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무의 분노/법정스님

2010. 4. 20. 20:1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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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무의 분노/법정스님

 

보라 !

내 이 상처투성이의 얼굴을

 

그저 늙기도 서럽다는데

내 얼굴엔 어찌하여 빈틈없이

칼자국 뿐인가

 

내게 죄라면

무더운 여름날

서늘한 그늘을  대지에 내리고

더러는

바람과 더불어

덧없는 세월을 노래한

그 죄밖에 없거늘.

이렇게 벌하라는 말이

인간헌장의

어느 조문에 박혀 있단 말인가.

 

하잘것 없는 이름 석자

아무개!

사람들은 그걸 내세우기에

이다지도 극성이지만

저 건너

팔만도 넘는 그 경판 어느 모서리엔들

그런 자취가 새겨 있는가.

 

지나간 당신들의 조상은

그처럼 겸손했거늘

그처럼 어질었거늘  . . . .

 

언젠가

내 그늘을 거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

나는 증언하리라

잔인한 무리들을

모진 그 수성들을

 

보라 !

내 이 상처투성이의 처참한 얼굴을

 

 
//

 

나와 인연인 모든이들을

 

감싸주고 아껴주며
그들의 아픔까지 헤아릴 수있는
아량을 주시옵소서

 

행여 나에게 아픔을 주는이가 있어도
생채기 난 가슴 감추고
미소로 대하도록 하옵소서

 

 

 

 내게 주신 부모형제를
사랑함에 있어
설령 그들이 부족하여
날 서운케 하여도

 

그 모든걸 털어버리고
바다같은 이해심으로
그들을 사랑하게 하옵소서

 

 

친구를 대함에 있어
변함없이 대하도록 하시옵고
친구의 허물까지 다 덮어주고
아껴주며
끝까지 기다려주는 그런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사랑함에 있어
사랑하는 이의 허물까지
사랑하게 하옵소서

 

천만번의 영겁속에 맺어진 인연
헛되이 여기지 않도록 하여주시옵고

 

그리하여
내 목숨다하는 그날까지
그 사랑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도록 하옵소서.

 

 

일을 함에 있어
항상 배움의 자세를
늦추지 않게 하옵시고

 

겸손함으로
자만함을 누르게 하옵시고

나로인해
상처받는 동료가 없도록 하옵소서.

 

어느곳 어느자리에 있던지
최고가 되도록 끊임없이
발전해가는 모습이게 하옵소서

 

 

 나 자신을 사랑함에 있어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게 하옵시고

 

세상을 향해 당당함으로
내어놀 수있도록 가꾸는
부지런함으로 살게 하옵소서.

 

남은 生동안에
이 모든것을 가슴에 담고
미소와 사랑으로
살아갈 수있도록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