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회 (一期一會) 中에서/법정스님

2010. 4. 25. 20:2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728x90

 


일기일회 (一期一會) 中에서/법정스님

 

 

삶 그 자체가 되면 불행과 행복의 분별이 사라진다.

삶 자체가 되어 살아가는 일, 그것이

불행과 행복을 피하는 길이다.

번뇌 밖에 따로 깨달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 밖 어딘가에 천국이 있다고 우리는 흔히 믿고 있지만,

바로 이 현실 세계에서 천국을 이룰 수 있지

현실을 떠나서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도하고 수행하는 도량을 어떤 특정한 장소로

한정 짓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처한 삶의 현장이 곧 도량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가정이나 일터가

진정한 수행 도량이 되어야 한다. 어수선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 혼돈스러운 세상에서 도량이 없으면

세상의 물결에 휩쓸려 버린다. 분별과 집착을 떠나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리는 깨달음을 얻는 곳이 곧 도량이다.

 

때가 되면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일몰 앞에 서게 된다.

그 전에 맺힌 것을 풀어서, 안팎으로 걸림 없이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 짐을 다음 생으로 지고 가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날마다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것이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날이다.

무릇 묵은 시간에 갇힌 채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아야 한다.

 

커다란 침묵과 하나 될 때 내가 사라진다.

무아의 경지에 든다. 어딘가에 순수하게 집중하고 몰입할 때

나라는 존재가 사라진다. 내가 없는 그 무한한 공간 속에

강물처럼 끝없이 흐르는 에너지가 있다.

말없이 가만히 앉아 있다고 해서 혼돈 상태가 아니다.

정신은 또렷하고 아무 번뇌 망상 없는 그 침묵 속에

강물처럼 흐르는 에너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