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님 문답/현정선원

2010. 5. 9. 20:0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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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생각, 생각에 마음이 계속 휩쓸립니다.



< 답변 >

 이 세상이 몽땅 환(幻)처럼 있소. 지금 물은 사람에서부터 물은 바, 질문의 내용까지
그게 전부 환처럼 있는 거요. 만법이 인연생기(因緣生起)라 심리적, 물리적 일체의 모든

현상이 전부 환과 같은 거요.· · · · · · '만법이 인연 따라 났기 때문에 자체로는 성품이

없다'는 사실은 지극히 단순 명쾌한 거요. 자체의 성품이 있다면 인연에 기댈 것 없이

저절로 나겠지만, 이 세상에 그런 것은 없질 않소?

그림자는 자체의 성품이 없기 때문에 물체에 의지해서 그림자를 드리우고, 메아리도

자체로 성품이 없기 때문에 음성에 의지해서 메아리가 나는 것처럼, 이 세상 모든 법이

그와 같소. 거기엔 예외가 있을 수 없는 거요. 인간이 제 아무리 절대 의심할 여지없이

참이라고 믿어왔던 모든 것도 다 마찬가지요. 세속의 부귀영화 따위는 말할 것도 없고,

여러분이 꿈에도 잊지 못하는 해탈이니 깨달음이니 하는 것도 전부 꿈같고 환 같은 거요.

부처님의 가장 고귀하고 가장 참되고 더 이상 윗 갈 데 없는 법 중의 법일지라도,

만법이 성품 없는 차원에 오면 전부 그림자나 메아리 같은 거요.

 개중에는 불법(佛法)을 '불교사상'이니, '불교철학'이니 하며 목소리 높이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참으로 창피한 줄도 모르고 떠드는 거요. 사상이니, 철학이니, 이념이니
하는 건 벌써 한참을 굴러 둘째 자리에서 하는 소리요.

본래 그 본향(本鄕)은 옳고 그름, 선(善)과 악(惡) 따위의 모든 차별법이 싹도 트기 이전이오.·

 그렇다고 철학이나 사상, 또 그 모든 차별법이 전부 망념(妄念)이라 그것들을 제하고

쓸어냄으로써 정념(正念)이 자리잡는 것이 아니오. 망령된 생각도 망령되지 않은 생각도

그 생각이 전부다 근본이 비었다는 사실을 알아서 아무 생각도 마음에 붙여두지 않으면,

다시 말해 알되 앎이 없으면 그게 정념이오.


 < 질문 >

 지금껏 공부가 계속 '아는가, 모르는가'의 사이에서 왔다갔다했던 것 같습니다.



< 답변 >

 그렇게 보고 듣고 하는 가운데 마음이 계속 이쪽저쪽 '알고, 모르고' 하는 사이에서
휩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제 어떻게 할 작정이오?· · · · · · 이쪽저쪽 왔다갔다
하지 않는 것으로써 옮음을 삼고, 이제 무엇을 봐도 휩쓸리지 않고 여여(如如)하겠다는
소리 아니오?· · · · · · 그렇다면 그것은 방금 자신이 말하려는 것과 정반대로 하고있는
것 아니오? '예전엔 이쪽이었는데 알고 보니 저쪽이더라', 그것 아니오?· · · · · ·

그렇게 의식을 굴려 알아들은 바가 있으면 백(百)이면 백 전부 그렇게 갈 수밖에 없소.
똑바로 가라는데도 또 자꾸 그렇게 간다고 노파가 혀를 차는 이유를 알아야 하오.
 이 법이 생멸법이 아니라 하는데도 여러분은 어떻소? 마음이 계속 경계를 따라
생겼다 사라졌다 하고있질 않소? 예전엔 이런 줄 알았는데 법문을 듣고 보니 그게
아니고 저것이더라. 그래서 예전 생각은 멸(滅)하고 법문을 들어 새로 알게된 생각은
생(生)하고.· · · · · · 다들 그런 식으로 공부하고 있는 것 아니오?· · · · · ·

 

모든 티끌 경계(塵境)는 모두 다 내 마음의 거울에 비친 허망한 그림자일 뿐,

실체가 아닌 거요. 그것을 실체로 보고 그것을 때려잡아야겠다고 으르렁거리는 한,

천년 만년이 가도 그 생사심은 다할 수가 없는 거요.· · · · · ·

세상 만법이 내 마음의 거울에 비친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은 것이어서, 보고 듣고 하는

그대로 그것이 없는 것인 줄 안다면 이 세상 그 무엇도 도무지 덜고 보태고 할 일이

전혀 없는 거요.

 '내 본래 마음'은 일찍이 문턱을 넘은 적이 없소. 그러니 물들었던 적도 없고 앞으로
물들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소. 이쯤 되면 '물들지 않아야 한다'는 말도 전부 군소리요.
'내 본래 마음'은 그런 물들고 물들지 않고, 깨닫고 깨닫지 못하고 하는 등등의 모든
차별법으로부터 본래 청정하게 벗어나 있는 거요.

 

 

법정님 문답/현정선원

 

 

 

"내 어머니의 향수"


먼동이 트며 저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살며시 그리움 속으로 들어 갑니다,
햇살이 곱게 피어오를 때
싸리 대문앞에서 활짝 미소 지으시며
서 계시던 어머니
자식들이 객지에서 돌아오는 발길
가벼워지라고 아침부터 대문밖을
서성이시던 모습
이젠 아련한 추억으로 내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늘 햇살처럼 포근한 어머니의
사랑과 추억이 듬뿍 담긴
내 유년의 시절
싸리 대문 앞부터 감나무에는
가을의 풍요로움을 말해주듯
빨간 감홍시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담 너머 대추나무에는
수확을 알리는 대추들이 빨갛게 익어 가고
장독대 옆 한모퉁이에 복 주머니처럼 자태가
아름다운 석류가 입을 벌리고 있는
가을의 고향집 풍경들 눈이 시리도록 그립습니다,





황금 들판이 물결치는 그곳 행복의 들판에서
풍년가가 들려 오는 것 같은
우리 형제들의 땀방울도
버들가지 소슬바람도 시원하기만 했던
풍요로운 들녘
아련히 내 가슴에 피어오르며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햅쌀밥과 햅쌀로 만든 인절미
오늘따라 눈물겹도록 그 음식들이 먹고 싶어집니다,
사랑의 손길로 만드신 음식을
행복으로 배을 채우던 자식들
지금은 그분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셨지만
어머니 산소에 성묘도 못 가보는 불효의 자식






부모란 가시고기의 생이라고 말했듯이
정말 돌이켜 보니 부모님
우리 부모님께서는 가시고기 생이었습니다,
자식에게 사랑을 다 주고도 부족해서
제 살마저 다 내어 놓고 먼 하늘나라로 가신 내 어머니
곱기가 산기슭 홀로 핀 산구절초처럼 맑으신 내 어머니
집 앞 감나무에 까치만 울어도 먼 길 떠나 고생하는
자식이라도 행여 올까봐 하루 종일
내심 기다리시던 내 어머니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꼭 이맘 때면 가을과 함께 나에게는
고향의 향수와 어머니의 사랑주머니가
생각나서 내 가슴을 후벼 파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이별 참고 견디며 살아야 하지만
늘 추석 때면 시끌벅적 했던
우리 고향집 사람 사는 향기가
내 코끝을 간지럽히며 그리움의 병이 가슴에 쌓입니다




반달처럼 고운 어머님의 손길에 반달처럼 예쁜 송편이
우리 자식들 입으로 들어갈 때 어머니의 배부른 웃음
예전에 정말 몰랐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내가 자식들을 키우다 보니
그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큰 사랑인 줄
뼈저리게 느낍니다,
한 번만 딱 한번만 뵐 수 있다면
너무 간절하것만
애달픈 내 가슴만 조일 뿐 시간은 흘러가는 구름처럼
어머니와 나의 추억은 멀어만 가고 있습니다,
무심한 세월아..!
무심한 세월아..!
가을이 오면 가을 속으로
내 그리움은 온 고향 산천에 가 있습니다






고향의 향수에 젖어서 눈물짓지만
눈가에 아련히 피어오르는 그리운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나마 위안을 받고
그 때가 그립고 애달파서 온 몸이 아파오지만
행복했노라고 말할 수 있어서
언제나 고향의 향수는 내 살과 뼈와 같은 존재입니다.
"내 어머니가 너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모셔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