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는 공부와 놓는 공부

2010. 6. 16. 19:5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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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쌓는 공부와 놓는 공부 

            

                     - 월호 스님 -

 

 

간에서는 몸이 아프면 잘 먹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입맛이 없더라도 영양가 많은 음식을 듬뿍 섭취하고 기운을 차려 병마와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어 보이는 말이다. 하지만 출가해보니, 몸이 아프면 굶어야 낫는다고 한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다. 아니 몸이 아파 기운이 없는데, 거기에다 굶기까지 하면 더욱 아파지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실제로 체험해보니 그와는 반대였다.

 

몸이 아프면 입맛이 없어진다. 입맛이 없는 것은 몸에서 받아들이고자 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동물들을 보라. 웬만한 병은 다만 며칠 굶으면서 앓다 보면 저절로 치유된다. 우리의 몸은 자정 치유능력이 있다. 또한 축적된 에너지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굶어 보면 힘은 좀 없는 듯하지만, 몸과 마음은 오히려 쉬어지고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병고가 깃들 여지가 적어지면서, 병고와의 싸움에 전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예에서 전자 즉 쌓아 가는 측면에서의 공부가 세간 공부라면, 후자 즉 놓아 가는 측면에서의 공부가 출가 공부라고 말할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한다. 혹자는 시대가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 현대의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승가에서도 갖추도록 교육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승가교육이 지식과 정보를 증장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사회가 바라는 승려 상에 입각해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사회는 진정 ‘박학다식한 승려’를 원하는가, ‘마음이 쉰’ 승려를 원하는가? 당장 필자 주위에서 조사한 바로는 ‘마음이 쉰’승려를 원한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두 가지 모두를 갖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나마 한 마리라도 제대로 잡아야 한다.

 

마음이 쉬기 위해서는 실제로 쉬어 가는 공부를 해야만 한다. 세간에서 하는 방식으로 이 책 저 책을 뒤지고, 이런 인연 저런 인연에 마음 써 가면서 공부해서는 될 수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되도록 단순한 생활, 단순한 공부가 좋다. 생활이 단순해지고 마음이 단순해지는 것, 그것이 쉬고 놓는 공부의 비결이다.

 

 

                                

 

                             마음을 쉬기 위해서는

                       실제로 쉬어가는 공부를 해야만 한다.

 

 

 

                                      - 휴식 / 해들누리 -  

 

 

 

         

 

 

            

                   범능스님의 명상음악 2집 관세음보살 제 6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