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21. 20:51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인생의 빚은 어떻게 갚는가
정무 스님
오늘은 근본적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우리는 왜 이 세상을 왔다 갔다 하는지부터 짚고 넘어 갑시다. 인생 바로 나 자신, 이것이 뭐냐? 경상도 사투리로, ‘이 뭣고?’입니다. ‘팔만대장경 다 제쳐 놓고 한 말씀 이르시오?’ 이것이 화두입니다. 대답이 있을 때까지 계속 의문을 해 나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인생이 뭡니까? 불교는 뭡니까? “모른다.” 이것이 정답으로 가는 길입니다. 모르는 것, 그래서 화두, 의심이 생기는 거예요. ‘이 뭣고?’ 하고 의심하는 게 정답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것이 화두요, 참선이요, 수행입니다.
싯다르타 태자는 생로병사가 겁이 나서 왕궁을 버렸어요. 참! 그쯤 되어야 무엇을 이루는 거예요. 오늘날 정신과학에서는 싯다르타 태자처럼 6년 만에 불생불멸의 실상자리에 들어간 경지는 과거, 현재, 미래의 어떠한 사람도 이루지 못한다고 합니다. 어느 누구도 6년에 해낼 수가 없어요. 단 아주 머리 맑은 선승은 20년을 골똘히 하면 도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처럼 보통 사람은 될 수도 없는 일이죠.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잘 알아야 할 게 있어요. 그렇게 할 사람도 없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싯다르타 태자가 부처님 되는 그 순간에 일체중생이 다 성불했다 이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행불(行佛)하자, 부처님 행한 대로 따라만 가면 된다 이거예요. 기억을 잘 해놔야 되요. 헛수고 할 일이 없습니다. ‘성불하세요’라는 인사는 잘못 된 거예요. ‘행불하세요’라고 해야 합니다. 부처님을 따라만 하면 됩니다. 부처님께서 팔만대장경에 다 말했잖아요. 성불한 내용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그대로 우리가 부처님 정법에 의해서 살면 됩니다.
“공부하다 죽어라”
우리는 인생을 왜 삽니까? 이 세상에 왜 왔습니까? 빚 갚으러 왔다고 합니다. 빚은 은혜와 원수 두 가지예요. 그런데 살다보니 이 둘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은인이 곧 원수예요. 둘이 한 나무, 여반장(如反掌)입니다. 그런데 부처님 법을 알게 되면 원수도 은혜도 못 갚아요. 이걸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여기서 부처님께서 말씀한 은혜에 관해 잠깐 살펴봅시다. 부처님께서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서 억천만겁을 내려오면서 전생에 부모 아닌 중생이 하나도 없다고 했어요. 일체중생이 부모예요. 원수도 부모 아닌 이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부모 은혜 열 가지를 설명하시고, 부모를 모시는 마음으로 중생을 똑같이 모셔야 보살이라고 했습니다. 부모님 은혜가 열 가지로 지중하지만 어리석은 자녀들은 오히려 배반을 합니다.
『부모은중경』에는 은혜를 못 갚는 여덟 가지가 나와요. 그 중 첫 번째 예를 들면, 부모님을 업고 살가죽이 닳아 뼈에 이르고 또 뼈가 닳아 골수에 이르기까지 수미산을 오백 생 동안 돌더라도 부모의 깊은 은혜는 다 갚지 못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심청이가 효녀이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어림도 없는 소리예요. 애시 당초 갚을 수가 없어요. 갚는다는 것이 뭡니까? 플러스(+) 마이너스(-) 해서 제로(0)가 되어 없어져야 갚는 거 아니에요. 은혜도 원수도 갚아서 되는 게 아니에요. 부모님이 이미 돌아가셔서 효도를 못한다고 슬퍼하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부모에게 효도를 했든 불효를 했든 과거는 지나갔습니다. 과거는 다리 밑의 이미 지나간 옛날 물입니다.
그런데 부처님 말씀에 인간은 인생의 80%를 과거 속에서 산다고 합니다. 단지 오늘 현재를 충실하게 살면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내 부모만 부모가 아니에요. 일체중생이 모두 부모예요. 부모 은혜 갚는다는 것은 일체중생의 은혜를 갚는 것입니다. 부모가 혼자 삽니까? 부모도 사회적 동물이에요.
부모 은혜를 비롯해 국가 은혜, 이웃 은혜, 스승 은혜, 자연 은혜 등 다섯 가지가 오종대은(五種大恩)입니다. 이 오종대은을 명심불망(銘心不忘), 항상 생각하면서 잊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 자가 보살, 바로 불자입니다.
효도에는 하품, 중품, 상품 효도가 있습니다. 하품은 의식(衣食), 즉 물질적으로 잘 보살피는 것이고, 중품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품은 부모님이 선행 공덕을 짓게 해드리고 그 공덕을 부처님께 회향하는 것입니다. 이 가짜 몸뚱이에 잘 먹이고 잘 입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진짜 마음을 깨달아 영원 생명을 살라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학생인 동시에 선생님으로 사는 거예요. 평생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죽을 때까지 선생노릇 하는 겁니다. 해인사 원당암에 가면 큰 돌에 “공부하다 죽어라”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죽으면서도 공부해야 해요. 공부가 뭡니까? 정신 차리는 거예요.
티벳 사람들은 생일잔치 안 합니다. 울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축하할 일이냐는 거죠. 죽을 때 정신 차리고 가게 수행을 잘하자, 이것이 티벳 사람들의 논리입니다. 그러므로 부모님, 일체중생이 영원 생명을 살 수 있도록, 상품 효도를 행하는 것이 진정한 효도인 줄 우리가 잘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 법의 상속자가 되어 생각을 건강하게 하자
부처님 법은 치료가 아니라 예방입니다. 바르게 살기예요. 우리는 한 생각 잘 못해서 이 세상에 왔어요. 여러분, 부처님 가르침이 무엇입니까? 영적 진화를 해서 천상이나 극락으로 가야지, 여기 이곳에 왔다 이겁니다. 여기 오는 것은 인생 재수, 삼수하는 거예요. 이제 졸업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지금 세상은 시간이 모자라다고 합니다. 24시간은 정해져있는데, 할 일은 왜 이렇게 늘어나느냐 이거지요. 이 많은 일을 어떻게 감당하느냐 이겁니다. 그런데 걱정할 거 없어요. 일의 가치 순위를 순서로 정해서 쓰면, 절대 부족하지 않아요. 오히려 시간이 남게 됩니다. 요즘은 과학의 힘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나절도 안 걸리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살면서 가치의 우선순위보다 더 중요하게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인사입니다. 가족끼리도 인사를 해야 해요. 인사를 하면서 눈 맞추기 30초 안 하면 안 됩니다. 부부간에도 눈 맞추지 않으면 평생을 살아도 친구로 입력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정년퇴임하고 집에 있으면, 그 날부터 큰일 난 겁니다. 동창회도 마음대로 못가고 이런저런 잔소리에 시달리게 됩니다. 인생의 동반자가 아니라 원수가 되는 거지요. 그래서 황혼이혼이 크게 늘고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할 때 30초씩 눈 맞추기를 하세요. 정직한 눈 맞추기 30초를 생활화하면, 정년퇴임하고도 꼭 둘이 손잡고 법회에도 오고 여행도 같이 다니게 됩니다. 그 밑에 자녀는 걱정할 것 없어요. 그 집안의 정서상 저절로 잘 자라게 됩니다.
눈 맞추기를 하면 서로 긍정적 희망의 대화를 하게 됩니다. 웃음이 넘쳐나고 하루 스트레스가 확 달아나지요. 그 집은 청소도 잘 되어 있을 것이고, 사랑이 담긴 음식도 그 자체가 약입니다. 자녀교육 따로 할 필요도 없어요. 그야말로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가정이 되는 것입니다.
눈 맞추기가 안 되면 그 집안은 안 봐도 훤합니다. 집안은 정돈이 안 되어 있을 것이고 서로 상처 주는 말만 오갈 것입니다.
우리는 생각이 건강해야 합니다.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에요. 제가 동서양을 망라해 수많은 나라를 여행했는데, 우리나라만큼 살기 좋은 나라가 없어요. 혹한과 혹서도 없고 큰 지진과 해일도 없어요. 참 선택받은 민족입니다. 이것은 부처님 원력이고, 부모님 은혜며, 나의 공덕입니다. 이 세 가지가 모여 좋은 환경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은 본래로 심성이 어집니다. 부처님께서 누누이 법의 상속자가 되어야 한다, 재물의 상속자가 되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널리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을 법으로 깨우쳐 줘야 합니다. 그것이 불교에서 전미개오(轉迷開悟), 머리에서 눈에서 깨우쳐 주는 거예요. 여러분 올해가 호랑이해지요. 우리 민족에게는 용맹한 기상이 있습니다. 엄살떨지 말고 불끈 일어나서 부처님 정법으로 용감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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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 스님 ː 안성 석남사 회주. 1931년 전북 군산에서 출생했으며, 전북대 수의학과를 졸업했다. 1958년 은적사에서 전강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5년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김제 부흥사 등 제방선원에서 수행정진했으며,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용주사·신륵사·영월암 주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지도법사를 역임했다. 포교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1977년 종정 표창을 받은 데 이어 2007년에 포교대상을 받았다. 2007년 조계종 원로의원에 선출됐으며, 이듬해 조계종 최고 품계인 대종사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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