 한겨울이 지나면 앓고 난 얼굴처럼 수척하다.


자연의 질서는 어김 없이 찾아 온다.
얼어붙은 대지에 다시 봄이 움트고 있다.

겨울 동안 죽은 듯 잠잠하던 숲이
새소리에 실려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우리들 안에서도 새로운 봄이 움틀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미루는 버릇과
일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그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이 있어야 한다.

인간의 봄은 어디서 오는가?
묵은 버릇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시작에서 새 움이 트는 것이다.


법정 스님 !!

 

동화의 나라 - 별이 빛나는 그 곳에서

영면 하소서 ! !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