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면 비운만큼 채워집니다

2010. 7. 11. 20:01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728x90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 11월28일 초하루 법회및 11월29-30 양일간 뿐짝 수련회에서 법문하실 지해스님 관련

   자료입니다.많은 신도님들의 참석으로 무량공덕을 짓는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비우면 비운만큼 채워집니다 

 

참된 나를 찾아가는 길 도솔암(경북 성주군 금수면 영천리 143). 지해(智海) 스님이 자상하게 일러주신 대로 김천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거창을 지나 조마, 울곡을 거쳐 죽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니 선바위식당이 나오고 그 옆에 ‘길상도량 도솔암’이라는 작은 푯말이 나온다. 푯말을 따라 구불구불 산길을 오 리쯤 올라가니 작은 산골마을을 지나 골짜기가 다한 곳에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절 도솔암이 있다.

지심정례~ 법당문을 살짝 여니 몇몇 노보살님과 지해 스님이 예불을 올리고 계셨다. 스님이나 노보살님들이나 어찌 그리 지극지정성이신지몸과 마음이 절로 숙연해진다.

편안히 앉으라고 차 한 잔을 따라주시며 조용조용 들려주시는 말씀이 어찌 그리도 지당하고 재미있으신지 아! 예~하며 고개만 연신 끄덕이다보니 해가 어느덧 서산에 걸렸다. 올라온 천상곡(天上谷)을 따라 내려오는 길 무언지 모를 환희심이 가득해지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과 함께 잘 살아야겠다는 용기가 불끈 솟아오른다.

하늘 보고 나 보고, 나 보고 하늘 보고

스님이 이곳 천상산 천상곡을 찾은 것은 15년 전쯤이다. 빈 골짜기 만나면 불조의 전통과 가풍을 세워 목숨 다할 때까지 수행해보자며 원을 세웠던 때문인지 우연찮게 찾은 천상곡. ‘이곳이 아닌가’싶어 빈집을 1년간 빌려 살다보니 눌러 앉게 되었다. 산도 좋고 물도 좋고 땅도 좋아 심는 대로 거두게 되고 몇 안 되지만 동네사람들도 스님 일을 자신 일처럼 하며 좋아라 했다.

출가 이후 수십 년 선방에만 있었지만 이곳 천상곡(天上谷)에 들어 걸망을 내려놓고 보니 오히려‘나’를 들여다볼 시간이 많아졌다며 빙그레 웃으신다.

“모든 격식을 내려놓고 살다보니 스스로 편안해졌습니다. 막상 이곳에 와 선방을 되돌아보니 수십 년의 선방생활이 쫓기듯 산 기분입니다. 새벽 2시 종소리와 함께 일어나 잠자리에 드는 밤 10시까지 모두가 여법한 공부시간이었지만 오히려 나를 쳐다보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그러나 이제는 하루종일 나를 보게 됩니다. 하늘 보고 나 보고, 나 보고 하늘 보고 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지요.”

원이 클수록 큰 깨침이 오는 법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 손을 잡고 낙동강을 건너 십 리나 떨어진 절에 간 것이 부처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 날 인자하게 생기신 스님께서 이마를 만져주셨는데 예사마음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5학년에는 도덕교과서에 나온 ‘젊은 시절의 석가’라는 제목의 글에 진리의 말씀 한 구절을 듣기 위해 나찰에게 몸을 던진 부처님 전생담을 보며 ‘아! 목숨보다 소중한 진리가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평생원이 생겼다.

‘열심히 수행 정진하여 도를 이루고 나와 남이 없는 세상, 네 집 내 집이 없는 세상을 만들리라’는 원과 함께 용기백배해지면서 출가에 대한 생각이 분명해졌다. 출가 전에 글은 다 배우고 출가 후에는 참선만 해서 견성성불하여 중생제도 하는 것이 스님의 길이라는 생각에 고등학교 2학년 큰절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다.

큰절에는 내로라하는 네 분의 노스님이 계셨다. 대선객 스님과 경전에 능하신 스님, 평생 동안 관음주력을 하신 스님, 그리고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선 공부를 하시고 포교에 대한 대원력을 가지셨던 스님(훗날 출가해 채공을 살 무렵 홀연히 나타나시어 한국 제일의 도인스님을 소개하겠다며 인연을 맺어주신 덕분에 진제 스님의 맏상좌가 되었다), 꿈꾸듯 네 분의 스승 밑에서 공부하며 귀여움도 많이 받았다.

“부처님이라는 꽃은 일 겁에 핀 것이 아닙니다. 무량아승지겁을 닦아 부처님이 되신 것이지요. 수행자는 대우받으려고 하면 안 되고, 학식이 너무 많으면 안 되고, 꾀를 부려서는 안 되고, 따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삶은 일 속에 있지 책 속에 있지 않아요. 하는 일 자체가 바라밀이 되어야 해요. 지금 되돌아보면 출가 후 오히려 반대로 공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세와 허풍, 그리고 깨닫고자 하는 욕심이 앞섰어요. 사람을 멀리 할 것이 아니라 ‘나’를 닦아야 하는 것이었지요. 내 마음속의 경계부터 봐야 부처님 경계를 보는 것입니다.”

스님은 부처님 전 새벽예불과 사시예불, 저녁예불을 걸러본 적이 없다.

“특히 선을 공부하는 사람일수록 ‘나’만을 생각하여 모나고 건방져지기 쉽기에 부처님 생각을 잊지 않는 염념상속 염불을 하며 불보살님의 비원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원이 클수록 큰 깨침이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보현행원품이야말로 모든 불자들에게 불자의 위의를 갖게 하는 가르침인지라 비록 절에 나오지 못하더라도 집에서 매일 독송할 것을 강조한다. 정히 독송할 시간이 없으면 보현보살 10행원만이라도 반드시 외우고 실천하라고 하신다.

죽음이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인생을 어떻게 회향해야 하나’하는 문제는 어렸을 때부터 화두였다. 그런데 마침 경기도 파주에 있는 노인무료요양시설에서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눈을 뜨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시설에 계신 분들은 자식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어두운 생각 때문에 고마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두운 생각 속에 세포까지 어두워져 치매가 심해진 채 한 달에 한 분 이상씩은 이 세상을 하직했다.

무의미한 인생을 어둡게 살다가 그저 먹을 것 하나 더 먹으려고 하다가 고통 속에 죽어가는 노인들을 보면서 출가수행자로서 해야 할 일을 찾았다. 이 분들을 종일 깨어있도록 돕고 덕과 복을 심어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매일 예불 후 법문을 시작했다.

“우리는 누구나 병들고 늙고 죽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것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기에 우리의 노후를 내생을 준비하는 소중한 기회로 알고 잘 살아야 합니다. 일이나 보시가 둘이 아닙니다. 걸레질을 열심히 해서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었다면 그것이 바로 보시지요. 일을 일로 하지 않으면 즐거움이 됩니다. 복을 지으면 바로 그 복을 받아요.”

머리가 맑게 깨어있기 위해서는 마음이 비어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보시를 해야 한다. 돈으로 복을 지을 수 없는 분에게는 몸으로 복을 짓게 했다. 걸을 수 없는 분은 앉아서 걸레질을 하면 된다. 비록 앉은뱅이 신세로 걸레질을 하지만 주위가 자신으로 인해 깨끗해지니 깨끗해진 만큼 자신도 기분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질 수밖에없다.

지혜로운 노인이 많은 나라가 부처님 나라

청소를 할 때에도 대가없이 기분 좋게 하는 일이 보시바라밀이요, 오직 깨끗이 하겠다는 그 마음이 지계바라밀이요, 하기 싫은 마음이 생겨도 끝까지 하는 것이 인욕바라밀이요, 처음 마음먹은 대로 꾸준히 하는 것이 정진바라밀이요, 일과 하나 되어 두 생각을 하지 않고 흔들림없이 열심히 하는 것이 선정바라밀이요, 일을 하는 데 통찰해서 잘 하는 것이 지혜바라밀이라고 일러주신다.

요양시설에는 식도암을 앓고 계신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다. 임종 바로 직전 황급히 달려간 스님은 할아버지 등을 위에서 아래로 쓰다듬으며 “제 손이 느껴지느냐”고 여쭈었다. 말씀은 하지 못했지만 그렇다는 반응을 보이자 마음속으로 따라 하시라며 ‘나무아미타불’을 40분간 큰 소리로 염불해드리니 할아버지는 기적적으로 일어나셨다.

다음날 아침 스님을 뵙게 된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표시로 살짝 윙크를 보냈고, 그 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무아미타불을 염하셨다. 할아버지는 1년간을 더 사시다가 돌아가시기 전 감사의 뜻으로 대중들에게 다과회를 베풀었고, 그 다음날 당신의 방에서 좌탈입망하셨다.

“도인이 어디 따로 있겠습니까. 열심히 수행한다면 우리가 잠들기 전 잠의 그림자를 느끼듯 죽을 무렵 죽음의 그림자를 보게 되고 죽을 때를 알게 되지요. 죽음의 그림자도 지혜가 있으면 느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으로서 지혜의 힘을 기르지 않으면 축생으로 태어납니다. 우리의 심전(心田)을 열기 위해서는 염불과 화두를 들어야 해요. 바른 스승 만나 열심히 염불하고 화두를 들다보면 삼매가 열리고 자신의 심연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밖의 경계에 걸리지 않게 돼요. 좀더 삼매가 깊어지면 안과 밖이 고요해지는 대적삼매에 들게 되지요.

지혜로운 노인이 많은 나라가 부처님 나라입니다. 오래 살수록 지혜가 증장되어야 해요. 노후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젊었을 때부터 열심히 수행해야 지혜가 밝아집니다. 늦어도 50이 지나면서부터는 내 가정 내 사업장을 수행터로 만들어 마음의 복전을 가꾸어야지요.”

천상골 사람들은 스님을 ‘나무불 스님’이라고 부른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늘 ‘나무불’이라고 인사하기 때문이란다. 진제 스님을 은사로 출가 이후 제방선원에서 수행. 은사 스님의 뜻에 따라 선학원장과 동화사 선원장, 부산 해운정사 주지 소임을 살았으며, 토굴생활을 하면서도 ‘나’를 잊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에 틈나는 대로 일기를 쓰다보니 책이 되었다. 『세상에서 참 행복한 사람』과 이번 연초에 나온 『마음의 고향에 돌아가야 하리』는 혹여 세속생활을 살아가시는 분들에게도 해법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책으로 펴냈다. 앉아있는 그 자리가 항상 족하고 모자람이 없으신 스님은 인연되어지는 대로 노인분들과 더불어 함께 수행하며 인생을 아름답게 회향할 수 있는 수행공간과 청소년을 위한 교육공간을 천상곡에 마련하고자 한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꿈을 갖고 자라야 하기에 10여 년 전부터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매년 여름과 겨울 청소년을 위한 수련회를 마련해왔다.

 

나 자신을 위한 기도

 

 

 

날마다 하루 분량의 즐거움을 주시고

일생의 꿈은 그 과정에 기쁨을 주셔서

떠나야 할 곳에서는 빨리 떠나게 하시고

 

머물러야 할 자리에는

영원히 아름답게 머물게 하소서.

누구 앞에서나 똑같이 겸손하게 하시고

 

어디서나 머리를 낮춤으로써

내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하소서.

마음을 가난하게 하여 눈물이 많게 하시고

 

생각을 빛나게 하여 웃음이 많게 하소서

인내하게 하소서.

인내는 잘못을 참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깨닫게 하고 기다림이 기쁨이 되는

인내이게 하소서.

용기를 주소서.

 

부끄러움과 부족함을 드러내는 용기를 주시고

용서와 화해를 미루지 않는 용기를 주소서.

음악을 듣게 하시고 햇빛을 좋아하게 하시고

 

꽃과 나뭇잎의 아름다움에 늘 감탄하게 하소서.

누구의 말이나 귀 기울일 줄 알고

지켜야 할 비밀은 끝까지 지키게 하소서.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게 하시고

그 사람의 참 가치와 모습을 빨리 알게 하소서.

사람과의 헤어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그 사람의 좋은 점만 기억하게 하소서.

나이가 들어 쇠약하여질 때도

삶을 허무나 후회나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게 하시고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지혜와

너그러움과 부드러움을 좋아하게 하소서.

 

삶을 잔잔하게 하소서.

그러나 폭풍이 몰려와도 쓰러지지 않게 하시고

고난을 통해 성숙하게 하소서.

 

건강을 주소서.

그러나 내 삶과 생각이

건강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소서

 

질서를 지키고 원칙과 기준이 확실하며

균형과 조화를 잃지 않도록 하시고

성공한 사람보다 소중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언제 어디서나 사랑만큼 쉬운 길이 없고

사랑만큼 아름다운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늘 그 길을 택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