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5. 20:25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나옹록] 15. 시 중
스님께서 하루는 대중을 모아,
각각에게 매일매일의 공부를 물은 뒤에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렇다면 반드시 대장부의 마음을 내고
기어코 하겠다는 뜻을 세워 평소에 깨치거나 알려고 한 일체의 불법과
사륙체(四六體)의 문장과 언어삼매를 싹 쓸어 큰 바다 속에 던지고
다시는 들먹이지 말아라.
그리하여 8만 4천 가지 미세한 망념을 가지고 한 번 앉으면
그대로 눌러앉고, 본래 참구하던 화두를 한 번 들면 늘 들되,
`모든 법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라든가,
`어떤 것이 본래면목인가?' 라든가,
`어떤 것이 내 본성인가?' 라든가 하라.
혹은 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조주스님은, `없다[無]' 하였다.
그 스님이 `꼬물거리는 곤충까지도 다 불성이 있다고 하였는데
무엇 때문에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고 하십니까?' 라고 한 화두를 들어라.
이 중에서도 마지막 한 구절을 힘을 다해 들어야 한다.
이렇게 계속 들다 보면 공안이 앞에 나타나
들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들린다.
고요한 데서나 시끄러운 데서나 들지 않아도 저절로 들리는 것이다.
그 경지에 이르거든 의심을 일으키되, 다니거나 서거나 앉거나 눕거나
옷을 입거나 밥을 먹거나 대변을 보거나 소변을 보거나
어디서나 온몸을 하나의 의심덩이로 만들어야 한다.
계속 의심해 가고 계속 부딪쳐 들어가 몸과 마음을 한 덩어리로 만들어
그것을 분명히 캐들어가되, 공안을 놓고 그것을 헤아리거나
어록이나 경전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모름지기 단박 탁 터뜨려야 비로소 집에 이르게 될 것이다.
만일 화두를 들어도 잘 들리지 않아 담담하고 밋밋하여
아무 재미도 없거든, 낮은 소리로 연거푸 세 번 외워 보라.
문득 화두에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낄 것이니,
그런 경우에 이르거든 더욱 힘을 내어 놓치지 않도록 하라.
여러분이 각기 뜻을 세웠거든 정신을 차리고 눈을 비비면서,
용맹정진하는 중에도 더욱 더 용맹정진을 하라.
그러면 갑자기 탁 터져 백천 가지 일을 다 알게 될 것이다.
그런 경지에 이르면 사람을 만나보아야 좋을 것이다.
그리고는 20년이고 30년이고 물가나
나무 밑에서 부처의 씨앗[聖胎]을 길러야 한다.
그러면 천룡(天龍)이 그를 밀어내 누구 앞에서나 용감하게
큰 입을 열어 큰 말을 할 수 있고
금강권을 마음대로 삼켰다 토했다 하며,
가시덤불 속도 팔을 저으며 지나갈 것이며,
한 생각 사이에 시방세계를 삼키고 3세의 부처를 토해낼 것이다.
그런 경지에 가야 비로소 그대들은
노사나불(盧舍那佛)의 갓을 머리 위에 쓸 수 있고,
보신불 · 화신불의 머리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혹 그렇지 못하거든 낮에 세 번,
밤에 세 번을 좌복에 우뚝이 앉아, 절박하게 착안하여
`이것이 무엇인가?' 하고 참구하여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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