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삼보일배, 사람과 생명 그리고 평화의 길을 찾는 오체투지 등 불교계 환경운동을 이끌어 온 수경 스님이 “조계종 승적을 반납하겠다”고 밝혀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6월 14일, 수경 스님은 측근을 통해 화계사 주지와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소임을 내놓겠다고 밝힌 서신만 남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신에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떠난다. 화계사 주지와 조계종 승적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진솔하게 살고 싶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며 자신의 문제가 명료해졌다. 저는 죽음이 두렵다. 스스로를 속이는 위선적인 삶을 이어갈 자신이 없다”고 심경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랫동안 환경운동에 전념해온 수경 스님은 6월 11일 이 같은 결단 내렸다. 그 배경에는 4대강 사업 반대를 촉구하며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의 입적과 추모사업과 관련해 조계종에 대한 불신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한강선원 선원장 지관 스님은 “지난 주 금요일 결단을 내리셨다”며 “환경운동과 인연이 없었던 스님의 소신공양으로 스스로 참담한 부끄러움을 느꼈으며, 추모사업과 관련해 총무원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수경 스님을 어서 찾아봐야 겠다”고 운을 뗀 지관 스님은 “오랫동안 밖에서만 생활하셔서 몸도 많이 안 좋은 상태였다”며 “오체투지 당시에도 밝히 신 것처럼 오래 전부터 고민해온 것 같다. 그러나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과 종단에 대한 불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수경 스님은 지난해 3월 오체투지 2차 입재 당시 “40년 스님 노릇을 하며 정도의 길을 걸어왔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진솔하게 계를 다 지켜왔나? 체면 차리고 직업으로서 스님 노릇만 해 온 것 같다. 감당이 되지 않았다”고 자신을 책했었다. 최근에는 6월 1일 문수 스님 추모사업 계획을 밝힌 자리에서 “스스로 4대강 개발로 인한 생명파괴에 절박함을 느껴 고민하고 행동에 옮기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문수 스님의 뜻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저에게도 위선 떨지 말고 폼만 잡지 말고 이 문제에 투신하라는 가르침을 주셨다”고 심경을 전했었다. 지난 6월 5일 열렸던 추모제에서는 “저처럼 거리로 나서는 수행자들이 없게 해달라,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당장 바랑 지고 산골로 들어가 촌로로 살 것”이라고 호소했었다.
그 동안 여주 여강선원에서의 컨테이너 생활과 문수 스님 소신공양 후 서울한강선원 천막에서 추모객을 맞았던 수경 스님은 건강이 많이 약해졌다. 화계사 인근 병원에서 링거를 맞으며 서울한강선원을 지켜온 것이다. 그러다 지난주 금요일 결단을 내린 후 다음 날인 6월 12일 오후 서울한강선원을 떠난 후 연락이 두절됐다.
에코붓다 현희련 사무국장은 “건강이 많이 약해지셔서 당초 수요일까지 쉬는 것으로 했었다”며 “지난주 토요일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로 오전에 잠시 서울한강선원에 나오셨지만, 이후 직접 운전하셔서 떠나신 이후 연락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국장은 “이미 결정을 내리시고 휴대폰도 없애신 것 같다”고 말했다.
수경 스님의 결단이 알려지자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 등 불교계 NGO 단체들은 긴급히 대책마련에 나섰다.
불교환경연대 명계환 조직국장은 “오늘 아침에서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실무자와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들을 소집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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