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7. 09:56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질문 :
결국 여기에도 들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책과 이곳에서 주신 여러 말씀을 읽고 곰곰히 궁리해 보아도
무위법이 무엇인지 제 머리로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회광반조하여 그저 담담히 마음을 비추면 된다'
'마음을 쉬는 것이 요체이며 그 쉰다는 생각마저 쉰다'
이 말씀을 제가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요.
마음을 비추거나 쉬는 것은 다른 이른바 '유위법'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말씀을 보면 모든 수행법을 버리라고 하고 계십니다.
닦아도 안되고 안닦는 것도 아닌 것...어렵고 혼란스럽습니다.
삼가 가르침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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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
이 세상 모든 법은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요, <짓는 자>도 <받는 자>도
없는 게 실상(實相)입니다. <짓는 자>, 곧 <작용의 주체>가 없는데 어떻게
작용이 혼자서 이뤄지겠어요. 따라서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겉모양으로 볼
때에는 생겨나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생겨나는 일이 없고,
따라서 사라지는 일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예컨대, 저 바닷가 모랫벌은 늘고 주는 일 없이, 늘 그대롭니다. 맞지요?
··· 그런데 꼬마들이 거기에서 모래집도 짓고, 울타리도 만들면서, 이것은 <내 것>,
이것은 <네 것> 하고 구분을 지어놓고 재미있게 놀다가, ― 그러다가 한 어린이가
실수로 내 집 울타리라도 밟아 허무는 날엔 온통 울고불고 야단나지 않습니까?
그러다가는 해가 져서 때가 되면 그 모든 것을 다 발로 허물어버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 그런 뒤에 모랫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늘 예전 모습 그대로지 않습니까?
요컨대, 우리들 인간의 인식작용(認識作用)은 원래가 국소적(局所的)으로밖에
작용할 수 없게끔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상황 전체를 총체적(總體的)
으로 껴잡아 볼 수 없게끔 구조적으로 틀 지워져 있기 때문에 이런 황당한 일,
즉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난 듯한 착각 속에서 우리
모두는 살고 있는 셈이죠.
이것이 바로 무생법인(無生法忍)의 진실인 겁니다. 즉 분명히 생겨났는데도
생겨난 것이 없고, 따라서 의당 사라지는 일도 없는,· ·결국 있는데도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있음>에 머물 수가 없고, 없는데도 없는 것이 아니므로 <없음>에
머물 수도 없는, 이것이 바로 제법실상(諸法實相)인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見聞覺知) 모든 현상은 낱낱이
다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서, 견문풍(見聞風)에 나부끼지 않게 되면,
― 이 사람을 일러서 달관(達觀)한 사람, 견도(見道)한 사람이라 하는 것이며,
따라서 모든 <수행의 요체>는 다만 망정(妄情)을 제(除)할 뿐이요, 별달리 수승한
지견을 얻는 게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
- 현정선원 <법정> 님의 답글입니다.
중년의 색깔들
중년은 많은 색깔을 갖고 있는 나이이다.
하얀 눈이 내리는 가운데서도 분홍 추억이 생각나고
초록이 싱그러운 계절에도 회색의 고독을 그릴 수 있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본다.
중년은 많은 눈물을 가지고 있는 나이이다.
어느 가슴 아픈 사연이라도 모두 내 사연이 되어버리고
훈훈한 정이 오가는 감동 어린 현장엔 함께하는 착각을 한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만 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운다.
중년은 새로운 꿈들을 꾸고 사는 나이이다
나 자신의 소중했던 꿈들은 뿌연 안개처럼 사라져가고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식들에 대한 꿈들로 가득해진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 꿈을 꾸고 가슴으로 잊어가며 산다
중년은 여자는 남자가 되고 남자는 여자가 되는 나이이다
마주보며 살아온 사이 상대방의 성격은 내 성격이 되었고
서로 자리를 비우면 불편하고 불안한 또 다른 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중년은 눈으로 흘기면서도 가슴으로 이해하며 산다
중년은 진정한 사랑을 가꾸어갈 줄 안다.
중년은 아름답게 포기를 할 줄도 안다.
중년은 자기주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안다.
그래서 중년은 앞섬보다 한발 뒤에서 챙겨가는 나이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살아야 중에서 -
사랑은 죽은 줄 알았다. 그리움도 사라진 줄 알았다
쫓기듯 살아온 세월들이 풋사과같던 꿈들을 먹어 버리고
결박당한 삶들은 낙엽처럼 떨어질것만 같았다
중년의 나이에 들어 거울 속으로 들어가 보니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는 아쉬움들이 묻어나지만
그래도 가슴에는 첫사랑의 느낌처럼 설레이는 그리움이 있다
사랑이 아니어도 좋은 사람
비 오는 날에는 문득 찾아가 술 한잔 나누고 싶은 사람
바람부는 날에는 전화를 걸어 차 한잔 나누고 싶은 사람
눈이 오는 날에는 공원에 들러 손 잡고 걸어 보고 싶은 사람
그리움이 죄만 아니라면 밤새 그리워하고 싶은 사람
중년의 가슴에 소리없이 들어와 날카로운 그리움을
알게 해 준 미운 사람
♬배경음악:Michel Polnareff/Qui A Tue Grandm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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