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11. 16:49ㆍ일반/금융·경제·사회
김보민의 여보 파이팅!③"하루 108번 당신을 부릅니다"
아시아경제 | 조범자
[아시아경제 조범자 기자]6월을 뜨겁게 달굴 '지구촌 축제' 2010 남아공월드컵이 드디어 오늘(11일) 화려한 막을 올립니다. 꿈의 무대를 밟을 선수들 만큼이나 전세계 축구팬들의 가슴도 설렘과 흥분으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특히 선수들의 가족은 남편이, 아들이, 형과 동생이 후회없는 경기를 펼치고 돌아오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다치지 않기를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는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허정무호'의 간판 미드필더 '진공청소기' 김남일(톰 톰스크)의 아내 김보민 KBS 아나운서가 남편과 선수들에게 보내는 파이팅 메시지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드디어 오늘이다. 한국 경기는 내일이지만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오늘도 난 퇴근 후 집에 돌아가 기도를 준비한다. 5월부터 다시 108배를 시작했다.
인생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108배를 하면 긴장되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매일 저녁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하고 기도 방석을 편다. 그리고 1배, 2배, 3배.. 합장하고 무릎을 꿇고 이마까지 바닥에 붙인 뒤 마음 속으로 기도한다. 후회없이 좋은 경기 하고 오세요. 20개월 된 아들 서우가 내가 절하는 모습을 신기한 듯 쳐다본다.
15분 넘게 하다 보면 무릎도 아프고 땀도 송송 나고 솔직히 힘이 든다. 하지만 108배를 다 마치고 나면 내가 남편에게 작으나마 힘이 되어 주고 있다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가끔 기도 중에 왈칵 눈물이 솟을 때도 있다. 절실한 바람을 갖고 기도에 몰입해 본 적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느꼈던 기분일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108배를 한 건 이번이 세번째다. KBS 아나운서 시험 볼 때, 남편과 결혼하기 직전이었다. 연애할 때 정말 열심히 기도하면서 '남일 오빠랑 꼭 결혼하게 해주세요'를 간절하게 바랐다. 그때도 2006 독일월드컵이 있었지만, 내겐 월드컵보다 결혼이 더 중요했다!(^^)
남편이 1년 간 대표팀에 뽑히지 않을 때는 친정엄마와 절에 많이 다니며 기도했다. 내가 남편을 잘 보필하지 못했나, 내조가 소홀했나 하는 자책감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엄마는 중국의 유명한 절에 가서 귀한 염주를 사위에게 가져다 주시기도 했다.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낸 남편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세번째 월드컵 무대에 섰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남편은 108배를 시작했다는 내 말에 무뚝뚝하게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하라"고 한다. 너무 무덤덤하게 말해서 '정말 내 마음을 알기나 하나?' 살짝 섭섭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미안하다"고 하는 남편의 말에 다시 가슴이 벅차 오른다.
이제 내일, 운명의 날이다. 큰 욕심은 없다. 무리하지 말고, 조바심 내지 말고, 후회없는 경기를 했으면 한다. 그래도 그리스를 이겨야 우리 남편도, 대표팀도, 대한민국 국민도 모두 불끈 힘이 나겠지? 여러분들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여보, 파이팅!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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